카페 데이지는 번화가에서 제법 떨어진 주택가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카페다.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카페 데이지는 두터운 나무 문 뒤에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 자리한 두터운 흑갈색의 마호가니 목으로 만들어진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면, 자그마한 가게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이 느껴지는 가구들로 꾸며진 가게 안. 최근 생겨나는 모던한 느낌의 카페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특히, 자그마한 가게의 가장 안쪽. 나른한 음악을 연주하는 턴테이블이 그런 이질적인 느낌을 한껏 자아낸다.

 턴테이블이 올려진 선반 뒤쪽에 있는 레코드판이 빼곡히 꽂힌 수납장 역시 카페 데이지만의 풍경일 것이다.

 또 다른 점이라면, 카페지만 카운터 뒷편. 음료와 음식을 만드는 공간 뒤쪽에 자그마한 백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카페 데이지는 낮에는 술을 팔지 않지만, 해가 뉘엿뉘엿 쓰러질 무렵부터는 종종 간단한 안주와 주류도 제공하곤 한다.

 차가운 병맥주부터 손이 많이 가는 칵테일까지.

 이것은 4인용 테이블이 하나. 창가를 바라보는 테이블이 하나. 그리고 여섯개의 카운터 석 자리를 가진 카페 데이지의 언제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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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소라는 카페 데이지의 주인이다.

 카운터 뒷편의 주방에는 살짝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동여멘 그녀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한참 쌓인 설거지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종종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리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나 파스타 또는 오믈렛이나 볶음밥 등. 간단한 음식을 파는 점심 시간이 지나면, 카페 데이지는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맞이하곤 한다.

 그 시간에 진소라는 주로 느긋하게 저녁 장사를 준비하곤 한다.

 간단한 청소를 하거나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를 하거나. 혹은, 떨어진 재료가 있는지 체크를 한다.

 보통은 할 일이 없어서 요즘 읽고 있는 소설책이나 신문을 들고 가게 구석에 자리한 흔들의자에 몸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늘따라 개수대에 제법 쌓인 설거지거리를 어느샌가 해치운 진소라는 수세미를 행궈 내려놓았다.

 물에 푹 젖은 노란색 수세미가 마냥 처량해보인다.

 그 모습에 진소라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ㅡ딸랑

 때마침 문이 열린다.

 두터운 나무 문을 밀어 젖히며 들어온것은 제법 어려보이는 모습의 학생이였다.

 교복차림의 그녀는 등 뒤에는 자그마한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온 그녀는 익숙하게 가방을 벗어 빈 카운터 자리에 올려놓았다.

 속이 별로 차 있지 않은 빈 가방이 기우뚱거리며 쓰려지려하자, 그녀는 허둥지둥 가방을 잡아 테이블 위 대신 의자에 올려놓았다.

 등받이가 작은 네모난 나무 스툴 위에 가방이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진소라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굣길이야?"

 진소라의 나긋한 목소리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뒤로 묶어놓은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린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소녀는 폴짝 뛰어올라 스툴 위에 자리잡았다.

 "언니 나 배고파."

 그러고는 곧장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진소라는 가게 안쪽의 시계를 살폈다.

 낡은 가구로 꾸며진 카페 데이지의 한쪽 벽에는 오래된 벽걸이 시계가 흘러간다.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초침 뒤로 시침은 다섯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진소라는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소녀에게 말했다.

 "파스타 괜찮지?"

이런느낌으로 먹여줘 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