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성 심장부, 용사는 마왕과 필사적인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검과 마법의 충돌이 왕좌의 방을 뒤덮었고, 끓어오르는 어두운 마력과 찬란하게 빛나는 성력이 서로를 밀어내며 공중에 휘몰아쳤다.



용사의 용맹함을 증명하듯 그의 축복받은 성검이 눈부시게 빛났다.


하지만 마왕의 힘은 강대했고, 끝을 알 수 없는 우물을 들여다보듯 아득했다.


마왕의 손이 허공을 휘두르자 검은 촉수가 용사의 팔다리를 휘감는다.


"으윽!"


용사를 무력화시킨 촉수가 그를 들어 올렸다.


마왕이 앉아있는 왕좌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은 촉수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가 용사의 몸을 잠식해나간다.

용사는 몸을 찢는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손끝부터 스며들듯 그의 피부가 창백하게 변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굳세고 용맹한 그의 얼굴은 아름답고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 되었다. 윤기가 흐르는 은색 머리카락이 흐르듯 그의 작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아담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작지만 탱글한 엉덩이를 따라 은밀하고 매력적인 소녀의 곡선을 그려냈다.


꾸드드드득


얇고 매끈한 꼬리가 척추 아래에서 뼈를 뒤틀며 피부를 뚫고 나오자 용사는 소리 없는 비명을 내뱉었다. 관자놀이에서 돋아난 뿔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허벅지 사이에 돋아나 있던 남자의 상징은 점점 쪼그라들더니 앙다문 부드럽고 작은 소녀의 꽃잎으로 대체되었다.


"나한테 대체 무... 무슨 짓을 한거야?"


용사였던 소녀가 귀엽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숨을 헐떡였다.


마왕은 미소 지으며 검은 촉수를 조종했다.

촉수는 용사의 몸을 전신 거울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용사는 경악과 공포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불게 타오르는 눈동자

새하얗고 창백한 피부

잘록한 허리와 아담한 엉덩이


"이, 이게 뭐야!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소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지만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움직임과 새로 생긴 뿔이 공기를 가르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동요한 꼬리는 불안하게 허공을 후려쳤다.

소녀의 손이 자신의 뿔을 더듬자 숨 막히는 쾌감이 온몸을 관통했다.

저도 모르게 달콤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소녀는 즉시 입을 틀어막고 숨을 몰아쉬었다.


"으읏... 하읏... 으으..."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과 그 뒤에 군림하여 앉아있는 마왕의 모습을 번갈아 응시했다.

소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지만, 그 이면에는 알 수 없는 감미로움이 깔려있었다.


"당장... 흐읏... 이 주문을 풀어... 네놈의 더러운 마수에서 날 놓아줘..."


"후후후, 반항하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마왕은 촉수를 조종하여 그녀의 몸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자, 나의 작고 귀여운 아이야. 이걸 보거라."


마왕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왕좌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눈앞에 마치 검은 유리창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지하감옥을 비췄다.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감옥 안에서 하얀 수녀복을 입은 금발의 소녀가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소녀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였다.


"세실리아...? 아니, 세실리아를 어떻게 한 거야!"


소녀가 이를 갈며 마왕을 노려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분노뿐만 아니라 공포와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나를 이런 모습으로 한 것도 모자라 세실리아를 가둬놓다니!"


소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이 자신을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바꾼 것도, 세실리아를 가둬놓은 것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소녀는 힘겹게 마왕의 무릎 위에서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뿔과 꼬리가 주는 이질적인 감각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이를 악물고 숨을 몰아쉬었다.


"내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날 죽이려는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지. 그래, 저 아이가 그 성녀 세실리아였군."


마왕은 소녀를 안아 들었다.


"직접 만나러 가자꾸나."


소녀는 저도 모르게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꺄악! 뭐, 뭐 하는 거야!"


그의 팔에 안긴 채 허공에 둥실 떠오른 소녀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왕의 강인한 팔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는지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마왕을 노려보았지만, 그 시선은 금새 동요로 흔들렸다.


‘이런 모습으로 세실리아를 만날 수는 없어... 절대로!’


소녀는 이 수치스러운 모습을 동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실리아의 안전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소녀는 갈등했다.


"으... 악당 녀석! 당장 날 내려놓고 세실리아를 풀어줘!"


소녀는 마왕의 품 안에서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어린 소녀의 몸이 된 그녀의 힘에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마왕은 순식간에 생성된 마법 게이트를 넘어 지하감옥으로 순간이동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마왕을 꼭 붙잡았다.


"성녀 세실리아여, 여기서 기도하고 있어도 신은 널 돕지 않을 것이다."


마왕은 세실리아를 도발하며 그녀를 불렀다.


"왕국에는 네놈들의 처우를 협의하기 위한 서신을 보냈다. 응답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작고 귀여운 아내가 널 보살필 것이다."



세실리아는 기도를 멈추고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마왕을 경계하며 흘끗 쏘아보더니, 곧 그의 품속에 안겨있는 작은 소녀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아가씨는 누구시죠? 설마 정말 이 악마의 아내라는 건 아니겠죠?"


세실리아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소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젠장, 이런 꼴을 세실리아에게 보이다니... 내가 누군지 들키면 안 돼!’


소녀는 한숨을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알레... 이나. 알레이나라고 해요. 마왕님의... 으으윽... 아내 맞아요."


소녀는 자신의 원래 이름을 말하려다가 황급하게 말을 바꿨다.


"세실리아 성녀님, 마왕님께서 제가 당신을 모시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할게요."


소녀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는 것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하지만 세실리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글 쓰는 거 넘 어려움.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