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이 있지만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어도 미모를 유지하는 아내, 가히 엄친아라 불릴 아들, 왜소하고 남자답지 못한 가장인 나. 


부족한 가장이지만 그래도 대기업에 다니며 결점을 메꿨다. 메꿨다고... 생각했다.


결혼기념일에 외간 남자 밑에 깔려서 앙앙거리는 아내를 보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쭉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여, 여보?"


아내가 당황하며 날 부른다. 뒤늦게 입가에 꼬부랑 털이 붙은걸 눈치채고 수습하지만 이미 늦었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어떤 꽃을 골라야 아내가 좋아할지 고민하던 행복한 기억은 백탁액으로 더럽혀진지 오래다.


남성성이 거세당한 기분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우월한 수컷에게 제 짝을 빼앗겼는데 어쩌면 거세당한게 맞을지도 모른다.


털썩.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화끈거린다. 점점 흐려지는 야 사이로 아내가 백탁액을 뚝뚝 흘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


결론만 말하자면 아내의 외도을 확인한 날, 나는 여자가 되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거세를 당한게 원인이 되어 현실의 몸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다.


비과학적인 현상이다 보니 의사가 단정을 지어 말하지 않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영 찝찝한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바람을 핀 전처와는 정신을 차린 당시에 이혼 통보를 날리고 이혼 절차를 밟았다. 


이혼 통보를 받은 아내는 진상을 부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붙잡아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그런 거겠지만,


덤덤하게 제 갈길을 가는 전처의 모습에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되는 남자인가'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흐, 이젠 남자도 아니지..."

"...아빠, 괜찮아요?"


든든한 내 아들, 시우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끌어안았다. 원래도 아들보다 작았지만 여성이 되며 더 작아진 탓인지 아들의 딱딱한 가슴에 얼굴이 파묻혔다.


"흐으으... 너네 엄마 너무하지 않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의사가 내 몸의 신체 나이가 14살이라고 그러던데, 그래서 남자일 때와 다르게 눈물이 헤프게 나오는 걸까?


모르겠다. 창피하고 쪽팔리지만 한번 터진 눈물샘은 도저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아빠. 저만큼은 엄마처럼 배신하지 않을게요."


시우의 커다란 손이 내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는다. 어쩐지 머리카락 너머로 느껴지는 쓰다듬에 안락함을 느끼고 말았다.


이래서 여자들이 자신보다 큰 남자를 좋아하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시우는 엄마가 없어도 문제없이 잘 지냈다. 아니,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고 해도 엄마는 엄마인지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곧 성인이 되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던 걸까?


나 혼자 끙끙 앓으며 생각해봤자 의미 없겠지. 나는 아들의 방 문을 똑똑 두드리며 말했다.


"아들, 잠시 이야기 좀 할까?"

"네."


나는 아들의 수락에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았다.


"그, 좀 진지한 얘기를 할 건데 괜찮니?"

"어... 뭐,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고. 그, 아빠가 이혼을 했잖아. 우리 아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거 같아서..."

"전 괜찮아요. 곧 성인인데 이제와서 엄마랑 재결합을 하는 거나, 새엄마가 생기는 것도 좀 그렇고요."

"정말 괜찮아...?"

"어차피 아빠 모습 때문에 엄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설마 새아빠를 데려오는 건 아니죠?"


나는 아들의 짓궂은 장난에 기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아빠가 엄마 역할을 해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알겠어."


뭔가 좀 그렇지만 이날, 나는 시우의 아빠이자 엄마가 되었다.


*


쓰고보니까 시우 새끼 왤케 음험함? 나중에 아빠 튼녀 가스라이팅해서 모유 먹겠답시고 농ㅋㅋ한 가슴 빨거가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