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이었다.

시화방조제의 수중에서 나타난 심해의 괴이를 쫓아서, 내가 수사자문으로 있는 정부 격리시설의 보호요원들과 함께 한바탕 추격전을 벌이고,

괴이가 터져나가면서 흩뿌렸던 더러운 진흙을 뒤집어쓴 다음, 할머니에게 두들겨맞으면서 배운 봉인술식을 써서 괴이를 임시봉인하고, 짐볼 안에 봉인된 녀석을 호송하는 요원들과 작별의 하이파이브를 날린 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지하철을 타고 혼자 사무실을 지키면서 벌벌 떨고 있을 조수 윤시아 양에게 돌아가는 그런 평범한 하루였다.

... 한 달에 한 번 튀어나올까 말까 한 괴이가 하루에 두 번, 그것도 내가 타는 지하철에서 튀어나올 줄은 몰랐지.

'... 살아 있네.'

정신을 차려 보니 전복된 전철 차량 안이었다. 으깨진 사람들의 내장 비린내가 코를 찔렀지만, 악취가 난다는 말은 살아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문짝의 수동개폐장치를 열고, 주머니를 뒤졌다. 일단 시아에게 사태를 알리고, 바로 자문하는 기관에 보고해야 했으니까.

스마트폰 강화유리 필름에는 금이 갔지만, 어쨌든 전원은 들어온다. 통화도 된다.

하지만...

...

액정 불빛이 비춘 자리에는 깨끗한 해골들이 있다. 평범한 퇴근길의 사람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은, 하지만 살점은 깔끔히 발려진 그런 뼈들이.

그리고 그 뼈 너머, 액정의 불빛이 닿는 가장자리에,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의 희미한을 받아 반짝이는 수천 개의 눈이 보인다.

사사삭거리는 발소리, 자기들끼리 다투며 찌직거리는 소리.

'하아.'

괴이는 나를 두고 떠나지 않은 모양이다. 저 쥐떼 자체가 괴이. 목적은 모르겠지만 전철을 급습해 인간을 포식하는 그런 괴이일 테지.

마지막 순간이 될 테니, 나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끝인가..."

...

여자 목소리네.

어째서...

나는 스마트폰을 급히 들어, 카메라 앱을 켰다. 그리고 전면카메라로 전환한다.

...

온몸에 색소라고는 없는 듯, 소름끼칠 정도로 하얀 소녀가, 얼빠진 표정으로 화면 안에서 나를 쳐다본다. 내가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지만, 사이즈는 전혀 맞지 않아 헐렁했다.

카메라 화면 너머로, 인간의 귀가 달려 있어야 할 곳에는 솜털이 돋은 분홍빛의 팔랑이는 귀가 보인다. 혈관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새빨간 눈동자도.

"망했네."

혹시나 해서, 뭔가 이물감이 있는 엉덩이에 힘을 주어 본다. 엉덩이에 달린 길고, 가느다랗고, 솜털투성이에, 비늘 같은 게 달린 무언가가 살랑거린다.

나는 스마트폰의 불빛이 닿는 곳을, 우글거리는 쥐떼가 있는 곳을 향해 비춘다. 쥐들은...

마치 인간처럼,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불현듯, 그들의 사념이 송곳처럼 머리를 파고든다.

"여왕-두목님! 좋아-환영해! 먹자-먹자! 이끌어 줘, 지도해 줘, 낳아 줘, 길러 줘!"

...

정말...

끝장이네.

나는 지하철 쥐들의 여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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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엔 적당히 이따금씩 있는 괴이-인간 융합체 협력자로 분리된 뒤 쥐들을 참피처럼 소모하고 낳으면서 괴이들을 해결하는 모험물이면 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