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어느 토요일. 대학생이던 나는 게임기를 오전 내내 붙들고 있다가, 그것마저 질려버려 친구놈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띵-동


   그 때까지는 몰랐다.


띵-동


   곧 내 무료한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 찾아올거라는것을.


   띡


   "누구십니까?"


   초인종이 두 번이나 울린것을 보니 순간 아랫집이나 부모님이라 생각했지만 아랫집은 비어버린지 한달은 되었고 부모님은 친구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셨기에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래서 혹시 얼마전에 이사온 옆집인가 싶어 슬그머니 문을 연 순간 내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그...성찬아 들어가도 되냐?"


   왠 처음보는 미소녀가 문 앞에서 내 친구놈이 입는것과 같은, 내가 이딴건 너밖에 안입고 다닐거라 말했던 무지개색 바람막이를 입고 어색한 미소를 띈 채, 우산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이이이잉


   "악! 내 우산!"


   정정한다. 비를 맞고 있었다.







   "누구신데 제 집 앞에...그보다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거죠? 설마 스토커?"


   그러자 그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야 나, 니 친구 김이현"


   '뭐지 시발? 신종 몰카인가?'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요?"


   그도 그럴게 나한테 이성 친구가 있을리 만무했으니 적어도 이 여자가 내 지인은 아닌것이 확실했다.


   그러자 여자는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내가 니 불알친구 이현이라고!"


   저 여자, 이제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진짜 미친 스토커인가? 스토커 무셔...응? 저 반지는?'


   그 여자의 왼손 중지에는 언젠가부터 내 친구가 끼고다니던 자신의 할머니의 유품인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진짜...이현이 너냐?"


   "시발 아까부터 나라고 했잖아!"


훌쩍


   "오늘 자고 일어났더니 몸은 이렇게 되어있고...훌쩍 부모님은 해외여행 가셨고, 내 친구는 또 너밖에 없잖아..."


   이제는 콧물도 흘린다. 그래도 이상하네. 쟤가 진짜 내가 아는 김이현이면 저정도로 질질 짜지는 않을건데.


   "일단 들어와라. 너 지금 다 젖었어."


   사실 아까부터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저녀석 옷 안의 가슴이 비쳐보인다.


   "일단 이거 걸치고 여기 앉아봐."


   이제 나도 눈 둘곳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 정신차리자 마자 내집으로 달려왔다고?"


   "그래."


   "안에 속옷도 안입고?"


   "나한테 여자 속옷이 어디있냐? 애초에 입을줄도 모르는데..."


   "...그건 너나 나나 모솔이니 그렇다 치고. 어떻할거냐?"


   "뭘 어떻해?"


   "아니 너임마 지금 여자가 되버렸잖아."


   "나야 모르지. 일단 학교는 쉬어야겠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너, 괜찮은거 맞냐?"


   "안괜찮을건 또 뭔데?"


   "너 지금...아니 됐다."


   초, 중, 고 를 함께해온 내 부랄친구...이제 한쪽은 불알이 없으니 그냥 친구인가?

   아무튼 김이현은 극도로 불안할 때,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나 수능 전날같은 때만 엄지손가락으로 새끼손가락을 누르는 버릇이 있다.


   "뭘봐? 설마 가슴보냐?"


   "뭐래? 볼것도 없는데."


   자기 감정을 숨기는데 도가 튼 저녀석은 아까 처음에 내가 자신을 못알아봤을 때만 울먹이다가 바로 평정심을 되찾은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시발 난 분명 속은 남자인데 왜 기분이 좆같지?"


   그래도 절실한 친구인 내 눈에는 불안해하는게 보인다 이말이다. 아까부터 헛소리를 해대는거부터 티가 난다.


   "...진짜 괜찮냐고."


   "갑자기 진지빨고 왜그러는...악! 왜때려?"


   "솔직히 말해도 안놀릴게 레알로."


   그래도 난 저녀석의 유일한 친구니까. 이정도는 해주는게 맞는것 같다. 게임기도 녀석이 사준거고.


   "솔직히...무서웠어"


   "일어났는데 느낌이 이상했어. 있어야할게 없는 느낌. 평소랑 다르게 물컵이 손에 안닿았고 뭔가 목소리도 가는것 같았지. 그러다가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왠 처음보는 여자가 내가 생각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거야."

   "그게 너무 소름끼쳐서 바로 소리를 질러버렸어. 그제서야 실감이 났지. 내가 여자가 됐다는걸 말이야. 부모님은 여행중이신지 전화가 꺼져있으셨고 너도 전화중이라고 뜨길래 무작정 달려왔어. 무서웠어. 평생 겁먹을 일 없을줄 알았는데. 그때는 머리가 새하얘져서 그냥 그냥 그냥..."


   "진정해 인마."


   '답지 않게 흥분했네.'


   "후우...그래서...니가 나 알아봤을 때 존나 다행이었다. 우리 아직 친구지?"


   "당연하지. 그래서, 결국 뭐하려고 온건데?"


   어우, 나도 너빼곤 고등학교 친구는 없다.


   "몰라 새꺄. 친구끼리 보고싶었나보지."


   다행히 손가락 누르는건 멈춘 모양이다.


   '원래 욕 할때랑 느낌이 완전 다르네'


   저녀석은 키가 180이 넘었던것에 반해, 나는 170도 안되기에 위압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림잡아 150...보다 작으려나?'


   여성 평균키보다 조금 큰 나와 20cm는 차이가 나는것 같았다.



   "아까부터 시선이 뭔가 좆같은데?"


   "기분탓."


   "그런데...이제 안가냐?"


   "응? 여기서 자고갈건데?"


   '뭐?'


   "아무리 그래도 지금 몸은 여자잖아?"


   "그래서 뭐, 잘 때 덮치게?"


   "어우시바 끔찍한 소리도 참. 부랄...없지 참... 친구를 내가 꼴려하겠냐?"


   "너 이새끼 방금 부랄 없다고 놀린거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굳이 있고싶으면 니가 바닥에서 자라?"


   "레이디 퍼스트 모름? 니가 바닥에서 자."


   "방금까지는 지 남자라더니, 니가 우디르냐? 아, 우디르는 부랄이 있나?"


   "이 시발새끼 아까도 놀린거였네!"


   이렇듯이, 아무리 여자가 됐어도 나는 내 친구를 이성으로 보진 않을것이다. 절대로.



TS물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꼴림이 있네... 남자 입장에서 쓴건 여긴 잘 안보이던데... 뭘 끄적여본지도 얼마 안됐지만 갑자기 삘받아서 써봤음

유사소설 읽어줘서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