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잃럿게 생겼군아-하면서 봐주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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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가지 오산한 게 있었다.

 

마법소녀들은 기본적으로 협공에 익숙하지 않아 서로 공격할 뻔하거나, 서로 시너지는커녕 역지너지만 낸다거나… 그런 것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완전히 틀린 건, 마법소녀들의 수준이었다.

 

수준들이 너무 낮았다.

 

힘이 약하다는 게 아니었다. 기술, 실전경험, 전법, 마음가짐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전무한 수준이란 말이었다.

 

수준 높은 것들은 내가 몇 주 전 친히 병원 침대에 처박아버렸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긴 한데.

 

아무리 경력도 없고 갓 마법소녀가 된 애들이라곤 해도, 지구 방위의 핵심인 애들이다.

 

앞으로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한두대 맞았다고 아프다면서 질질 짜질 않나, 싸우다가 짜증내질 않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지구쪽에 전향하는 것조차 고민될 지경이었다.

 

“으꺅…?! 조, 조심하세요!”


“나도 노리고 그런 건 아니라고! 그, 그것보다!”

 

나를 노리며 동시에 날아드는 망치와 발차기를 창날로 가볍게 흘리며 서로 공격하게끔 만든 뒤, 멀리서 화망을 퍼붓는 마법소녀들에게로 힘껏 창을 던졌다.

 

“괜찮아요, 막았-”

 

당연하다는 듯이 베리어에 박힌 창을 향해 순간이동하며 창을 회수하곤, 창날에 마력을 실어 진동을 일으켜 베리어를 무너뜨렸다.

 

경악할 틈도 주지 않고 창대로 목울대를 후려쳐 하나 더 바닥으로 떨구고, 창을 회전시키며 내게로 날아드는 광선을 흩었다.

 

“아야카!!”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떨어지는 후배를 바라보며 경악하는 화이트와의 거리를 좁히며 창날을 내질렀다.

 

“윽…!”

 

화이트는 아슬아슬한 때에 겨우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모든 피해를 다 받아낼 순 없던 건지, 뒤로 수십m를 밀려났다.

 

역시 약하다.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선배 마법소녀라지만 한숨이 나올 정도다.

 

내가 이런 것들한테 져줘야 한다고?

 

너무 자존심 상하는데.

 

벌써 41마리째 바닥으로 떨궜다. 아, 정정. 42마리.

 

방금 막 한 마리 더 머리채를 붙잡아 땅으로 던졌으니까.

 

근성을 불태우며 다시 기어오르는 것들이 몇 마리 있었지만, 관자놀이를 창 자루로 가볍게 쳐주면 눈을 뒤집고 다시 쓰러지기 일쑤였다.

 

너무나도 약했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키레스…! 용서하지 않겠어…!”

 

화이트는 마력으로 날개까지 전개하며 나를 쫓아오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가짜 날개 따위가 진짜 날개를 감히 쫓을 수나 있을까.

 

화이트가 닿을 수 있는 건, 내 검은 날개에서 떨어져 나간 깃털 몇 개뿐이었다.

 

“안돼, 안돼…!”

 

화이트가 마침내 겨우 내 신발 끝을 겨우 따라올 수 있을 때는 이미 남은 마법소녀들이 5명조차 안 남았을 때였다.

 

그것들도 그나마 약하거나 볼품없어서 무시하고 있던 것들.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건 화이트 한 명뿐이었다.

 

“…후. 화이트. 용서라는 건 말이야, 강자만의 특권이야. 약한 것들은 용서하거나 용서받을 권리도 없는 거고.”

 

막간의 틈을 이용해 숨이나 좀 돌리며, 열심히 내 꽁무니를 쫓는 화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화이트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어떻게든 나를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용서할게. 약한 주제에 계속 기어오르는, 그 불손함을.”

 

가볍게 아래로 선회한 뒤 다시 위로 솟구치며 화이트의 목을 붙잡았다.

 

이렇게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듯이 당황하고 있는 화이트의 뒤쪽에 게이트를 열고 그 안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

 

“으읏…?! 여…긴, 우주…?”

 

정말로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이제 정말 지구로 안 넘어가면 곤란해져서 말이야.

 

마족 측 꼬라지도 가관이라, 마족을 도와 지구를 정복해도 금방 말아먹을 게 분명했기에.

 

나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려면 인간 쪽에 붙어야 했고.

 

그러니까, 뭐.

 

여기서 어떻게든 져야만 한다는 거지.

 

아직도 자기가 어디 있는지 정신 못 차린 화이트를 붙잡고, 인공위성 궤도에서부터 그대로 지구를 향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마력을 실어, 소리의 속도를 뛰어넘어. 화이트가 내지르는 비명보다, 공기를 찢어 가르며 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로.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 붉게 달궈진 플라즈마가 남을 정도로.

 

화이트는 못 견딜 거다. 아무리 마법소녀의 신체가 마력방벽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한들, 이것까지 견딜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러니, 내가 쿠션이 된다. 슬슬 지표면의 건물들이 보일 시점에서 그녀와 내 위치를 뒤집어 내가 아래로 가고 화이트가 위로 가도록 조정했다.

 

내키지 않지만, 그나마 저것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쓰러지기 위해선 이게 최선이었다.

 

마법소녀 하나를 확실히 보내려다가, 궁지에 몰린 마법소녀가 기지를 발휘해 나를 깔개로 써서 어떻게든 쓰러뜨리며 살아남았다-는 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마지막 순간에 자기가 위로 가자, 화이트는 아직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 날 바라봤다.

 

내가 나타날 때마다 어떻게든 날 막으려 달려든 게 화이트니 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려나.

 

중요한 건 아니었다. 굳이 다시 볼 필요 없을 테니까.

 

아, 맞아. 그러고 보니 기술명도 안 지었네. 으음…

 

구태여 기술명을 붙이자면…

 

“…미티어, 임팩트.”

 

려나.

 

지표면에 충돌하며, 격통과 함께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 나지막이 기술명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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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 난 오늘 써야 할 글 안 쓰고 이런 거 쓰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