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시아, 그녀에게 가장먼저 접근을 했던 게 문제였을까.

아니, 그녀는 내가 접근하기 전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

내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먼저 알린 나의 대학 후배.

남초학과의 유일한 홍일점.

거기에, 어느 유력 대기업의 후계자라는 뜬소문까지.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유일한 선배였고.

그녀는 나의 유일한 후배였다.



그렇기에, 내가 갑자기 이런 신분없는 몸.

어린 아이로 보이는 외관.

거기에, 바깥에는 숨길 수 밖에 없는 귀와 꼬리까지.


분명 들키면 연구소행이리라.




그래서, 유일하게 여자였던 그녀에게 연락을 했었다.

내 오랜 자의연금 생활을 도와주고, 긴 시간 외롭지 않게 해준 그녀.


그런 그녀가, 이런 지하실에 나를 가두다니.

저 하늘에 묶인 목줄은 나를 이 방에서 못나가게 얽매이고 있었고.

그거로는 부족했는지, 왼쪽 다리에는, 반경을 제한하는 족쇄까지.


아이러니하게도, 족쇄에는 전혀 해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부드러운 안감이 덧대여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인영.


누군가 들어와 방의 불을 조정한다.

밝은 조명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언니, 맘마드실 시간이에요~"

"..."

그녀의 손에는, 내 밥그릇과  물그릇이라며 들고 온 강아지용 그릇이 있었다.

그 그릇을, 자연스럽게 침대 밑, '식탁'에 내려놓는 그녀.



"어라? 오늘도 안 드신 거에요? 그러면 안되는데에..."


"..."


"그러면 이따가 '일' 하는데 힘들거에요. 어서 먹어요."



그녀의 말을 무시하는 태도로,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명령이에요."

"...!"


고작 그녀의 말 한마디에 두근대는 심장은 뭐일까.

그녀의 말 한마디일 뿐인데.

쿵쾅대는 심장이, 저 말을 따라야한다, 명령을 지켜야 한다며. 이성을 짓누른다.


"어라, 움직임이 없으시네. 오늘도 '벌' 을 받고 싶으신건가?"


결국, 쐐기를 박아넣는 그녀.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야만 한다.


이 방의 규칙을 어기고 나서의 일은...


정말로 끔찍했기에.


"..."

이불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와, 식탁에 꿇어 앉는다.

'식사예절'. 그녀의 첫 번째 교육이었다.


"옳지. 먹어요."


"크윽..."


"어서."




저 밥그릇 속에 들어있는 건, 사람의 음식도 아닌. 개의 사료.


몸에 자라난 귀와 꼬리는, 저 사료의 맛을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첫 날, 강제로 먹여졌을때 전부 토해냈고.


토해낸 걸 다시 핥아먹을때까지, 가해진 교육.


일주일이 지나고, 정신이 날짜에 무뎌졌음에도, 저 역겨운 사료의 냄새와 맛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먹어요. 주인님이 내려주신 소중한 음식이잖아요?"

"..."


손을 쓰면 혼난다.

머리를 개처럼 처박고, 그릇에 입을 가져다댄다.


밥그릇에서 풍기는, 사료의 역겨운 향이, 헛구역질이 나오게 하지만, 내색하면 혼난다.


웃으면서 먹어야한다.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된다.


억지로 한 입을 쑤셔넣는다.


퍽퍽하고, 역겹고.


입 안을 가득, 억지로 쑤셔넣는다.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렸음에도.



개 사료는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