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냠냠, 우물우물, 꿀꺽!"


"...."


밥 5공기, 계란 후라이 8개, 비엔나 소시지 한 봉지, 그리고 계란국 3그릇.


1시간 동안 튼녀가 해치운 적들이었다. 


"한 그릇 더!"


방금 또 신기록이 갱신되었다. 한 끼에 밥 6공기를 먹다니, 이게 사람이야 돼지야.


밥풀 하나 없이 모두 확인사살해 말끔한 밥그릇을 받아든 시우는 곧장 흰 쌀밥을 가득 퍼서 대령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수한 밥냄새에 튼녀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잘 먹어서 좋긴 한데, 그렇게 먹다가 살찌는 거 아니야?"


다시 자리에 앉아 식사를 마저 하려던 시우가 넌지시 말을 던졌다. 


그 말에 튼녀는 문득 숟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시우를 보았다. 눈을 살짝 치뜨며 불쌍하게 올려다보는 모습이, 주인에게 한 소리 들은 강아지 같았다.


"나... 사, 살 쪘어?"


튼녀의 물음에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 매일 하루 세 끼를 아홉 끼처럼 해치우면서도 튼녀는 변하지 않았다. 나올 곳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잘 빠진 몸매를 항상 유지했다.


대체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지 몰라도 이 정도면 연비가 나쁘다는 수준을 넘어 어디가 아픈지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였다.


"아냐, 그냥 해본 말인데..."


사실, 튼녀도 자신이 먹는 양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체중계에 올라가본 적이 언제더라. 실제 수치를 확인하지 못하니 불안은 커져갔고, 왠지 배와 옆구리에 살이 붙은 것 같기도 했다.


식기를 내려놓은 튼녀가 척척 걸어 시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양손을 붙잡아 하나는 자신의 배에, 하나는 옆구리에 갖다댄다.


튼녀의 배와 옆구리는 군살 하나 없었다. 남성에게는 없는 자궁이라는 기관을 가진 여성의 신체 구조상 아랫배가 살짝 볼록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만져봐, 살 안 쪘지?"


그렇다고 말해줘. 


시우가 긍정해봐야 몸무게가 바뀔 리 없다. 그러나 안 그래도 불안했던 튼녀는 실제 바뀌는 게 없더라도 그의 대답을 바랐다.


"바, 밥 먹다 말고 뭐 하는 거야. 얼른 네 자리로 가."


여자가 된 이후로 몇 달이 지났건만, 이 녀석은 아직도 자각이 없다.


목욕하고 나와서 알몸으로 돌아 다닌다던가, 목 늘어난 박스티 입고 상체를 숙여서 안쪽을 훤히 보여준다던가.


이번에도 그렇다. 어떤 여자가 함부로 자신의 배와 옆구리를 외간 남자에게 허락해?


이렇게 자각 없이 들이댈 때마다 이쪽에서 얼마나 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얼굴이 새빨개진 시우가 급하게 손을 빼낸다. 튼녀가 그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여자가 되어 약해진 손아귀 힘으로는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튼녀는 허전해진 손아귀를 꽉 쥐어 주먹으로 바꾸고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성냥개비를 올려놔도 떨어지지 않을 듯한 긴 속눈썹 아래 커다란 눈망울에 습기가 차올랐다.


"...야!"


"으, 응?"


"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는... 데헤... 흐읍, 왜 밥 먹는데 살 쪘다고 얘기해서 사람 심란하게 만들어어... 흐어엉!"


요즘 신경 쓰이던 부분인데, 운동은 정말 싫지만 조깅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간식도 안 먹고, 밤에 잘 때 몰래 나와서 냉장고 도둑질도 그만해야 하나 싶었는데.


서러움이 폭발한 튼녀가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시우가 손을 내저으며 튼녀를 달랬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아, 아냐! 진짜 아냐! 튼녀 네가 진짜 살쪄서 그런 게 아니라!"


"흐으으, 그럼 뭔데에... 훌쩍."


"그 왜, 몸이 아프면 아무리 먹어도 오히려 살이 빠지거나 하기도 하잖아? 어디 아픈가 걱정돼서 그랬지."


"크응... 훌쩍, 진짜... 야?"


혼신의 힘을 다한 변명이 먹혔다. 점차 울음을 그쳐가는 튼녀를 향해, 시우는 마지막 쐐기를 꽂았다.


"진짜! 정말이야! 어디 안 아프면 됐어. 뭐 더 해줄까? 반찬 안 부족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튼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러면서도 주문은 잊지 않았다.


"쿨쩍... 스, 스팸... 먹고 시퍼..."


흰 쌀밥에는 역시 스팸이지.


"스팸? 알았어. 금방 구워 줄게!"


고개를 끄덕이고 후다닥 주방을 향해 달려 나가려는 시우. 


텁!


그의 옷자락을 튼녀가 수줍게 붙잡는다.


아이처럼 엉엉 울었던 게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구고 조그맣게 웅얼거린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삐져나온 귀가 잘 익은 홍시처럼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계, 계란말이도..."


케찹 많이 뿌려서.






그냥 갑자기 팟해서 써봄 댇지 ㅠ 그만머거 튼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