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TS병에 걸린 분들을 튼... 뭐라고 하더라?"

"튼녀."

"맞어. 그런 이름이었지. 암튼 그게 사실이라면 진짜 불쌍하네."


시우의 말에 시아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왜?'

"그야... 하루아침에 여성이 됐는데, 뇌에 장애까지 생겼으니까."

"그렇구나. 시우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는구나."


평소와 똑같이 뉴스에서 얻은 정보를 말하는 시아였지만, 아까부터 울리는 본능의 경종에 시우는 무의식적으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시아는 그런 시우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하지만 어딘가 기계적으로 보이는 모순된 미소를 지었다.


"난 운이 좋았어. 다른 중요한 부위 대신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뒤틀렸거든. 덕분에 감정만 잃었을 뿐, 사회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자기는 눈치가 없는 건 아닌데, 눈치 없는 척은 잘한단 말이지?"


시아의 조소에 창백하게 질려있던 시우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그럼. 사실 내가 대놓고 말해줬는데 안 믿는 게 더 웃기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맞았구나... 어째서 더 빨리, 아니 사귀기 전에 말하지 않은 거야?"


우리 7년이나 사겼잖아. 시우는 그렇게 쏘아붙이려다 꾹 참았다.


"...글쎄."


그러게. 왜 시우랑 사귀기로 했던 걸까. 시아는 머리 속을 뒤져 바스라져 가는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환자 분이 걸린 병은 일명 TS병이라는 건데... 여길 보면 다른 부분과 모습이 좀 다르죠?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가요?]

[이곳이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인데 완전히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렇군요.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강렬한 감정을 느끼면 됩니다. 제일 쉬운 건 사랑이 있겠네요. 썸 같은 사랑이 아니라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사랑이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첫경험 혹은 헤어짐을 겪는다면 감정 회로가 다시 재구축 되면서 감정이 느껴질 거라고 했었지.


시우와 첫경험은 이미 했으니... 이제 남은 건 헤어지는 것밖에 없네.


"그냥 이래도 감정이 안 느껴지나 궁금해서."

"...그러니까 애초에 나를 사랑한 적도 없고, 그냥 실험쥐가 필요해서 나랑 사귀었던 거야?"

"정답이야."


망설임 없는 대답에 시우는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너... 진짜 사람 초라해지게 만든다. 이제와서 말하는 것도 감정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그런거구나?"

"응."

"...그렇구나."


시우는 약지에 낀 반지를 빼서 시아의 손에 올려뒀다. 싸늘하게 식은 시우의 눈은 더 이상 시아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대로 헤어져줄테니 잘 먹고 잘 살아라."


시우는 원망으로 가득찬 눈동자로도 보기 싫다는 듯, 눈을 질끈 감은 채 터덜터덜 어디론가로 떠났다. 


시아는 시우가 떠난 후에도 한참을 손바닥에 올려진 반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며 하늘을 바라봤다.


"...돌아왔네.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