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이를 어찌해야한다 말인가..."


나이, 종족, 성별 불문하고 모인 비밀스러운 자리. 그곳에는 사랑의 여신 교단의 중추를 담당하는 이들이 자리에 앉아서 신음하고 있었다. 급히 만든 자료와 프레젠테이션 만으로도 그들을 염려에 빠뜨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추기경님. 일관되게 계속 말하고 계셨습니다. 자신은 사랑에 관심 없다고...말입니다."


"으윽...위장이..."


"아직 죽으시면 안되죠 추기경님. 다음은 제가 맡아야하는데 싫다고요."


"칫, 이틈을 타서 은퇴하려 했더니."


웅성대며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모두가 떠들었다. 자신들이 부덕한 탓인가? 아니면 무엇일까? 라면서 말이다. 


이 일이 벌어진 것은 얼마 전이었다. 교황을 비롯한 이들이 갑자기 꿈으로 말씀을 전해 받고, 심지어 성유물 마저도 반응을 하는 것을 확인하여, 지나가던 수인 여성을 성녀로써 임명했다. 누가 보면 너무 이상한 과정이라 싶겠지만, 여신의 말을 거역하는 바보같은 교인은 없었고, 사실 절차를 그다지 중요시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설명을 꼬박 들었다. 그러나, 설명을 들을수록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그러므로 저희 사랑의 여신의 교단은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 입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설명을 끝낸 교인을 향해 그녀는 어두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그러면 성녀인데, 사랑을 나눠야한다 그건가요."


"물론 성녀님께서 모범을 보이시는 것이 가장 좋겠죠. 사랑하는 이와 사랑을 나눈다 라는 것이요. 아, 그렇다고 공연외설죄는 여전히 안됩니다. 법은 지켜야하니까요."


"...싫어요."


"어....예?"


"...전 사랑이 싫어요..."


그 말을 듣고서 그 교인은 기절하고 말았다. 쿠당탕 소리에 달려온 몇몇 이들이 그에게 물을 먹이고, CPR을 시도할때 쯤에 일어나더니 덜덜 떨며 속삭였다. 그가 갑자기 기절한 이유를 다들 의아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자신들도 기절하고 싶어했다.


사랑의 여신의 교단의 성녀가 사랑을 싫어한다니! 이 말은 금새 추기경, 교황에게까지 올라갔다. 사상초유의 사태로 인해서 긴급히 사람들을 모집하여 회의를 진행했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렇지만 성녀님께서는 정말 착하시고, 좋으신거 같은데..."


"사랑은 유독 피하시는것 같더군요."


"교황님께서 들어오십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가 일어섰다. 교황은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상석에 앉았다. 사실, 원탁이라 상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례적으로 여신상이 있는 앞쪽 자리가 상석으로 관습적으로 정해졌었다.


"우선, 태스크포스를 도입해야겠네."


"태스크포스 선에서 끝날 수 있을까요?"


"너무 시끄럽게 하면 도리어 성녀님께서 거부감이 더 심하실 수 있네. 내외부의 전문가들을 준비하고, 그때 다시 논의하겠다."


"예, 교황님."


"자자, 그러면 다들 일 보게. 나는 내 집사람한테 가봐야하니까..."


나이가 많아도 금슬이 좋기로는 소문난 교황답게, 아주 짧게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서 모두와 함께 자리를 떴다. 아는지 모르는지, 성녀는 성녀로써의 행동가짐 등을 교육받고 있었다. 




"하아..."


기나긴 교육이 끝나고서, 자신의 큰 침실에 자리잡은 성녀. 성별도 종족도 바뀐 그로써는 지금이 참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현대적인 세상인데 아주 판타지스럽고, 심지어 자신이 성녀라고 말하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지 않다면, 아마 엄청난 멘탈을 지녔으리라.


그녀는 자신의 뽀얀 손과 매끈한 피부, 그리고 신기한 감각의 새로운 신체부위인 귀와 꼬리를 만질거리며 거울을 바라봤다. 이것이 자신이라고 해도 예쁜데, 아마 다른이들이 보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칭송했겠다 라고 생각했다. 나르시즘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아마 사랑의 여신의 짓이 아닐까...라고 그녀는 추정했다. 한숨을 쉬며, 침대에 푹 누웠다. 왜 이렇게 된걸까 라고 회상하면서...


과거, 자신이 그냥 복도를 걸어가도 "야야, 니 남친 지나간다", "아 꺼져!" 라는 소리를 대놓고 듣고 다녔던 기억이 훅 들어온다. 또는 언제일지 기억 안나는, 짝꿍을 바꿨을 때 여자애가 운다거나 그런 기억도 생각났다.


이후로도 교우관계가 좋았냐면 아니었고, 누가 자신에게 좋냐고 고백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대학 동아리에서 이유없이 여자애들에게 몰려서 쫓겨났던건 있었지만... 


회사에는 들어갔지만, 물에 물탄듯 살다가 죽었는데...왜 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사고? 과로? 건강? 상관있나 싶긴 했다. 어차피 과거인데...


"그때 흰 빛을 본 거 같은데...분홍 빛이었나..."


무언가 말은 들은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다...라며 그녀는 점점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갔다. 끔찍한 기억만 남은 과거를 헤매며..





"성녀님에 대한 조사는 끝났습니다만..."


"그렇다만?"


"이름과 나이는 있었지만 그외의 인적정보는 없었습니다. 부모도 아무것도요. 교육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세상에 요즘같은 시대에도 과거 대사태에 휘말린 아이같은 경우가 있단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너무 깨끗하게 비어서 더이상 추적은 불가능했습니다."


"수고했네. 그래서 성녀께서... 아, 어쩌면 여신님의 시련일지도 모르겠구나."


"예?"


"아니네. 나중에 다시 부르겠네."













이런 느낌으로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