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헉, 하는 소리와 함께 폐가 다시 숨 쉬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내 기억 속 마지막 장면은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이 정면으로 덮쳐오는 것이었으니 필시 이 곳은 저승이라 생각이 들었다.


잘 포장되지 않은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흔히 볼 수 있던 가로수들이 빽빽히 심어져 있었다.


’이 풍경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드디어 오셨군요”


끝이 보이지않는 것 같던 길의 저편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의 소녀가 내게 걸어왔다.


“넌 설마...”


“당신이 이 곳에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답니다. 작가님? 아니 저희들의 말대로라면 신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작가가 죽으면 먼저 가 있던 캐릭터가 마중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야 내가 죽인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용사와 마왕이 대립하는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에 백합을 살짝 곁들인 글, 그것이 내가 집필했었던 소설이었다.


그런 이야기 속 죽어가는 캐릭터가 한 둘이겠나, 엔딩에서 소멸하는 마왕은 물론이고 전쟁 중에 희생된 각종 엑스트라들과 주인공의 각성제로 쓰인 캐릭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 눈 앞에 있는 저 소녀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캐릭터였다.


시아, 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백합 하렘 맴버 중 하나로 작품의 초반부터 함께 했던 캐릭터였다.


그녀는 용사 파티에서 마법을 담당할 만큼 강했지만 최후의 전투에서 주인공 대신 마왕의 공격을 받아내고 훌륭한 각성제로 작용했었다.


최후의 순간에 보내기 위해서 공들였던 캐릭터였던 만큼 그녀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았고 나 또한 애정을 많이 준 캐릭터였다.


“[결국 용사는 마왕을 쓰러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이런 결말이었던가요?

그러면 우리들은요? 그 해피엔딩 너머로 사라져간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나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자 내가 있었던 곳이 그저 연극의 무대였고 나는 그 위의 인형이었다는 것을 안 기분이 어떤지 아세요?“


”하지만 그건...!“


“내가 해왔던 모든 행동들이 실이 묶인 채 끌려다니는 것이었고 모든 여정은 대본대로 연기된 연극이었다는 것을 안 기분을 아시냐고요!

그러니 당신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감독이 무대 위에 오르는 기분을, 인형사가 실에 묶이는 기분을...“


”뭐? 그게 대체...“


내가 그녀의 말에 반박하기도 전에 그녀는 뒤를 돌아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해피엔딩, 다시 한번 만들어보세요. 우리 모두를 구원하면서“


=====


자기가 쓴 소설의 주인공으로 빙의당하는 작가 틋녀 이야기야


주인공은 작가라 세계에 대해 전부 알고있지만 나머지 캐릭터들도 전부 전 회차의 기억이 있는 채로 2회차를 시작하는거야


과연 틋녀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완성하고 해피엔딩에 도달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