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초등학교 앞.
현재 시간 오후 2시 30분.
초글링 러시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평소의 나라면 한숨을 푹 쉬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
아이들이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유리문이 벌컥 열리며 6명의 아이들이 뛰어 들어왔다.
"어서 오렴."
내가 인사하던 말던 컵라면 코너로 향하는 아이들.
목요일이라 급식이 맛없게 나온 탓이다.
무슨 라면이 좋은지 토론을 벌이다가, 컵라면을 골라 카운터로 오던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멈칫했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볼까?
(학교에서 못 보던 애인데.)
(유치원에 다니나?)
그 정도로 어려 보여?
(귀엽다.)
(외국인 인가?)
누구한테 귀엽다는 말을 언제 들었더라.
기억조차 안 난다.
(항상 피곤에 찌들어있던 아저씨는 어디로 가고 쟤가 있지?)
나 26살이었는데.
아저씨라니 너무해.
"계산해 줄게요."
머뭇거리면서도.
다가와 컵라면을 카운터에 올려놓는 아이들.
평소에 자주 오던 남자아이가 질문 해왔다.
"여기서 일하는 거야?"
어린아이의 모습인데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응!"
"엄마가 허락했어?"
아직 노동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순수한 모습이 귀엽다.
"아니? 사고 싶은 게 있어서 몰래 돈 버는 거야."
"얼마나 받는데?"
왜 아저씨일 때는 안 물어봤니?
1+1 하는 음료수도 준 적 있었는데 섭섭해 지려고 하네.
"시간당 만 원."
"와 좋겠다, 나도 할래."
"이따 3시에 오는 점장님한테 이야기하고 지금은 계산 부터 해."
아이들이 컵라면을 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여자아이가 다시 카운터로 왔다.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거기 가만히 서 있어봐, 신기한 거 보여줄게."
내게 염동력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손가락으로 나무젓가락을 가리켰다.
나무젓가락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아이한테 날아갔다.
"와! 어떻게 한 거야?"
"마술이야."
아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보다 어린데 마술도 할 줄 아는구나!"
"나 몇 살로 보여?"
"6살?"
대충 유치원 생으로 보이는구나.
좀 더 자랐으면 좋겠다.
내 몸은 그대로였다.
나 자신의 신체는 건들지 못하나 보다.
영원히 여자아이라니.
오히려 이런 제약이 있기에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도?
컵라면을 먹던 아이 중 한 명이 카운터로 왔다.
"휴지 줘."
벌써 휴지가 떨어졌구나.
두루마리 휴지를 뜯어 줬다.
30초 뒤 또 왔다.
"좀 만 더 줘."
CCTV를 봤다.
테이블이 시뻘겋게 변해있다.
아이고, 저걸 휴지로 치우려 했단 말이야?
평소처럼 신문지를 집어 들려다가.
내가 신이라는 걸 자각했다.
라면을 쏟은 일을 없던 걸로 하고.
저 아이는 평생 라면을 실수로 쏟지 않게 한다.
눈을 깜빡거리니 아이가 사라졌다.
CCTV 속 아이들은 라면을 잘 먹고 있다.
라면을 더 이상 안 닦아도 되는 인생이라니!
"으헤헤... 신 최고."
딩동~
가끔 오는 외국인 여자아이다.
항상 막대 사탕만 사 가면서도 잘 하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를 열심히 말했었다.
여자아이가 날 보더니 두리번거리다가 질문해왔다.
"어디 갔어요?"
안쓰러운 마음에 사탕 하나씩 더 주던 나를 찾고 있구나.
"지금은 없어요."
여자아이가 아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사탕 주세요."
여자아이가 주머니에서 300원을 꺼내더니 내밀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일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인생을 살아온 게 느껴진다.
"하나 더 가져가요, 아저씨가 친구 오면 하나 더 주랬어요."
"감사합니다."
여느 때처럼 고개를 꾸벅 숙이며 편의점 밖으로 사라지는 여자아이.
아이의 상황을 분석해 볼까?
[본국 아프간에서 무장 단체들을 피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난민 자격으로 온 10살 여자아이.]
미래는?
[난민 자격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가족들과 함께 피살 당한다.]
부모님이 영주권을 얻는 미래로 바꾸자.
인사성 밝은 어린아이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랄까.
딩동~
카운터로 바로 온 담배 단골손님.
나를 보더니 물건을 고르는 척한다.
1분 정도 지났을까 나한테 다시 왔다.
"오빠는 어디 갔니?"
와 오빠!
님 최고예요!
"급한 일이 생겨서 점장님이 올 때까지 봐달래요."
어린아이한테 담배를 달라고 하기엔 양심이 찔리는지, 그냥 가려는 단골손님.
담배를 사게 만든다.
다시 돌아온 단골손님.
"이오나 블루 하나 줄래?"
신상 담배라니.
손이 닿으려나?
까치발을 들었다.
"끙 -"
"아저씨가 직접 꺼낼게."
"들어오지 마세요."
창고에서 우유 상자를 꺼내왔다.
밝고 올라가 이오나 블루를 꺼내 계산해 주었다.
앗, 또 신의 능력을 쓰는 걸 까먹어버렸다.
"여기요."
카드를 넣는 단골손님.
빨리 담배를 피우고 싶은지 계산이 되기도 전에 카드를 빼버리고 나갔다.
쫓아가서 계산이 안되었다고 말하기도 귀찮으니.
계산이 된 걸로 친다.
영수증 화면을 확인했다.
4500원이 찍혀있다.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지금 시간 2시 50분.
진열대를 채워 넣는 걸 완전 잊어 먹고 있었다.
큰일이다.
점장님이 나 속으로 싫어할 텐데.
아.
나 신이지.
편돌이 생활에 너무 찌들어 있었나 봐.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빈자리에 채워 넣는다.
이 사실을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만든다.
눈 깜빡.
진열대가 빵빵~
아이들은 라면 먹방!
"헤헤, 힘숨찐이 이런 느낌이구나."
신이라는 건 최대한 숨길 거다.
밝혀지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할게 뻔하거든.
실수로 밝혀지면?
그냥 나라는 존재 자체를 잊히게 만들면 될 거 같다.
딩동~
점장님이다.
눈이 마주쳤다.
갈고리 수집가가 된 듯한 얼굴의 점장님.
편의점에서 더 하고 싶은 게 생겼으니까 지금은.
점장님이 다음날에 오게 만든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10시까지 해주렴."
점장님이 편의점 바깥으로 나갔다.
딩동~
들어온 손님이 가져온 음료수를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나는 못 본 건지 다시 물건을 고르러 간다.
저런 손님 볼 때마다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다.
손님은 다람쥐가 아니잖아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직접 말하게 하는 게 더 속 시원할 거 같다.
저는 편의점 카운터에 물건 올려두고 고르러 가는 다람쥐입니다!
라고 10번 외치게 한다.
"저는 편의점 카운터에 물건 올려두고 고르러 가는 다람쥐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들어온 회사원들이 미친 사람 보듯 손님을 쳐다봤다.
10번의 고해성사가 끝났다.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손님이 내게 다가왔다.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최면이나 세뇌라도 걸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갑자기 강제로 입이 움직였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냥 밖으로 나가게 만들고, 다시 이 편의점에 들어올 생각을 못 하게 만든다.
카운터에 놓여진 물건은 원위치.
저런 매너 없는 손님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귀찮다.
음, 뭔가 속이 덜 시원하네.
그냥 전국의 편돌이, 편순이들을 구원해버려야지.
사람들이 더 이상 다람쥐짓을 못 하게 만든다.
살 물건이 많다면 바구니를 쓰게 만든다.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훗.
전국의 편돌이, 편순이 파이팅!
딩동~ 딩동~ 딩동~
으악 퇴근 시간.
손님 너무 많아!
그리고 이제 다 비슷한 반응이라 재미없어!
시간을 오후 9시 50분으로 변경한다.
그 사이 일어난 일은 평범한 일상으로 처리한다.
전등이라도 꺼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어두워진 거리.
포스기 영수증을 확인하니.
그 사이 손님이 146명이나 더 왔다.
딩동~
야간 아르바이트분이 들어왔다.
"어... "
이런 반응은 질렸다.
"할아버지가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잠깐 봐 달래요."
"아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돈통을 열고 시제가 맞나 안 맞나 계산하는 야간 아르바이트생.
돈이 비지 않아서 오히려 놀란 모습이다.
"계산 잘했네? 어린 것 치고 똑똑하구나? 이제 집에가보렴."
"네, 파이팅 하세요."
내가 살던 원룸 침대 위로 순간이동한다.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한다.
풀썩!
충전기에 휴대폰을 꼽고 이불을 덮었다.
"진짜 재미있었다."
휴대폰을 켰다.
너튜브를 키고 뉴스 카테고리를 열었다.
(사고 차량을 도와주다 2차 사고에 휘말려 사망)
없던 일로 한다.
뉴스가 사라졌다.
그냥 사고 사면 상관없는데.
저렇게 착한 사람이 죽은 걸 그냥 지켜보는 건, 내 마음이 안 좋으니까 구원해 준 거다.
(만취 차량에 치여 숨진 배달기사 현장에서 즉사.)
없던 일로 하고 만취 차량 운전자 끼리 부딪힌 걸로 한다.
사망까지는 아니고 다시 운전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버린다.
뉴스가 변경되었다.
(음주 운전 차량끼리 부딪혀 둘 다 중상.)
음주 운전은 사회 악이다.
그러니까 이걸로 부족하다.
음주 운전 시 1회 벌금 100만 원, 2회 차량 몰수, 3회 징역 1개월, 4회 징역 3년으로 법을 바꾸도록 한다.
새로운 뉴스가 생겨났다.
(음주 운전 관련 법 손 보기로 여야 합의, 시민들 환호성)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걸.
정치인들은 왜 안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촉법소년법도 10살로 바꿔 버려야지.
가장 조회 수가 많은 뉴스가 새로 생겨났다.
(촉법소년법 10살로 하향 조정하기로 여야 합의.)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내일은 길거리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러 가야지."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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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창작(바구니)탭은 경험담인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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