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140cm는 넘었을까. 보기 드문 잿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손에 쥔 잘 다듬어진 나뭇가지를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휘둘렀다. 고작 나뭇가지를 휘둘렀다고 믿어지지 않는 소리가 나며 그녀 주변의 대기가 떨렸다.


"봤죠? 여기서는 무게 중심을 살짝 더 왼쪽으로 옮겨야 해요. 그리고 검을 휘둘렀을 때 사이아악이 아니라 스아아악 소리가 나야 돼요. 한번 휘두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동작으로도 이어져야 하니까요. 그 다음 동작은 이렇게! 휘두르면 돼요."


 틋녀는 검을 쥔 백발 지긋한 노인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시범을 보였다. 노인이 취하고 있는 자세와 비슷했으나 유심히 본다면 발이 딛고 있는 위치, 몸의 무게 중심, 검의 속도 따위가 아주 미세하게 달랐다.


 배우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참으로 개떡 같은 설명과 시범이었지만 누가 검성 아니랄까, 노인은 그 기괴한 설명을 찰떡 같이 알아듣고는 틋녀의 동작을 똑같이 재현해냈다.


"흠, 과연. 트틋해서 스아아악하고 사삭 슥 하란 소리군."

"와, 진짜 잘하시네. 이거 만 명 가르치면 한 명 따라올까 말까 한데."

"클클. 이래 봬도 검성 나부랭이라고 불리는 몸이다. 고작 그것 하나 못 따라할까."


 그렇게 틋녀의 검성 1:1 교습은 정오의 태양이 기울어 산 너머로 저물어갈 때 즘 끝났다.


 어린 여자아이의 몸이 된 탓일까. 옛날 같았으면 이제 워밍 업 좀 했다 싶은 수준의 운동량임에도 불구하고 틋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검성이 자신의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물병을 건네받은 틋녀는 바로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입이 조그마해진 탓에 미처 삼키지 못한 물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와 목을 타고 가슴골과 배를 푹 적셨다. 순식간에 몸이 식으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푸하!"


 물병을 순식간에 비워버린 틋녀는 뚜껑을 닫아 다시 검성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검성은 뒷짐을 진 채 틋녀를 멀뚱멀뚱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 눈빛이 한심한 것을 보는 듯 했기에 틋녀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하아, 자네는 몸가짐에 좀 더 주의를 할 필요가 있어."


 틋녀의 물음에 한숨을 내쉰 검성은 지금 네 꼴을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에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에 푹 젖은 옷가지가 맨 살에 딱 달라붙은 모습이 보였다. 제정신이 여인이었다면 이 타이밍에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몸을 둥글게 말고는 자신의 몸을 가리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틋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더니 검성이 상상하지도 못한 음담패설을 내뱉었다.


" 에이, 훈련하다 보면 땀 좀 흘릴 수도 있죠. 왜요? 꼴려요? 이야~. 할아버지 그렇게 안 봤는데. 그래도 아직 정정하시네!"


 여인이 아닌, 군대에서 20년을 구른 남성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검성은 뭐 이런 년이 다 있지? 라는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속도로 꿀밤을 날렸다.


 꽁! 하는 소리와 함께 틋녀의 입에서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흐햑!"


 갑작스레 찾아온 아픔에 자신도 모르게 계집아이 같은 비명을 내지른 틋녀는 꿀밤을 맞은 머리를 조그마한 손으로 폭 감싼 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였다.


 그 모습에 검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흐하하! 이건 또 부끄럽더냐? 참으로 알 수 없구나."


 틋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바탕 크게 웃어 재낀 검성은 바닥에 놓아 두었던 가방을 어깨에 걸쳐 멨다.


"그나저나 자네, 갈 곳은 있나?"

"음......아뇨."

"그래?"


 틋녀의 대답에 검성은 잘됐다는 듯 씩 웃음을 짓고는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네, 아카데미에서 교수 해볼 생각 없나?"





초지능 AI가 발달함에 따라 영화 속 캡X 아X리카노 같은 슈퍼 솔저의 육성이 가능해진 세상.

그곳에서 통일 한국의 최고의 슈퍼 솔져들로 구성된 특수부대에 복무하던 틋녀는 불법 연구 집단 토벌 임무에 투입된다.


그렇게 외계 괴물을 불러온다는 정신 나간 계획, '게이트 프로젝트'의 결정체인 게이트를 마주하게 되고,

외신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기 직전, 폭탄을 끌어안고 게이트와 자폭하는 것으로 그것을 저지한다.


그러나 분명 죽었을 터인 틋녀는 어째서 인지 판타지 세계에서 어린 소녀가 된 채 눈을 뜬다.

처음 만난 사람인 검성의 수련을 지켜보다 "검 그렇게 휘두르는 거 아닌데......"를 시전하고 만다.


그렇게 며칠, 검성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틋녀는 아카데미 교수로 초빙 되어

아카데미의 명물이자 마스코트인 호랑이(학생들이 보기에는 고양이인) 교관으로 거듭난다.


자신과 함께 이세계로 넘어온 외신의 파편이 세계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화로운 삶을 만끽하는 전투병기(변기 아님)

농ㅋㅋ틋녀의 좌충우돌 피폐 극복 아카데미 교수 생활 일대기!


누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