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살자는 신격을 얻는다.

 오랜 전승이며 누구도 믿지 못한 일이었다.

 신이 자신의 격을 낮추어 이 세상에 강림할 때까지는.

 애초에 모든 건 인간이 잘못했었다.

 얼음에 둘러쌓은 북부. 그곳에 있는 민족을 마족이라 몰고가며.

 그들이 가족같이 생각하는 설인과 눈짐승들을 마물로 몰고갔다.

 신이 남긴 거대한 빙정.

 인지를 넘는 초마력을 가진다면, 이 대륙을 지배할 수 있다.

 그저 기도하고 바라볼 뿐인 저 멍청한 자들이 아니라 우리들이!

 그런 어리석음의 결과.

 신의 자식을 하나 둘 죽여갔다.
 우리가 정의니까 이들은 악이니까.
 마족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악취미, 비인간적, 그저 학살.

 인간들은 연합을 짜고 쳐들어갔다.

 안타깝게도 불의 심장을 지키는 아이언홀드의 드워프들과

 숲의 거목을 지키는 프로스트의 엘프들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과 인간의 전쟁.

 그럴 터였다.

 그러나 비틀려버린 인식은 저주가 된다.

 그들이 마족이라 부른자들은 몸이 점점 변해갔다.

 뿔이 생기고 날개가 생겼다.

 즉,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리하여 학살은 박차를 가해지려 했지만-

 거대한 거인이 내려왔다.
 인지를 넘는 크기.
 애초에 그걸 거인이라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왕국 연합의 지도부가 있는 북부 거점에서도 보인 그것은.

 한 순간에 모든 "인간"들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선신이 자신의 신격을 깎아가며 만든 아바타.

 그렇기에 누구도 막지 못했다.

 왕국 3곳, 제국까지 거인의 행진을 막지 못했다

 그런 괴물은 어떤 청년에게 순순히 죽음을 맞이했다.

 그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가 아닌, 얼어죽고있는 빈민들을 위해서.

 산에서 홀로 수행하던 사내는, 사흘동안 거인의 몸 속에 들어가 살아남았다.

 무너진 건 얼음이 먼저였을까
 그는 신과 거래를 했다. 이곳에서 멈추는 대신 북부를 지키겠다고.

 북부에 있던 땅은 저절로 갈라져나와 특수한 방법이 아니면 가지못하는 땅이 되었다.

 그 땅 끝에는 빙정을 지키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게 된 건.

 그로부터 300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