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원작의 스크립트가 시작하는 지점에 돌입하면 틋녀의 의식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처럼 저 뒷편으로 끌려나가 스크립트대로만 행동하는 캐릭터의 악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신세의 틋녀

캐릭터가 지능형 악역인데다 최후반부에서만 본색을 드러내는 히든 진최종보스라 곧바로 들킬 일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악행을 하는것과 결국 주인공에게 목이 썰릴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틋녀

다행히 주인공의 시점 밖이거나 스크립트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대에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이를 이용해서 아예 물리적으로 스크립트로 인해 발생하는 악행을 막으려고 하면 강제로 시간이 돌아가 도돌이표

자신이 일기장등에 기록을 남기면 남에게 보이는 순간 그 기록이 '행해지지 않은 것'으로 돌아가 소용이 없었고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아도 전혀 다른 소리를 들은 듯이 반응하는 주변인물들

결국 틋녀의 모든 행동은 스크립트 내에 존재할 때만 인과를 남긴다는 것을 깨달은 틋녀가 포기하려는 찰나...

"후후... 이 독약은 말이야, 먼저 사람의 성대를 녹여버리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말이야."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그런 다음에 몸 곳곳에 스며들어 먼저 눈을 녹이고, 고막을 녹이고, 코를 녹이고, 피부를 녹여서 너의 모든 감각이 사라지게 만들 거야."

'이런거 보고싶지 않은데... 차라리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어라?'

"마지막에 남는 건 의식만 온전히 남아 천천히 녹아가는 고통을 받아들일 너의 뇌 뿐인 거지. 이해했어?"

'눈이... 내 마음대로 깜빡여져?'

어쩌다 우연히 스크립트 진행 도중에도 극히 일부 눈 깜빡이기나 손동작 등 자신의 의지대로 행할 수 있는게 있고 그런 것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는 걸 깨닫게 되고 이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구조신호를 보내는 틋녀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