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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압!”



나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창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바바리안다운 용맹한 외침에 어둠을 틈 타 나를 덮쳐오던 그 놈들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바바리안의 [전투의 함성]은 자신에게 약간의 버프를 줌과 동시에 광역 스턴을 거는데 특화된 스킬이었다.

다만 스킬의 적용 대상은 애매모호하기 그지 없었는데 자신에게 위압감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특이한 조건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내 이 한심한 외견에 위압감을 느낄 자가 과연 있을까?

바바리안의 초기 무기인 양날 도끼를 들고 있다면 또 모를까, 나는 지금 나무 몽둥이 하나만 들고 있었다.

옷도 낡은 천옷에 산발인 머리와 흙먼지가 묻은 하얀 피부는 위압감따위 보다는 동정심이 먼저 생길 외모였다.


이 어린 거렁뱅이를 보고 위압감을 느낄 상대는 이 세상을 다 뒤져봐도 이 창고에서 곡식자루를 갉아먹고 있는 쥐와 벌레들 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녀석들한테도 얕보이는 건 별반 다를게 없는 것인지, 스턴에서 회복하는게 빨랐다.

뒹굴자마자 바로 다시 일어서려는 놈들을 보며 나는 몽둥이를 다잡았다.

나는 재빨리 놈들과의 거리를 좁혀서 나무 몽둥이로 내리찍었다.



[찍-! 찌직-!]



내 몽둥이가 쥐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몽둥이를 타고 쥐가 무지개 나라 저편으로 떠나는 감촉이 전달된다.

쥐도 몬스터 취급인지라 쥐꼬리만 남긴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걸로 열 마리….”



싸움에 익숙해짐에 따라 한 마리 한 마리 사냥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밤새도록 쥐들과 한 공간에서 사투를 벌여야 되는 건가 싶었는데 무척이나 고무적이었다.

이제 다섯 마리만 더 잡으면 클리어였다.


나는 쥐가 남긴 곡물 가루의 흔적을 따라 창고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이었지만, 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깔 구별은 힘들지만 물건들의 윤곽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바바리안과 어린아이의 조합으로 얻을 수 있는 [야생의 아이]라는 스킬이 있었다.

야생에서 짐승처럼 나고 자란 덕분에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버프를 얻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간단히 사물을 볼 수 있는 건 이 스킬 덕분이었다.

흔적을 따라가자 창고 깊숙한 곳, 곡식자루 뿐만이 아니라 술을 보관하고 있는 오크 통이 나왔다.

그 중 오크통 하나가 옆으로 쓰러진 채 액체를 콸콸 쏟고 있었다.


쥐 다섯 마리가 거기에 옹기종기 모여 허겁지겁 술을 물처럼 핥아마시고 있었다.

개중에 덩치 큰 놈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저게 보스겠지.

나는 곧장 전투의 함성을 발동하고 쥐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아아압! 오늘이야말로 퀘스트를 성공하고 방음 잘되는 1인실에서 잘거야!”



말똥냄새나는 헛간이나 발정난 원숭이들의 소음공해 속에서 벗어나고야 말테다!

그런 각오와 함께 몽둥이를 휘둘렀다.



[퀘스트 : 고기 한 입, 술 한잔의 행복 여관의 은밀한 도둑들]

[성공 여부 : 실패!]

[실패 사유 : 쥐와의 접전 끝에 패배]

[TIP : 몬스터와의 전투 어려우시다면 무기를 강화하거나, 레벨을 올리시거나, 파티를 꾸려보세요!]



그리고….

패배했다.



*****



“푸후훗. 그래서 그렇게 엉망이 된 체로 엎드려 있던 거야?”


“누… 아니 언니, 그만 좀 놀리세요….”


“미안미안. 그래도 창고 안 쪽에 쥐가 술까지 먹고 있었다니. 한스 아재한테 말해줘야겠네. 자, 이건 보수야.”


“네? 아니 저, 쥐 아직 다 못잡았는데요?”


“10마리나 잡았다면서? 나머지는 내가 그냥 내가 처리하면 돼. 그리고 이건 한스 아재가 주는 게 아니라 내 일거리 도와준 수고비라고 생각하고.”


“흑…. 감사합니다.”



지금 내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건.

과연 이 소녀의 상냥함에 대한 감사때문일까, 아니면 소녀의 연민에 가슴이 찌르듯이 아파서일까.

하지만 나는 하찮은 자존심때문에 호의를 거절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약한 것이지, 멍청한 게 아니거든.



“베리! 농땡이 부리지 말고 가서 주문이나 받아와!”


“아, 알았어요! 재촉 좀 하지마요!”



베리, 라고 불린 소녀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고블린 사냥에서 돌아온 플레이어 파티의 주문을 받으러 갔다.



“나도 커스터마이징만 말랑하게 안했으면 지금쯤 저기서 웃고 있었겠지…?”



이제와서 후회해본들,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나는 베리가 건네 준 동전을 세어봤다.

딱 내가 사냥한 쥐만큼의 보상.

이걸로 오늘 여관비는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요. 오늘 치 숙박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험악한 인상의 여관 주인, 한스에게 다가갔다.

한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흘깃보더니 방의 번호가 적힌 나무 열쇠를 건네주었다.

여관은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한 층 한 층이 제법 크고 화려했다.


벽에는 포도줄기모양으로 양각된 횃대에 촛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일정한 간격으로 1층 전체를 빛내고 있었다.

1층 중앙에는 샹들리에 대신 커다란 마석이 빛을 내며 자리잡고 있었다.



“도시 동쪽으로 쭉 가니깐 고블린 군락이 여러 개 나온대. 다음엔 거기로 갈까? 파티 둘 정도 모으면 군락 하나 정돈 잡을 거 같은데.”


“서쪽엔 코볼트도 있다던데?”


“코볼트 애기 한 명 마주쳤는데 볼살 엄청 말랑말랑하더라.”


“코볼트는 몬스터 아니야? 볼살 만질 수가 있어?”


“코볼트는 반쯤 NPC더라. 벌벌 떠는게 불쌍해보여서 무기 내리니깐 꾸벅 인사하고 가던데.”


“근데 볼은 어떻게 만졌어?”


“인사하고 가는게 귀엽길레 뒤에서 덮쳐서 볼살 만져봄.”


“이 미친 퍼리충 새끼….”


“아니 진짜 귀엽다니깐? 우리집 코코 보는 느낌이었어…. 하, 씨발. 우리 진짜 어떻게 하냐.”


“뭘 어쩌긴 어째. 일단 마셔.”



나는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착잡한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끝에 있는 211호실이 내 방이었다.

나무 열쇠를 꽂아 문을 열소 다시 방 안에서 문을 잠궜다.


방 안에는 짚을 깔아 넣어 만든 어설픈 침대와 얇은 요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체 어서 빨리 잠들기를 빌었다.

흥겨운 소리가 바닥을 타고 둥-둥- 울린다.


그렇게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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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분량 채우려고 했는디

너무 졸려서 그냥 쓴 만큼만 올림


첨부터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써보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


노피아 챌린지 열린다던데 그 때 수정해서 함 올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