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에 너는 아름답게 피어났던 두견화였다.
붉은 연보라 빛으로 산들산들 신기루처럼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두견화의 그것과 닮았던 너였다.

너는 봄날 저 화려강산을 흐드러지게 피어난 두견화 그 자체였다.


피어난 꽃은 활짝피었다 이내 사그라진다.
자그마한 불꽃처럼 화사하고 덧없이 피어올랐다가 볼품없이 사그라든다.

그것은, 두견화를 닮았던 너도 그랬다.

아름답게 피어올랐던 너는 빠르게도 시들어갔다.

살랑살랑 나부끼던 너의 그 붉은 연보라 색 머리카락은 푸석하고 색 바랜 회백 빛으로 물들었고,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지던 너의 그 붉은 석류같은 눈동자는 차갑고 어두운 시궁창의 색이 드리웠다.

하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런 너마저도 사랑했다.

산뜻하게 피어올랐던 너도, 볼품없이 시들어가던 너마저도, 이제는 시들어 사라진 너조차도,
나는 사랑했었고,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그 날의 너를 잊지 못하고,
양지바른 언덕 위, 두견화 하나 피어오른 봉우리에,

같이 마실 청주 한 병을 챙겨 너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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틋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우좀 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