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지배할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삶은 본디 소유의 일환이며, 길의 이정표들이자.
생명을 품은 그 누구나가 거쳐가는 통과의례이나.
그러한 것들은 '움직임' 지자라는 자들이 말하는 거시적 순환으로만이 존재를 명시할 수 있다 한다.
그러니 죽음이란 그것의 정반대이며.
움직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니.
응당 길의 끝. 안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죽음은 고고한 것.
그렇기에 죽음은 생명이 유일하게 닿을 수 있는 구원이며.
자비이자 거룩한 안식일지니.
죽음을 소유하려는 자는 이윽고 맞닥뜨릴 것이다.
"죽음이여! 대답해라! 너의 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일국의 왕이 일렀다.
"......"
"내게서 그녀를 앗아간 것! 그것이 너의 죄이며. 이 세상이 고통에 빠지는 이유로다!"
"......"
"침통한가? 이 땅을 더럽히는 나를 지옥으로 쑤셔박고 싶어 참을 수 없는가?"
"아뇨. 그건 저의 소관이 아닙니다."
죽음은 말했다.
"저는 그저 하나의 영혼이 떠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