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에 안야한부분만 적고감

야한부분 안나오니까 19땃쥐도 안달았음



운이 좋았다. 귀족과 엮인다는 건 그 방식과 형태가 어떻든 일단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세요. 오늘 안으로 찾아낸다면 여러분 모두에게 두 달 치 급료를 드리죠.”


“예! 거기부터 거기까지는 왼쪽 길로, 거기부터 거기까지는 오른쪽 길로 흩어진다. 나머지는 날 따라와!”



사람을 푸는 게 끝이 아니었다. 인근 마을에는 마족의 법술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꼬마를 발견하면 금화 2닢을 지불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꼬마는 한나절이 지나기 전에 붙잡혀 백작 가 장녀의 눈앞에 대령되었고, 장녀는 약속했던 모든 보수를 흔쾌히 지불했다. 


그게 둘의 첫만남이었다. 그 광경은 이제는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았다. 





“상태가 어떻죠?”


“혼탁합니다. 깨어나려면 사흘은 걸릴 겁니다.”


“그래 보이네요.”



인간에게 마(魔)의 씨앗을 심는다는 법술이었다. 강한 인간이 당할수록 결과가 치명적일 터였다. 


인근 통행은 통제되었지만, 무해한 꼬마가 매설된 법술진에 다가갈 때에는 아무도 꼬마를 말리지 않았다. 


법술이 발동하고 혼란에 빠진 꼬마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곧장 따라붙은 수색대를 피하지 못했다. 



“저 법술, 해법이 있나요?”


“있습니다만,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그 법술은 피해자를 주변 환경에 맞춰 변화시키므로…”



장녀는 접은 부채로 손바닥을 두 번 두드렸다. 말이 많을 필요가 없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다.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면 원하는 대로 그 형태를 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위험성은 어느 정도 되죠?”


“이 주술 자체에는 위험성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마(魔)라고 하면 눈을 뒤집고 때려잡으려고 드니 참사가 나곤 합니다만…”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마물을 두려워했다. 법술에 휘말렸을 뿐인 무고한 피해자도 그들에게는 두려움의 원천이자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두려워하는 군중에 둘러싸인 피해자는 마찬가지로 사방을 두려워하여 예리하고 치명적인 살상병기가 된다. 


곧 참극이 벌어지고, 인간은 더더욱 마물을 두려워하게 된다. 간단하면서도 끔찍한 악순환이었다. 



“좋아요.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의사는 목례하며 자리를 떴다. 


장녀는 멀어지는 의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피해자’를 데려온 건 첫째로는 불필요한 참극을 막기 위한 공익 목적이었다. 





“그래서 저를…이렇게 호화롭게 키우셨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상태가 안정화되는 데에는 장장 2년이 걸렸다. 그 동안 장녀는 방에 출입하는 인원 명단, 식사 재료, 심지어는 커튼을 여닫는 시간까지 철저히 관리했다. 


그게 실험이라면 결과는 성공이었다. 꼬마는 2년 동안 급속도로 자라 장녀가 원하고 기대하던 인물이 되었다. 


외관은 마물이지만 해롭지도, 적대적이지도 않다. 웃을 때엔 입을 가리고, 인사할 때엔 왼발을 뒤로 빼며, 땅에 끌리는 드레스 자락을 밟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아가씨가 되어 있는 것이다. 



 - 의사 선생님, 소견이 있다고 말씀하셨던데.


 -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따님께서는 본인과 일부 여자 하인만 출입했다고 말씀하셨는데, 확실합니까?


 - 그럼요.


 - 그렇다면 저 아이…아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남자가 되는 게 통례적인 결과입니다. 요즘 이렇게 말하면 욕을 먹긴 합니다만, 남자와 여자가 짝이 맞는 게 가장 기본적이고 원시적인 법칙 아닙니까.


 - 그렇긴 하죠. 그렇지만 방대하고 난해한 법술을 우리가 어찌 다 이해하겠어요?


 - …학계에 보고할 가치가 있겠습니다.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어딘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 따님께서 그런 실수를 할 분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글쎄요…



저 아이는 남자였다. 오해의 소지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여자가 되어 있다. 이 또한 오해의 소지가 없다.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아가씨, 저는…”


“혼란스럽죠?”


“…조금 그렇습니다.”


“그래요, 저도 이해한답니다.”



백작가는 장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그 꼬마가 겪을 모든 ‘압력’을 통제했다. 


생존과 투쟁의 갈망도, 경쟁의 압박도, 고뇌와 괴로움도 최소한도로 조절되었다. 


그 결과로 발산되는 것은 가장 원초적이면서 강력한 번식, 재생산의 본능이었다. 꼬마는 언제부터인가 정욕의 현신이라 불리는 서큐버스의 형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걱정되나요?”


“아닙니다.”


“그래요, 잘 자요.”


“…저 같은 놈과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안 될 게 뭐 있겠어요? 세상이 뭐라고 하건 당신은 이미 무해하고 안녕한 사람이랍니다.”


“네…그렇다면,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날은 그때껏 역동하던 꼬마의 마성이 드디어 안정화된 날이자, 장녀가 몇 년을 준비한 결실이 거두어지는 날이었다. 





새벽이라기엔 어두컴컴한 한밤중이었다. 


저릿한 감각이 온몸을 뒤덮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혹시 몸이 제 마음대로 변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방은 고요했다. 옆에서 잠에 빠져 있는 장녀의 숨소리가 선명히 들릴 정도로. 


그래. 온 신경이 장녀를 향해 있었다. 


이유도 원리도 형언할 수 없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꽃에 끌리는 꿀벌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 날이었다. 



“아가씨, 아가씨…저…”



형언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감정은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숨 막히는 충동이 서큐버스를 평생 끌고 다닐 정욕이라는 걸 이해하기엔 일렀다. 


설령 이해할 수 있었더라도, 그 표적이 왜 남자도 아닌 장녀 아가씨인지까지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숨을 억지로 가다듬고 다시 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