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량은 재능이고, 태어난 후 바꿀 수 없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 하다. 하지만, 최대 마력량과 마력 회복력을 늘리는 비윤리적인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마력이 있는 사람을 잡아서, 그 사람의 마력의 원천을 '흡수'하는 것.


당연히 사람 하나를 납치해야 하고, 흑마법도 사용해야 하니, 리스크가 절대 작지는 않다.


이 짓을 하다가 걸리면 기본이 60년 징역, 대부분은 처형.


문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도 마력량을 증가시키고 싶은 사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마력이 넘치던 아카데미 학생이었던 틋녀, 그는 어느 날 흑마법사 조직에 의하여 납치가 되었다.


그는 납치되는 도중 최대한 저항했지만, 수십 명이 철저히 계획한 함정에서 개인이 빠져나올 순 없는 법이다.


마력의 원천을 한 사람에게서 꺼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꺼내려고 하면 신체가 엄청난 저항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흑마법사들은 2주간 그의 몸 이곳저곳을 변형시킨 후, 몸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할 때까지 고문하여, 마력의 원천을 그의 몸에서 '쥐어 짰다'고 한다.


그가 '그녀'가 된 일은 최대한 몸을 망가트리는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며 마력의 원천을 강제로 헌납 당한 피해자들은, 고문보다 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마력의 원천이 대부분 착취 당한 피해자는 풀려나지 않는다. 대신, 증거 인멸을 위해 남은 껍질을 버리듯 살해당한다.


그렇게 그녀도 똑같이 살해 당할 예정이었는데, 당하기 하루 전에 겨우 아카데미에서 발견해서 목숨만 살려 놓았다고 한다.


그녀의 가문에선 최소한 성폭행은 당하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아보려고 했는데, 그녀의 몸과 정신이 완전 망가진 탓에 그런 위안도 통하지 않았다.


망가진 몸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었기에, 그녀와 그녀의 가문은 이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문제는, 그 상태로 원래대로 살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마력이 거의 없으니 아카데미를 자퇴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마력 생성이 거의 안된다고 아카데미를 나갈 수는 없다. 아카데미에서 자퇴하는 순간, 남은 인생이 비참해지는 게 확정되니까.


그녀의 아카데미 전공이 마력량과 상관이 거의 없는 '정밀마법학'인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그녀에게 매우 적은 최대 마력량보다 더 큰 문제는, 최대 마력량이 적으면, 충전되는 양은 훨씬 더 적다는 사실이다.


마력량과 상관이 없다고 실습 도중에 마력을 적게 쓴다는 것은 아니었다. 충전되는 마력이 적다면 실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었다.


또 다행히, 마력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 


마력을 계속 옆에서 보충해 줄 사람만 있다면, 그녀는 정상적으로 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이 가능했다...


라고 생각한 그녀와 그녀의 가문은 곧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카데미에서는 학생이 호위병, 비서 등 수행원을 데리고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수행원을 데리고 학교를 다닌다면 귀족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기 쉽다고 보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을 피할 방법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남자 학생을 하나 고용해서, '연인'처럼 꾸민 다음 수행원처럼 쓰는 것.


다른 관계면 몰라도 연인 관계라면 매일 같이 다니는 것도 이해가 되고, 한 쪽이 온갖 도움을 주는 것도 말이 되니까.


그렇게 나는 틋녀의 '연인'으로써 고용되게 되었고, 나는 불쌍한 사람과 불쌍한 연애를 하게 되었다.




***




"저, 어... 음..."


말을 못하겠다. 사랑한다는 고백도 아니고, 그냥 요리 강의를 같이 듣자는 말이 하고 싶을 뿐인데.


내가 시우와 잘 때만 서로 떨어져 있는 관계로 지낸지 벌써 3달이 지났다.


3달 동안 내 정신은 많이 치유되었다. 물론 아직도 어두운 곳에 가면 덜덜 떨고, 흑마법사와 비슷한 복장만 봐도 눈물이 나고, 누군가가 나한테 마법을 쓸 때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만... 스읍, 치유된 게 아닌가?


아무튼, 이것 이외에도 많고작은 문제들이 있지만, 3달간 일상생활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유가 되었다.


완전히 망가진 사람을 비교적 정상적으로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달, 그만큼 3달은 매우매우 긴 시간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맨날 같이 있으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상식이고 정상 아닌가.


정말 슬프게도 이건 시우에겐 통용되지 않는 상식인가보다.


나는 시우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감정을 숨기기 어려운데, 시우는 3달 전 나를 처음 만난 때 그대로다.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없이, 연인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시우.. 야... 이거.. 같이 가지 않을래..?"


나는 부끄러움에 눈을 꾹 감고, 시우에게 요리 교실 홍보지를 건넸다.


내 마력을 보충해주는 것 이외에도, 시우는 나를 지켜주는 경호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우는 수업이 끝난 뒤에도, 시간이 남으면 나를 계속 따라다니게 되어있다.


문제는 학업 이외의 일로, 시우를 부르기 참 민망하고 쑥스럽다는 것이다.


특히나 요리 실습에 같이 가자는 이 요청은, 하기가 부끄러운 걸 넘어서 두렵기까지 했다.


이걸 데이트 요청으로 안 시우가, 우리는 연인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그런 말을 할까봐.


"어.."


내가 홍보지를 내민 후, 몇 초간 조용했다.


이 침묵에 나는 갈수록 불안해져서, 결국 불안감에 내 눈을 뜨게 되었다.


다행히 내 불안감과 달리 얼굴이 구겨진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우는 웃고 있었다.


시우는 홍보지를 들춰보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틋녀씨가 가는 곳에는 제가 어디든 따라갈테니, 마음대로 하셔도 좋다고요."


너무나도 잘생긴 웃음에, 나는 잠시 설랜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설렘은 없어지고 화만 나게 되었다.


그 미소에 사랑한다는 감정은 분명히 없었다.


사랑은 없고 그저 나를 불쌍하고, 돌봐줘야 할 개체로 보는 시선.


내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경험해온 시선을, 다시 한번 경험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시선이 제공하는 돌봄과 도움이 좋으면서도, 또 너무나도 싫다. 혐오스럽게도 싫다. 


나는 다시 시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설렌다, 부끄럽다, 이런 나를 사랑한다면 느낄만한 감정은 없고, 그저 나를 어떻게 돌봐줄까 고민하는 표정.


나는 조금 좌절했다. 솔직히 이정도면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같이 요리 수업 듣자는 건 누가 봐도 선명한 신호 아닌가.


하지만 이내, 나는 좌절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이 수업 뒤의 나는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테니까.


또 철벽에 당해서 하는 자기위로는 아니다. 이유가 다 있다.


왜냐면, 시우는 정말로 가치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교수들이 말하길 아카데미의 모든 전투학과를 통틀어서 시우같은 천재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나하고 거의 대부분 붙어있기 위해서 '정밀마법학' 수업까지 듣고 있으니, 아마 아카데미에서 시우만큼 가치있는 학생도 없을거다.


시우는, 한번의 일로 나락으로 떨어진 나와는 정말, 정말로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미술을 배우고, 요리를 배우고, 여러가지를 배우면서 내 가치를 키울수록 좋다.


가치있는 시우를 내가 낚아채기 위해선 나도 어느정도 가치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테니까.


내가 비록 지금은 이렇게 위안을 얻고 가지만, 다음은 아닐거다. 다음이 아니라면, 다다음은 아닐거다.


이대로 계속 들러붙다보면 정말 나를 사랑해줄 날이 오겠지.


꼭, 꼬시고 만다.







불의의 사고로 여자가 되고 몸과 정신이 모두 망가져버린 틋녀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아직도 망가진 면이 많은 틋녀를 불쌍하게만 보는 시우


그리고 그런 시우를 꼬시기 위해서 노력하는 틋녀 어떰?


괜찮은거 같으면 대답은 정식연재로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