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참으로 씁쓸하고도 엿같은,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이라는 악질 수준을 넘어서 붙잡을 수 밖에 없는 끈을 던져주고는 한다.


당장이라도 끈을 놓아버리면 편할텐데도, 내 성격이란게 그렇게 하지를 못하니.


…세상이 어디선가 나타난 마왕과 그 무리들, 어디선가 나타난 정체불명의 탑, 어디서 발흥했는 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종교라는 삼연타로 멸망해가는 와중에도 누군가를 돕고, 돕고, 돕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 돌아오던가, 아니면 세상에 돌아갈 것이라 믿었다.


비록, 남들에 비해 못생긴 수준이 아니라 추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추한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누군가를 도울 때마다 고맙다는 감사의 말은 들어본 적이 드물고, 오히려 역반하장으로 왜 이제 왔냐는 말은 일상다반사였다.


개중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탐나서 뒤를 공격한 적도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선한 일들이 모이고 모이면 어떤 식으로든 바뀌겠거니 하고 얄팍하기 짝이 없는 믿음으로 버텼다.


도와준 자들이 하나같이 그들에게는 도와줄 가치가 없다는 자들을 도와서 반역자로 몰린 경우도 있었고, 멸망해가는 종족을 도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도 현상금이 붙은 적도 부지기수였다.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종족을 차별한다는 건 옳지 않았으니.


세상이 멸망해가는 와중에도 서로 끊임없이 다투고, 차별하고, 증오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이렇게 살아가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은 적도 있었지만.


나는 이것이 옳은 일이라 여겼다.


더 이상 내일이라는 희망보다는 당장의 현실에 급급해 입에 담기도 힘든 짓들을 저지르는 지금이라도, 누군가는 내일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랬다.


내가 이렇게, 추악하고 혐오감이 들게 생겼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가 하는 일에 무언가를 깨닫고 남들을 도우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세상이 좋아지기 시작할 테니까.


그러니, 누군가의 호감을 사기 힘들 정도로 추악했던 내 외모가 여자가 되어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태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버릴 수는 없었다.


성격이 이런 걸 어떻게 하나.


그러니, 누군가를 도우는 것에 외모는 필요가 없었으니 가면을 쓰고, 언젠가 내가 그들을 구했던 것처럼 그들도 남들을 구하기를 바라며.


돕고 도운 끝에, 언젠가는 다툼이 사라지고, 차별이 사라지고, 내일이라는 미래를 꿈꾸는 세상이 되기를.


세상은 살만하다는 나의 외침이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