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이션 수익금은 전액 희귀병 환자를 위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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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틋순아 그래. 좋은 일에 쓴다는거니까 도와주고는 있는데... 이렇게 막 쓰면 기부 할 수는 있는거야?"

나는 틋순이가 시켜준 닭다리를 뜯으며, 이제는 그녀가 된 그에게 질문했다.


"응? 기부를 왜 해? 내가 피땀흘려 번 돈인데."

라고 말하지만 피도 땀도 흘리지 않고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게임만 한 틋순이는, 그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너... 분명 도네이션 수익금은 전부 희귀병 환자한테 사용한다 하지 않았어?"


"응, 지키고 있는데?"


"근데 지금... 도네이션 수입 들어오는대로 니 사리사욕 채우는데만 쓰고 있잖아...이거 사기죄 아니야?"


"여기 있잖아 희귀병 환자. TS병 환자!"


"..."


1."왜 그래? 나 혼자 먹는 건 아니잖아. 너도 먹고 있으니까 된거지." 


답답함에 한숨만 나왔다. 저 녀석이 희귀병 환자인건 알지만 다른 희귀병 환자들한테 기부하는 줄 알았는데. 나한테 주는 걸로 퉁치다니. 뭐, 치킨은 맛있네. 


"그래도, 난 희귀병 환자가 아니라고. 다른 희귀병환자들한테도 돈좀 써. 사기 치지 말고." 


"너도 희귀병 환자잖아. 곧 그렇게 될거야." 


"그게 무슨....!!" 


전신이 불에 타는 고통을 느끼며 흐릿해진 내 눈 앞에는 날 보며 웃고 있는 틋순이가 보였다. 


"이제부턴 날 언니라고 불러. 알겠지?" 


대체 무슨 소리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고통으로 인해 난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2.온 몸을 가득 채울 듯한 뜨거운 열기. 온 몸을 뚜들겨 맞는 듯한 참신한 고통. 정신이 희미해져서 기절하기 직전임에도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 봐. 내가 말했잖아. 너도 체질이 있다고."


"윽, 어, 언제?" 


"나랑 같이 종합 병원에 갔을 때부터. 아 맞다. 나만 듣고 너한테 안말해줬던가. 뭐, 중요한 건 아니잖아?" 


"졸라 중요한 일이잖아!" 


나는 내심차게 분노를 표출하며 틋순이에게 화를 냈다. 진짜 어떻게 희귀병인 TS병이 나랑 틋순이가 동시에 걸릴 수 있냐고!  생식기가 사라지고 내장이 뒤틀리며 머리가 자라나는 것을 보이지는 않지만 느끼며 생각했다. 


"엣헴. 이제 너도 TS녀니까 내가 당한 걸 똑같이 당해줘야겠지?" 


"뭐, 뭘." 


틋순이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다. 


"뭐~ 꼴에 정신은 남자라고 친구끼리 키스도 하고 고추도 빨고 다 그랬잖아. 이번에는 너가 해주는거지." 


"여자끼리?!" 


틋순이는 차마 말로도 다 표현 못할 만큼의 음란한 표정을 짓고 천천히 다가왔다. 도망치려고 발을 뻗으려 하지만 작아진 키에, 의자에서 발이 닿지 않았고, 길어진 머리와 늘여진 옷 탓에 조금만 걷다가 넘어져서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3. "도,도움! 도움!"


필사적으로 구원을 찾으며 애걸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뭐하냐?"


4.그리고는 이내 지이이익 하는 소리와 사라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5.남성복 바지의 두꺼운 지퍼가 내는 지이익 소리와 여성복 특유의 부드러운 옷감이 샬곁에 스치는 소리는 상황만 보자면 꽤 외설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종범의 합류로 틋순이의 광기를 멈출 수 있었다. 종범의 빠른 상황 판단으로 틋순이와 나를 떨어뜨려 나 또한 처녀를 지킬수 있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나, 동정보다 처녀를 먼저 잃을 뻔한건가? 동정보다 처녀라...그럼 앞으로 여자로 살아야하는 건가? 앞으로 쭉? 방금전까지 여자로써 당할뻔했지만 아직도 실감나는 것은 아니였다. 

갑작스래 여자로 바뀌었다고 해서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적응할 것 같진은 않았다. 


그때 나의 상념을 깨는 종범의 목서리가 바로 귀 옆에서 울렸다. 


"듣고 있냐"  

"어!?" 


순간적으로 들려온 중저음 보이스에 놀란 나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고 그 결과 뒤에 있던 종범에게 안기는 모양세가 되었다.


"어,어어.."


6.나는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스위치가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7.으윽. 우으윽. 몸이 발작을 일으키며 발광한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이성 혐오증이 도지고 말았다. 꼴에 여자가 됐다고 여자 혐오증을 남자 혐오증으로 바꿔준건가. 그나마 틋순이를 보면서 트라우마를 천천히 극복해가고 있었는데, 좌절되고 말았다. 억지로 구역질을 참으며 손사래를 쳐서 종범의 곁에서 내려왔다. 틋순이도 무서웠지만 그보다 혐오증이 먼저였다. 숨을 내쉬고 틋순이에게 안겼다.


8.아. 좋은 향기. 틋순이에게 안겨있자 떨리는 몸이 점차 안정됐다. 나는 고개를 돌려 종범을 쳐다봤다. 그의 떨리는 동공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약간의 당황. 그리고 아쉬움이었다.


9."여긴 뭐하러 왔어." 


종범의 눈동자속에 느껴지던 묘한 감정과 욕망을 홀린듯 쳐다보던 나를 깨운건 무언가 불안한듯 떨리는 틋순이의 목소리였다. 날 껴안은 두 팔을 통해 느껴지는 익숙한 두려움. 나는 나도 모르게 틋순이의 팔에, 내 손을 겹치며 말했다. 


"종범아. 잠깐 나가있어봐." 


"...그래. 또 문제 생길거 같으면 소리지르고." 


끼익-탁. 


종범이가 문을 닫고 나가는것을 확인한 나는, 아직도 날 안은채 문을 쳐다보고있는 틋순이에게 물었다. 


"언제부터야." 


"으..응? 뭐가?" 


좀 전의 광기는 어디로 갔는지 얼빵한 소리를 내며 되묻는 틋순이에게 다시금 되묻는다. 


"너 언제부터 이성혐오증이 생긴거냐고." 


"무..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는데-" 


"거짓말 하지마." 


너 거짓말 할때 사람 눈 똑바로 못쳐다보는 버릇이 있어-나는 이어 말하며 틋순이의 품에서 팔을 꺼내 그 조그마한 얼굴을 붙잡고, 사방으로 마구 떨리는 틋순이의 눈망울에 눈을 마주치며 다시 한번 물어봤다. 



"언제부터야"


10.내가 이성 혐오가 생기게 된 계기라.. 그렇게 오래전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평범한 사회초년생일때 뒷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은 적이 있어서일까. 특이하게도 어째 내 삶의 희망을 끊어버린건 다 여자들이었다. 가까운 친척들부터.. 전 애인까지. 

그렇게 술에 의지해 삶을 살아가던 나에게 희망을 준 친구가 바로 고등학교 동창인 전 틋붕이, 현 틋순이었다. 틋붕이와 함께 지내며 내 황폐화된 마음을 치료해가던중 어째 저놈이 ts병에 걸리고 말았다. 

겉은 여자여도 속은 틋붕이라는 생각 하에 꾸역꾸역 숨기며 극복해오던 이성 혐오증을 지금 ts된 내가 대비하지 못한 종범과의 만남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