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러니까 말이 안된다니까요?"

"말이 안되는건 아니지? 여기 전구만 해도 봐 빛만 나오는게 아니라 열도 뿜어내잖아, 전기로도 난방은 충분히 한다니까?"


나는 전구를 톡톡치며 말했지만 공학자는 오히려 짜증을 내었다.

"아니 '임시'대장님, 저도 전기로 난방하는것 정도는 압니다 에너지 보존법칙 모르세요? 어차피 전기로 난방하나 그냥 증기로 난방하나 그냥 열이에요,

 굳이 전기로 에너지를 보내야 할 정도로 도시가 큰것도 아니고 어차피 폐열로 난방하지 않습니까? 이미 발전설비도 최대로 출력을 끌어냈는데 여기서 뭘 추가하다가 어떤 사고가 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니 나도 그정도는 알아"

"아 그러시구나? 마녀라서 과학은 모르시는 줄"

묘하게 비아냥 거리는 말을 무시하고 나는 대충 스케치한걸 건냈다.


"나도 없는 에너지를 막 만들라는건 아니라고, 나도 나름 학자거든? '전에' 나도 여기서 연구한적 있잖아, 아무튼 에너지는 다른데도 있잖아? '바람' "

그는 내가 대충 그려놓은 스케치를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아까보다 현실성이 있기는 한데 그래도 어려워요"

"알아, 일단 제료부터 문제지"

내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지만 유지보수도 답이 없는데다 저거 바람이 보통 세기는 아니잖아요? 일반적인 풍차면 다 망가질 겁니다"

"디자인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나도 이런 수직형 발전기는 힘들어도 빙벽위에 튼튼하게 눕혀놓는거지"

"이러면 바람 방향이 바뀔때 대응을  못하잖아요? 그리고 바람이 쌩쌩 부는데 저걸 유지보수하기도 힘들어요, 차라리 스팀파이프같이 새나가는 곳의 단열처리를..."


"그래도 해봐, 인류 최고의 학자들이잖아? 불가능은 아니잖아, 일단 폭풍 하나가 지나갔으니까 여유도 있어, 지금 새로운 기반을 다져야해, 완전히 새로운 거긴 하지만 그게 기술자잖아?"


"하아~ 이젠 연구팀 아니라고 막 다루는거 아니에요?" 

한숨을 쉬는 남자 연구원 앞에서 나도 똑같이 한숨을 쉬었다.

"으아아! 나도 지금 힘들거든? 이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어떻게든 해야한단 말이야, 왜 난대없이 내가 이 일을 해야하는데?"


이 무슨 의무만 있는 자리란 말인가? 물론, 다음 대장으로 (강제)임명 되면서 도시를 움직일 권력과 선전부 한중간의 따뜻한 집무실이라는 무시무시한 사치를 누리는 중이지만 갑자기 눌려온 어마어마한 책임감에 신음하는 중이였다.


거기다 실직적인 권력은 대표자 연합, 즉 이사회가 부리고 나는 그냥 대표로 서있는 마녀일 뿐이잖아


"어휴... 그래요, 일단은 논의를 좀 해보죠, 일단 들어보니 아주 말이 안되는 방식은 아니니까"

"응, 다음주까지 지금 발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모델들을 전달해줘 일단 아무거나 제시해보고 하나를 고르자고"



"거참... 폭풍도 지나갔는데 야근이 멈추질 않네요"


"어쩔수 있나? 사람들이야 기뻐하지만 여전히 도시는 개판이라고? 예초에 계획조차 잡혀있지도 않은 도시에 수용인원은 한참 넘었잖아, 식량, 주거, 난방, 자원 전부 부족해! 인육까지 먹는게 현실이잖아"


내가 한탄하듯이 말하자 그 연구원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마법사잖아요? 마녀의 힘으로 뭐 어떻게 안됩다니까?"

"마법따위는 기계문명과 함께 망했거든? 무슨 동화책 속의 마녀 이야기 하냐? 그리고 기술자들도 일단 마법은 쓰잖아? 특히 오토마톤 만들때"

"그래도 '전통적'인 마법을 쓸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잖아요?"


"그래도 이 겨울에는 알량한 마법 따위보단 저 발전기가 믿음직 하지, 솔직히 날 대표로 쓴것도 희생양 찾는거 아닌가 싶어, 마녀면 사악한 이미지잖아? 얼마나 방패로 쓰기 좋아?"


"요즘도 그런 사람이 있답니까?"

"응, 특히 일반 평민들은 더 심하고 나 어릴땐 마녀사냥도 당했다니까?"

"아니 오토마톤이 다니는 시대인데도 마녀사냥을 해요?"


"이래서 귀족 출신들은..., 하루단위로 보고서 제출하고 상황 맞춰서 재료같은것도 협상을 해볼께 대화해서 즐거웠고"

나는 나름 즐거웠던 대화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다.


일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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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미 일정상 퇴근까지 한 시간이니 좀 걸어다닐 생각이였다.


영하 20도짜리 칼바람이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영하 180도라는 미친 추위는 다시는 겪고싶지 않다.


나는 이 매서운 추위에도 후끈한 복사열이 느껴지는 발전기 앞 공터를 걸었다.


그 무시무시한 한파가 지나갔기 때문일까? 여전히 나아진건 없음에도 사람들의 얼굴엔 활기가 감돌았다.


어디서 나무를 구했는지 발전기 근처의 술집에는 야외 테이블을 가져다 묵혀놓은 술들을 팔았다.


영하 20도의 강추위에 피크닉을 하듯 술과 안주를 즐기는 모습이 이상해 보일만 하지만 -180°C를 겪어본 사람들로썬 -20°C 이상은 한여름이다.


거기다 발전기의 복사열을 그대로 받는 위치이니 실제로 느끼는 추위는 나름 견딜만 할꺼다.


4명의 가족이 방한복으로 완전무장한체 돋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건 언뜻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원했던 '일상'을 되찾으려 하는 희망적인 모습이겠지


그런 희망을 찾는 모습에 약간의 미소가 지어졌지만 결국 모든게 돌아올수는 없었다.


탐험대와 드래드노트 탐사팀이 짬짬히 들고온 맥주는 아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잔을 가득 체웠지만, 접시에 올려진 고기는 쥐고기였다. 그럼에도 자리에 많은 아이들은 오랜만에 먹는 구운 고기에 눈을 반짝거렸고, 온실에서 만든 해조류 들을 뭉처 네모났게 잘라 굽고, 튀긴걸 안주로 삼고 있었다.


온실에서 함께 양식한 물고기 튀김으로 오랜만에 피쉬엔 칩스를 먹는 사람도 감자가 반, 나머지는 대충 비슷한 걸로 때운것들이다.


그래도 술은 안 부족해서 다행이지,

나는 마치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발전기의 다리 부분을 쓰다듬었다. 본체랑은 조금 떨어진 다리라도 조금은 따뜻했고, 작동중인 발전기의 진동이 느켜졌다.


나도 그 펍에서 해조류 튀김을 샀다. 괴악한 맛이라고 하지만 나름 요리를 했는지 맛있는 편이였다.


맥주도 좋고


"하아... 이렇게 대단한게 있는데도... 그것도 3개나 되는데 이러다니 참..."


이쪽 세계로 전생하고 이 몸으로 참 많은걸 겪었다.


빙하기가 오고 스팀펑크 기술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 나는 그런 세계의 소녀의 몸에 빙의했다.


설정 한줄 없던 마녀의 핏줄로 태어나서 생고생을 다하고, 공부를 해 어떻게든 기술을 배워 도시에 들어간것도 잠시, 어느세 닥친 빙하기는 세상을 꽁꽁 얼려버리고, 발전기를 짓느라 또 고생하고


제대로 된 도시는 들어가지도 못한체 덜컥 대장직까지 얻게되다니 이게 무슨일이냐고...


그래 여긴 '정상적인' 도시가 아니다.

원래 도시들은 미리 계획된 장소에 부지 선정을 하고 추첨된 사람들만 오는 구조지만...


여긴 다르다.


발전기가 알파, 베타, 감마 무려 3개씩이나 있고, 산업용 온실만 무려 4개가 넘는다.


멀쩡히 돌아다닐수 있는 드래드노트급 수륙양용함은 멸망급의 폭풍에도 눈보라를 해처나가며 밖에서 자원들을 수급해 준다.


증기심을 팍팍 박은 병원과, 진료소, 오토마톤 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고, 격투장과 펍, 사창가 시설들도 나름 충실히 있다.


뭔가 초 이지모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럴리가 실제로는 새로운 형태의 초 하드모드다.


일단 도시의 인구가 1만명이 넘는다.

원래 한 도시당 600명이 수용한계인걸 고려하면 발전기가 3개라도 한참 부족하다


그나마 증기심이 넉넉해서 고급시설을 짓는데 부담이 적은 것뿐 24시간 돌아가는 온실로도 식량 수급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발전기는 멀쩡하냐? 그럴리가?


아까 말했듯이 예초에 이 도시가 정상적인 도시가 아니다.

멸망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마지막 남은 자원들을 긁어모아 스스로 만든 진짜 최후의 도시다.


먼 변방에 있는곳도 아니여서 피난민들이 끝없이 몰려들고 발전기도 '임시발전기' '테스트용 시제품' 같은건 박아놓은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출력이 표준출력 발전기에 비해 한참 모자르고 감마 발전기는 걸핏하면 고장이 난다.


이 부족한 출력때문에 그 폭풍이 왔을때는 드래드노트의 보일러까지 동원하며 간신히 버틴거다.


다른 도시들처럼 세심하게 부지를 선정할 시간따위 없어 생긴 도시의 광산은 석탄이나 다른 광물들의 체굴양은 영 시원찮아 지금도 드래드노트가 사방을 돌며 어떻게든 자원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감당할수 없는 인구에 아사자, 동사자가 속출하고 굻주린 사람들은 먼저 죽은자들을 잡아먹는다.


문제는 막을수가 없다. 너무나도 잔혹한 행위지만 그렇게라도 안하면 더 많이 죽을 정도로 식량 사정은 심각하다.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전 대장에게 요청해 식량을 우선적으로 보급한게 다행이지만 여전히 도시 외각 이글루 지대에는 식인 행위가 종종 일어난다.


아니 나부터도 결국 인간의 살을 입에 넣은적이 있다.

그걸 맛있다고 생각한게 역겨운데 허기를 못 참았다.


끔찍하다.

할수 있는한 최대한 주택을 지었지만 노숙자는 넘처난다. 예초에 '표준출력' 발전기 하나당 600명이 정규 수용인원이다. 1만명을 훌쩍넘는 사람을 감당할수 없다.


지금 걷는 길거리도 마찬가지다. 따뜻해진 날씨에 희망이 돌고 있음에도 도시의 각 구역에 증기를 공급해주는 스팀파이프 근처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몰려 있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이 스팀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로 버티는거다.


산업구획같이 근무시간이 아닐때는 증기 공급이 끊어지거나 줄어드는 구획을 알지 못한다면 어느날밤 난방이 끊긴 파이프를 껴안은체 동사할수도 있고, 집도없이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이라도 퍼지면 대참사다.


그래도 풍부한 인구에 노동력은 많지만 돌려말하면 인간 하나하나의 가치가 너무 적어졌다.


마음이 아프다. 아무런 답이 없는 이 현실에 한탄할수 밖에 없다.

이걸 게임으로 봤을때는 그저 이벤트로 넘겼지만 여기서는 그 모든 행동의 결과가 그대로 보인다.


그래서 전임자가 폭풍이 지나간 후 죄책감을 못이겨 자살했겠지, 도망쳐 버린건 용서할 수 없지만 이해는 했다.


나도 미쳐버릴것 같거든, 집도 없이 스팀파이프의 열기에 간신히 버티는 가족들, 난방이 끊기는 시간을 알지 못해 차가운 파이프를 끌어안은체 쓸쓸히 동사한 소녀


외각의 이글루 지대에서 보급받은 뜨거운 물로 버티는 집안, 죽은 엄마의 시체를 해체해 딸에게 먹이는 아버지,

동생을 위해 사창가에 몸을 파는 소녀...,


아이가 아픈데 진료소는 쌀쌀하고 병원은 중환자로 넘처나는 상황에 오열하는 어머니,

어떻게든 지켜왔던 아들을 장례도 없이 시체구덩이에 던져야 하는 가족,


자식이 위독하다는 소리를 듣고도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지키는 연구소장 같은걸 보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놓을것 같다.


그나마 게임으로 여길 봤을때는 한명도 안죽는 플레이라도 할수가 있지, 여기서는 그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사람은 너무 많은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지금 내가 억지로라도 풍력발전기 같은걸 개발하라고 한것도 그것 때문이다.


어떻게든 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아무리 지금 표준출력 발전기를 새로 짓는다 하더라도 시간은 부족하고 불안불안한 석탄 채광량으로한 버티긴 어렵다.


또 식량을 만들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해조류만은 24시간 대량생산을 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생명이 덜 사라지도록 해야한다.

그래 어떻게든...


응? 저기 또 시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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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에, 영양실조, 거기다 이젠 고열이다.


뒷골목에 반쯤 눈에 뒤덮힌 아이를 대려왔다.

아직 수습안된 흔한 동사체인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었을 줄이야


살수 있을까?

다시 따뜻해졌지만 여전히 가냘픈 섹섹 거리는 소리를 내며 끙끙거리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혼자서 뒷골목에 있었으니 고아인것 같고, 당연히 집도, 보호하는 사람도 없어보였다.


정황상 몸도 팔며 생존한것 같은데, 결국 한계에 봉착한 모양이였다.


하아~나는 왜 하필 이런몸에 빙의했는지...

따뜻한 집에서 뒹굴거릴 시간이 있는 삶이 그립다. 다들 끝없이 일해야 살수 있으니까...


이제는 돌아가는것 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아니, 돌아갔으면 하지만 그게아니면 적어도 같이 공감하고 조언할 고인물이라도...


이게 시나리오에 있지도 않는 경우지만 그래도 누가 있었으면 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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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쓸려다 폐기한 설정이 있었는데 요즘 프펑 이야기가 몇번씩 나와서...


대충 프로스트 펑크 비슷한 게임

마법은 존제, 하지만 증기기관에 밀리는 중

이젠 오토마톤 프로그래밍 같은경우에만 쓰는 설정


정상적인 형태의 도시가 아님, 추첨되지 않은 기술자와 시민, 그리고 피난민들이 살아남기위해 모인도시 


동시에 먼 변방에 위치가 감춰진 도시가 아니라 피난한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면서 방주 역활을 수행할 다른도시들을 보호하는 부가효과가 있는 도시임


급하게 만든도시라 발전기는 개당 출력이 낮고,부지도 나빠 석탄, 나무, 철 등의 보급이 수월치 않음


그래도 수륙양용형 드래드너트가 살아있어 드래드너트 탐험대의 대량 보급으로 어찌어찌 버팀


물론 다녀올때마다 피난민도 함께 달고옴


증기심이 풍부한것도 이 드래드너트 탐사대 덕,


즉 고급테크 시설도 많고, 증기심, 노동력은 빵빵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전부 부족한 상황을 설정한적이 있습니다.


+아 맞다 추가로 원래좀 근본이 없는 도시라서, 선전부랑 예배당이 동시에 있고, 어디서는 아동이 일하는데 어디는 보호소가 있는등 혼종임

즉 테크트리가 잠기지는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