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때마다 느끼는건대 분명 ts인데 너무 간간하게 나와... 특히 다른 사람들 시점 외전은 더더욱...)



의식이 혼탁해... 

뭐지? 


왜 내 주위에 사람이 많을까? 


구급대원이 나에게 호흡기를 씌우고 뭔가를 하네? 


아... 


나 다쳤구나... 


아이는 어디 있지? 

구하려던 아이는... 


아 저기 있다... 살아있다... 


“다행이다...” 

“야! 다행은 무슨! 정신이 들어?” 

“다인 언니! 비켜요!” 

뭔가 배랑 몸 여기저기에 쑤셔 넣어진다.


“크윽...” 

신음이 절로 나온다. 

상처를 해 집는 고통에 살짝 정신이 각성했지만 이네 다시 심연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걸로는 오래 지혈 못해요!” 

“시아야! 다른 거 없어?” 

“제 회복 마법으론 역부족이라고요! 지금 슬라임식 젤을 이용해서 출혈을 막을 거예요!” 


슬라임... 몰캉몰캉 한데... 연미랑 그런 거 많이 먹었는데... 

“하하- 연미 젤리 좋아헸는데...” 

“지수야? 무슨 말하는 거야!” 

시끄럽다... 자고 싶은데 잘 수가 없어... 


“히히 지수야 나 구했어... 이번엔 지켰어” 

“그래, 알겠으니까! 좀 정신 좀 차려! 별로 강하지도 않은데 왜 무리한 거야!” 


“지켰어... 히히... 연미 좋아하겠다” 

헤헤... 좋은 일 했으니까 칭찬해주겠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생기는 것 같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이 바보 멍청아! 지금 살아야지! 여기서 죽으면 어쩔 건데!” 

다인이가 막 흔들어, 졸려 

“너무 흔들지 마요! 여기! 지혈 좀 해요!” 

“어떻게?!” 

“그냥! 꾹 눌러요! 거즈라도 쑤써놓던가!”


으윽... 아파 

“아프다...” 

“좀 아프라고 하는 거야! 시아야! 들것 왔어!” 

“빨리 태워요!” 


몸이 들린다. 뭔가 이런저런 소리가 마구 섞여, 


옆에서 쇼크 직전이라니, 섬망이라니 하는 말이 간간히 들린다. 뭔가 주사해 주는데 뭔가 편해진다. 


뭔가 움직인다. 나 왜 구급차에 있는 거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힘들어... 연미 보고 싶어... 


“아... 연미 보고 싶다...” 

“지수야 안돼! 죽으면 안 돼!” 

다인이가 손을 잡는다. 따뜻해서 기분 좋아. 


“따뜻하다...” 

“야! 안돼!” 

“히히 연미다...” 

연미가 보여... 그리운 나의 딸... 내 인도자... 내 모든 거 

“연미에게 푸딩 사주고 싶다...” 


“아! 제발 그놈의 ‘연미! 연미!' 정신 좀 차리라고! 연미도 꼭 살라고 했잖아!”


“언니 너무 흔들지 말라니까요! 일단 안정시켜야 해요!” 

“연미도 용서해줄 거지?” 


“야이 개쎄끼야 엄마가 지금 죽는데 애가 용서하겠냐! 지금 죽으면 내가 절대 용서 안 해! 연미랑 절대로 못 만나게 할 거야!” 

“안돼, 다인아... 나 연미... 꼭 만나기로... 했어... "


“그러니까 살라고 이 망할 놈아!” 


“... 연미야 엄마 빨리 왔는데... 히히” 

“시아야? 지금 헛것 보는 거야?” 

“몰라요 시간 없어요! 지금 얼마나 남았어요?!” 


엄마 좀 빨리 왔는데 괜찮지? 

연미야 엄마 너무 힘들었어... 


병원 좀 들렸다 갈게, 엄마 오늘 사람들 구했으니까 칭찬받을게... 


“돈 많이 벌었으니까... 우리 연미 피자도 사고 푸딩도 사고 과자도 사줘야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살라고... 이 바보야 흐으윽...” 

다인이가 운다? 왜지? 


아... 나 죽어가구나... 

... 싫은데... 


... 히히 연미 보러 가고 싶다...


졸려... 


“연미야... 다인아... 나 연미 보러 갈게” 

“바보야! 가지 마!” 

“잠깐만 보고...” 

“아냐... 아...라고!” 


연미가 보여 지금 눈앞에 있어! 

“연미야... 연미아! 보고 싶었어” 

“야?.... 안...!... 신... 차......” 


손이 안 닫아, 조금만 조금만 더 뻗으면! 

“일어나지 마! 일... 면 아ㄴ...” 

막지 마 다인아 조금만 더 뻗으면... 


아, 닫았다. 


“연미야...?” 

연미다. 드디어 만났다. 

“어?” 

“연미야 미안해... 엄마 보고 싶었어” 


“시... 시아야? 지수야 저건...” 

“쉿”

연미가 조용히 하라고 한 팔을 들었다. 


“연미 우리 연미... “ 

“응...” 

드디어 만났어... 연미야... 내가 사랑하는 연미야... 


세상이 좁아진다. 드디어 만난 연미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손을 뻗는다. 

힘이 쭉 빠져서 겨우 볼을 쓰다듬는 데도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우리... 딸... 엄마... 열심히... 했어...” 


더 이상 힘이 없었다. 

그레도 이제 여한은 없어... 힘이 빠진 몸이 축 늘어짐과 동시에 팔이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무슨... 야?!!?” 

“쇼...! 빨리!...” 

“어...!” 

“바보! 바... 바...!... 보!” 


의식이 빠르게 어두워진다. 


--


“야! 아! 무슨 일이야?” 

“쇼크예요! 빨리!” 


지수 놈의 상태는 초단위로 나빠져 갔다. 


무서워... 조금만 더 버티면 병원인데 버틸 것 같지가 않아. 


“삽관합니다!”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 녀석의 입에 관이 삽 입대고 산소를 불어넣는다. 


빨리! 빨리 좀! 


누가 봐도 오래 버티지 못할 모습이다. 다인은 두 손을 꼭 붙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금방이라는데 병원은 왜 아직도 먼 것인가? 그 시간이 야속하다. 


정신을 잃기 전에 헛소리 하는 게 떠오른다. 옆에 있는 시아를 붙잡고 진짜 연미인 듯 눈물을 흘리며 보고 싶었다고 우는 모습, 

자신이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잃어버린 딸을 찾고 


시아를 보고 연미로 착각하고는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며 정신을 잃었다. 


누가 봐도 삶의 의지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니에 불안했다. 


‘이 바보야 좀 살아! 니 자식도 살라고 했잖아! 제발! 제발 살라고!’ 


구급대원들은 계속 뭔가를 묻고, 저 새끼는 이제 심폐소생술을 받을 때쯤 병원에 도착했다.


지금 당장이라고 숨이 끊어질듯한 그놈을 중증외상센터로 옮기고 다인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상세히 설명했다. 


아오! 저 바보 같은 년 때문에 무슨 고생인가? 죽기만 해 봐라, 아주 용서 안 할 거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인은 지수를 위해 하나라도 더 설명했다. 


--


“아 다인 언니! 반가워요!” 

병실에 있는 한 아이가 환하게 웃은 체 손은 흔들었다. 


“그래 연미야 오늘도 잘 있네?” 

“뭐... 병원에만 있는데요 뭐” 

연미는 머리를 긁적였다. 


“... 저기 다인 언니?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려요?” 

“응? 비밀이라니?” 

“알려드릴게요, 대신 제 부탁 좀 들어줘요” 

뭔가 엄청난 비밀을 말하는 듯이 쿡쿡 대는 아이가 귀엽다는 생각을 한 지수는 웃으며 연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니 부탁이야 뻔하지 또 엄마 돌봐달라는 거지? 어떻게 모녀가 다 똑같냐?” 

“히히… 아시네요? 해 주실 거죠?” 


“이미 하고 있지 않냐? 아니 진짜 엄마보다 딸이 어른스러우니 참 너도 고생이 많아” 

그렇게 서로 쿡쿡 덴 후에 연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제가 제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재미있다는 듯 비밀을 터트리려는 연미를 다인은 그냥 웃으며 바라보았다. 애들이 비밀이라고 해봤자 뭐가 있다고 


“그래 무슨 비밀인지 한번 들어볼까?” 

“알았어요 저 있잖아요 실은… 전생의 기억이 있다요?” 


알고 보니 생각보다 큰 비밀이었다.


--


“삑- 삑-“ 

“거참... 나왔어” 


다인은 며칠째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지수의 손을 꼭 잡았다. 

“야 좀 일어나 봐, 이제 죽는 거 실패했거든? 여기서 누워 있으면서 세금 버리지 말고 벌떡벌떡 일어나란 말이야” 

“......” 

“자고 있으니까 좋냐?” 


... 대답이 있을 리가 없지, 다인은 손을 쓰다듬으면서 지수의 온몸에 연결된 관들을 바라보았다. 


“야 지수야 이젠 네가 연미보다 더하다. 지금 회복 마법이랑 포션도 넣어주고 있다는데 뭘 하면 몸이 이렇게 돼?” 

여전히 지수는 ‘취익'거리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 쉬고 있었다.


“... 야 일어나 바보야,... 후유~ 얼마 전에 네가 구해준 소녀에게서 편지 왔더라? 내가 읽어줄게” 


다인은 일부로 들으라는 듯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내용 자체는 평범하다. 

영웅 언니 고맙습니다. 

덕분에 건강하게 살아있어요 

언니도 금방 나아서 꼭 인사해 주세요! 


그 뒤로는 아이의 이름과 귀엽게 그려놓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있었다. 


“야 봐봐 귀엽지? 아 맞다 눈감고 있으니까 못 보나? 좀 보고 싶으면 일어나란 말이야, 왜 매번 내가 걱정해 줘야 하냐?” 

다인은 눈을 감은 지수 앞에서 편지를 흔들었다가 이네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진짜 바보야,... 야 니네 딸 환생했다며?” 

다인이 말했다. 


“갑자기 생각나네, 그때는 뭔 헛소리 인가 싶었는데... 닐 감당할 자식이면 확실히 보통 녀석으론 안 되는 것 같더라”


다인은 그렇게 말하고 그저 잠들어 있는 지수를 바라보았다. 


“…둘 다 대단한 녀석들이야, 엄마는 아직도 애 같고, 딸이라는 놈은 … 꽤 오래 살았다며?실은 안에 완전 할아버지였던 거 아니냐?” 


다인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는 지수의 손을 꼭 잡았다. 

각종 선이 연결된 손이지만 따뜻하다. 


“눈떠 바보야... 무슨 즐거운 꿈을 꾸는지 몰라도 현실에 있어야지... 제발 좀 일어나... 


옛날에 연미가 부탁하더라, 너 좀 돌봐달라고, 얼마나 걱정되면 그 ‘비밀'까지 알려주며 돌봐달라고 하냐? 


... 일어나 바보야” 



-- 


실은 이다인은 이지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본 지수의 이미지는 협회 이미지를 위한 낙하산이었으니까. 


물론 규정상 기준은 통과했고, 기초적인 훈련도 받았다. 

다만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서울지부 본부를 불행한 어린 시절 때문에 뽑는다는 이미지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구는 저기 뽑히기 위해 온값 수를 다 쓰고 공부하는데, 힘도 능력도 약하면서, 특채로 뽑혔다는 게 그랬다. 


억제 장치가 가득한 서울이지만 우리가 결코 노는 건 아닌 데다, 일이 적다면 그만큼 출장이 잦다. 


게이트 이후에 불행한 일 겪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물론 불쌍하긴 했지만 그렇게 사람을 특채 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뭐가 특별하다고… 


--


... 특별했다. 


다인이 지수-연미 모녀를 보면서 안건, 가끔 상상을 초월한 일도 나온다는 거다. 


지수는 다인의 생각보다 더 불행했다. 


고아라고는 알았지만 설마 친척도 없을 줄은 몰랐다. 

후원가정들도 영 시원찮았고, 어쩌다 친하게 지낸 어른들은 있었지만, 애 딸린 아이를 입양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기사에서 지수의 딸이 연미 나이에 비해 너무 컸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한다. 


대체 몇 살 때 애를 낳은 거야? 초등학생 때잖아? 


강제 실험, 성폭행, 구타, 기아에 마음까지 망가져 살았다. 


어릴 때 받은 끔찍한 실험들의 여파에 아직도 괴로워하는 중이었고 능력들도 그 당시에 생긴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애 애까지 낳아 들고 다녀서 각종 시선들도 받으며 살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너무 심각하게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해서 문란한 년 취급은 받지 않았다는 거 


거기까지 알고 나니까 오히려 그런 아이임에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나 같으면 못해 


물론 연미가 뛰어난 것도 있다. 


진짜 환생했다는 말을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로, 


그래도 그 무엇보다 끔찍한 범죄의 산물임에도 그걸 오로지 사랑으로 품는단 사실에 내심 감탄했다. 


그런데 그 끔찍이 아끼는 연미가 어느 날 병에 걸렸다. 


그것도 백혈병을 


이미 아무것도 없이 쪼들리는 집안이 더더욱 쪼그라들어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심지어 나중엔 암이 재발했다.


어떻게 저런 삶을 살 수가 있지? 


그 와중에도 지수는 정말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불사 지르며 연미를 간호했다. 


나는 퇴근하면 집에서 맥주나 까겠지만 지수는 병원에 간다. 


밤늦게 까지 있다가 간신히 퇴근하고 잔다. 


간혹 집을 씻기 위해서 가기도 한다. 


연미에게는 상주하는 보호자가 없다. 지수는 그 사실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둘 다 서로만 바라보는 바보였을 줄이야 


대체 지수란 놈은 어릴 때 무슨 일을 당한 것인가, 대체 뭘 하면 저렇게 사는 거야? 


멀쩡하지도 않은 능력을 그렇게 극한으로 다루고, 자기가 원해서 낳지도 않은 자식을 현신적으로 사랑 한다. 


연미도 미친놈이고 

저놈 진짜로 인생 한 번만 산 놈이 아닐 수도 있다. 

괴로운 시절을 보낸 엄마 대신 자식이 되려 엄마를 끌어주고 보조해 주는 그림이 계속해서 그려졌다. 


그리고 그래 놓곤 죽었다.


병으로


어떻게 갈대도 참 영화처럼 가니?


장례식장에 멍하니 주저앉은 지수는 말 그대로 처량했다.


남들은 이제 사회에 나와, 이제서야 사랑도 하고, 돈도 버는 시기에


이제 막 한 사람 으로써 사회에 나온 20대 초반


지수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금방 극복한줄 알았다. 슬퍼하긴 해도 어찌어찌 살아가니까.


그럴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것도 자식을, 그냥 아기도 아닌 자신의 모든것, 살아숨쉬게 해주는 이정표나 다름없는 아이가 사라졌는데 멀쩡할리가 없었다.


처음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다음엔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살시도를 하려다 포기한적도 있다.

약이 늘어갔고, 갑자기 뜬금없이 웃다가 울었다.


그러면서 저 미련한 년은 쉬지않고 출근했다.

일에 집착한다. 사람을 구하는데 집착한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라면 그 광기가 더하다.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어느 순간부턴 살기 위해 아이 유언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아이 유언을 위해 살고 있을 정도로 망가지고 있었다. 


아 진짜! 손이 안 갈 수가 없잖아? 내가 니 자식도 아닌데 왜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걱정돼서 나둘수가 없는 년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