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꿈인가?

아니 꿈이라도 좋았다.

연미다… 연미가 눈앞에 있었다.


다녀왔다고 활기차게 말하는 연미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간 나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연미를 쓰다듬었다.


놀라 정지한 다인이 옆을 엉금엉금 기어가 단 한순간도 잊지 못한 딸에게 다가간다.

연미야… 진짜 연미야…


있을 수 없는 일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감각들이 이게 꿈이 아님을 각인시켜 주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환상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연미의 볼에 손이 가는걸 멈출 수 었었다.


따뜻해… 만져진다… 진짜야… 진짜 연미야…


“연미… 진짜 연미야…”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연미를 쓰다듬는다. 머릿속이 멍하다. 그저 연미만이 보인다.


연미는 씩 웃더니 휴대폰은 어디다 대충 올리고는 얼굴을 쓰다듬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래 나 연미야, 엄마 딸”

너무나도 익숙한 말, 익숙한 감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떻게…?”

분명 연미는 죽었는데… 이미 매장도 하고 전부 해버렸는데… 눈앞에 있다.


게이트가 열리고 세상에 판타지가 섞여버린 세상임에도 말도 안 되는 그 기적을 연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넘길 뿐이었다.

“나도 몰라. 그냥 깨어나 보니까 다시 살아나 있더라? 소설 같은데 많이 보는 전생 특전인가 보지 뭐”


“너 진짜 연미야?”

너무나도 평범한 듯이 넘겨버리고 신발을 벗는 연미를 보고 다인이가 뒤늦게 반응했다.


“아 다인 언니? 만나서 반가워요 엄마 깨우시러 오셨죠?”


그렇게 웃고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집안으로 들어오더니 어제 좀 울고 술판을 벌이면서 좀 어지럽혀진 방을 보며 타박했다.


“그리고 집안이 이게 뭐야? 엄마 나 없다고 막 살았지? 커튼도 좀 걷고”

가슴을 찔려오는 타박에 몸이 살짝 움츠려 들었지만 연미는 그런 나를 보고도 그저 살짝 웃고는 커튼을 최악~ 걷었다.


어둡고 눅눅한 방을 찬란하고 따뜻한 햇볕이 가득 매웠다.


잠시 창밖을 보다 우리 쪽으로 몸을 돌린 연미의 모습은 찬란한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비가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과 그 미소에 한줄기 눈물이 있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엄마, 다인 언니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연미는 정말 약속을 지켜주었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 특별한 딸을 가진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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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다… 

혼자서 잠에서 깨는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으음? 연미야?” 


왜 연미가 없지? 

언제나 엄마 좋아해서 꼭 붙어있는 아이인데… 

연미 어디 갔지? 


“연미야? 어디 있… 아…” 

맞다 얼마 전에 연미 기일이었지? 


“하아… 그래 그렇지… 

… 꿈… 이구나…” 


그래 갑자기 딸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저 한순간의 즐거운 꿈이었다. 


문득 외로움이 폭발했다. 

최근이 연미 기일이라서 그런 건지, 너무나도 생생했던 꿈의 반동인지 딸이 없다는 외로움이 너무나도 사무치게 느껴졌다. 


“흐으윽… 연미야… 연미야… 엄마 외로워… 연미야…” 

너무나도 생생한 꿈인 만큼 너무나도 원했던 기적인 만큼 텅 빈 잠자리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살아가야지, 그렇게 살아가서, 연미 만나면 자랑할 거 많이 만들어야지 

그러니 지금은 잠깐 울고 후련하게 다시 살아가야 하는 거다. 


“흐으윽… 연미야…” 

나는 베개를 껴안고 흐느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덜 외로울까 봐 껴안고 엉엉 울었다.


흐으윽… 고마워 연미야… 꿈이라도 나와줘서 고마…” 

“엄마?” 


어? 예상치 못한 소리에 고개를 드니 눈앞에 연미가 있었다. 

현관문을 막 열고 들어온 듯한 연미는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체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연…미.야?” 

꿈이… 아니야? 


“흐으윽… 연미야 연미야!” 

“어 엄마 잠깐만 금방 올게!” 

연미는 재빨리 봉투를 내려놓고 신발을 대충 던져 버린 체 나에게 달려왔다. 


포옥 하고 안긴 연미의 느낌에 이상하게 감정이 폭발했다. 

“아니 왜 그래? 나 잠깐 나갔다 왔다고 그새 께서 울면 어떡해?” 

“진짜야… 진짜 돌아왔던 거야… 흐으윽 연미야…” 

진짜구나 진짜로 연미는 돌아온 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실은 원리 따윈 상관없었다. 

그냥 울었다.

“어휴… 진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눈물이 많아 엄마, 나 이제 돌아왔잖아 이제 전부 괜찮은 거리니까? 이제부터 다시 같이 살 건데 이렇게 매일 울면 안 되지? 자 내가 토닥토닥해줄게 엄마” 

“흐으윽! 연미야! 기다리는 거 힘들었어! 엄마 너무 힘들었어!” 


“응응 알아 어제도 들었고 오늘도 들어줄게, 에휴~ 진짜 불안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오죽하면 자식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냐?” 

“연미야… 엄마가 아직 못나서 미안해… 약속 전부 지키려고 했는데 전부 못 지켰어… 너무 힘들었어” 


연미는 다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지은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괜찮아 전부 못 지켰을 수도 있지, 뭐… 솔직히 처음 다시 만났을 때 술병이 가득한 거 보고 좀 실망은 했는데 그냥 기일이라서 슬펐던 거라며? 거기다 일도 열심히 하고 ‘영웅’도 되고 정말 잘했어 엄마” 


“연미야…” 

“히- 엄마 이제 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엉엉 우는 어린애네? 거참- 아! 엄마 오늘도 다인 언니가 오기로 했대, 그러니 엄마도 지금 출근할 준비 해야지” 


“어… 응” 

“자자, 일어나 아침부터 엉엉 울고 이게 뭐야, 나 잠깐 나갔다 왔다고 내가 다시 영원이 사라지기라도 한 줄 안거야? 같이 씻자” 


“응 그래 함께 씻자” 

“히히… 이렇게 같이 샤워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먼저 들어가, 나 이거 냉장고에 넣고 올게!” 

연미는 포옹을 풀고 현관 근처에 있는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나는 너무나도 평범히 행동하는 연미의 모습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나도 일단 샤워하러 가야지

몸을 일으켜서 화장실로 걸어갔다.


오늘도 출근하고 연미에게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으로 성장했는지, 이제 마냥 울보가 아닌걸 증명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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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미야 아침부터 어딜 나갔다 온 거야?” 


“아 그냥 음식물 쓰레기 버릴 겸 나간 김에 슈퍼 좀, 탄산음료랑 과자 좀 샀어, 요즘 키가 다시 작아진 게 느껴지더라” 


“과자 샀어? 콜라랑?” 

“실은… 이것저것, 나 많이 못 먹었잖아… 미안…” 


“아 아냐 괜찮아! 솔직히 연미 먹고 싶은 거 많이 못 먹었잖아! 좀 어린아이답게 사 먹을 수 있지!” 

“그건 그렇고 첫날에는 자각 못했는데 이제 묘하게 시선이 낮아진 게 느껴져… 이유는 모르겠는데 약간 나이가 롤백된 것 같달까?” 


“응 그런 거 보니 다시 키가 작아진 것 같더라?” 

“진짜로 작아진 게 맞는 것 같아 엄마… 뭐 다시 태어난 입장에서 어린 시절이 좋고, 귀여운 건 진리긴 하지만 이 나이대는 좀 많이 어린데…”


“엄마는 그냥 귀여워서 좋은데…” 

“그냥 내가 돌아와서 좋은 게 아니고?” 

“실은 그게 맞아!” 


“엄마답다 … 하아~ 뭐 나도 내가 왜 돌아왔는지는 몰라도 정말 기뻐” 

“응 연미야 엄마도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기뻐 우리 꼭 같이 있자?” 

“응 이제 꼭 같이 있는 거야” 


“둘이서 신파극을 찍어요 진짜! 야! 둘 다 다시 이별하고 싶지 않으면 안전벨트나 매라고 이놈들아!” 

“엄마 그렇다네? 읏차! 나 먼저 맬게… 흠… 언니 어린이용 시트는 없어?” 

“없어, 애초에 나 애 없거든?” 

“뭐 이거라도 있으면 감지덕지지… 엄마도 맸어?” 


“어 응…” 

“엄마 안전벨트 꼬였잖아 이러면 안 좋아” 

“아… 알았어” 


“히히- 같이 손잡을래?” 

“응 같이 잡자…” 


“거참 한결같은 모녀야… 사람이 죽었다 부활했는데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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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면 쓸수록 분량이 늘어나죠?


아 진짜 그냥 좀 아직 슬픔을 극복 못한 시기에 죽으려고 하다가 죽은 자식의 환상보고 그래 살아야지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까 어느세 여기까지 써버렸어….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사망씬은 확정인 것 같은데….


이걸 잘라서 하면 어떨까나?

-> 그래서 3편으로 올렸습니다.


아무래도 다인이는 약간 츤대레형 캐릭터로 확정된 것 같은 느낌…


진짜 이대로 막 쓰면서 조금만 설정 더 정리하면 진짜 연제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런대 왜 요즘은 꼭 해피엔딩을 넣는듯...흠... 이건 뭘까?


+ 추신) 설정은 조금씩 바뀔수 있습니다. 매번 삘받으면 쓰는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