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이 창가에 소복히 쌓여있는 어느 방 안.


책상에 앉아있는 소녀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돌연 소녀는 방 밖에서 무언가 큰 소리를 듣는다.


문이 세차게 열리고, 사람이 마구 뛰어들어오는 소리. 꽤 오랫동안 들어온 소리다.


쓰던 것을 멈춘 채, 잠시 귀를 기울여 본다.


신발이 나뒹구는 소리, 계단이 쿵쿵거리는 소리, 복도가 삐걱대는 소리...


'3, 2, 1...'


-쾅!


"하악, 하악... 야! 빨리! 빨리 나와야 돼!"


'그럴 줄 알았어.'


소녀는 한 숨을 한 번 내쉰 후, 문 앞에 서있는 한 소년을 바라 본다.


매우 긴 거리를 뛰어온 듯,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소년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소녀의 팔을 잡아끈다.


"말 부터 해. 말 부터. 이번엔 또 뭔데?"


소녀는 이 상황이 아주 익숙하다는 듯,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잡아끄는 소년을 바라본다.


"허억, 아까, 보육원에, 보육원에..."


"보육원에 뭐?"


소녀는 그저,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듯, 뾰로통한 말투로 소년을 쏘아붙인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소녀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 띄게 허둥댄다.


"보육원에, 누가 왔다 갔어. 누가... 원장님을 만나고 방금 전에 나가셨는데..."


"근데?"


크게 숨을 들이쉰 소년은, 이내 소녀의 어깨를 양 손으로 꼭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소녀 또한 무게를 잡는 소년의 분위기에 움찔해, '이 아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 하며 조용히 기다린다.


"그 사람, 너네 엄마 같아...!"


"... ..."


"...뭐?"


"진짜! 원장님이랑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는데, 널 걱정하는 듯한 얘기와, 원장님이 그 사람에게 아이를 다시 데려가줄 순 없겠냐고 물었어...!"


"... ..."


"그 뒤에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그걸 듣진 못했고, 그 후에 바로 나갔... 아!"


-쿠당탕!


소년이 숨을 고르고, 소녀에게 소리치듯 내뱉는 말이 채 이어지지 못한 채, 소녀는 그대로 소년을 밀치고 바깥으로 달려나간다.


"야..! 잠깐...!"


바닥에 쓰러진 소년이 소녀를 향해 손을 뻗지만, 소녀는 이미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쳐 나간 후였다.


.

.

.

.


"누나, 어디..."


"언니! 어디가!"


"잠깐! 곧 밥 먹어야 해!"


등 뒤에서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무시하고 달렸다.


보육원 바깥으로 나가는 도중, 들어온 지 일주일 된 남자아이와 부딪혀 아이가 그만 바닥에 넘어졌지만, 나는 아이를 일으켜 줄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다.


-콰앙!


"허억, 허억..."


1월의 날씨는 꽤 쌀쌀했다.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위에 무언가 옷을 걸칠 수 도 없었던 나는, 현재 보육원 안에서 입던 반팔 티와 핫팬츠만을 걸친 상태였다.


꽤 추울만도 할 복장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내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허억, 허억..."


그 사람. 그 사람이 떠난 방향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달렸다. 일단 차를 타고 왔을 수도 있으니, 보육원 앞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차를 타고 떠난 것일까?


"...까득."


그렇다고 보육원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순 없었다.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탁 탁 탁...


행여 그 사람이 차를 타지 않고 그냥 걸어왔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살려, 큰 길로 나가는 방향을 향해 달렸다.


"윽!"


-쿠당탕!


신발조차 신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만 울퉁불퉁한 바닥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손바닥이 쓸린 듯 뜨거웠다.


하지만, 그래도 달렸다. 상처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냥 바로 일어나 달렸다.


"하악, 하악, 하악..."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비로소 큰 길이 나오고, 나는 길 위에서 미친듯이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내 오른쪽 멀리, 걸어가고 있는 한 여성을.


"... ..."


"엄마다..."


비록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내 새하얀 은발 머리를 쏙 빼닮은, 빛나는 은발 긴 생머리.


그리고... 기억속에, 언제였는 지도 모를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엄마가 자주 입던, 베이지 색 코트.


그때부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엄마가 보이는 곳을 향해, 하염없이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렸다.


'엄마.'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


그렇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 달려, 마침내 도달한 엄마의 바로 등 뒤.


살을 에는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차오려는 눈물 때문인지.


덜덜 떨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어, 엄마의 등 뒤에서 말했다.


"엄마...?"


멈칫.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행한 행동.


차오려는 눈물은 이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려, 입 안으로 들어간다.


짜고 시큼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기 시작한다.


"엄마...? 엄마 맞죠...?"


"저, 저 기억 나세요...? 엄마... 엄마 딸..."


엄마는 여전히,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싫은 걸까? 날 만나기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아예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괜찮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난 그저.


-텁.


손으로 만져본 엄마의 코트는, 기억 속의 엄마가 입던 코트와 똑같이 까끌까끌했다.


"엄마..."


"어, 흐윽. 엄마아..."


"저, 저 엄마 딸이에료... 엄마 딸..."


"어, 엄마... 엄마가 너무... 흐윽. 보고 싶었어요..."


앞을 바라본 채 가만히 서있는 엄마의 등에 파묻혀, 흐느낀다.


까끌거리는 코트의 촉감이, 얼굴 전체에 느껴진다.


.

.

.

.

.

.



책임 대회를 개최 합니다.



방금 위의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듯, 그리고 대회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대회의 취지는,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끝까지 책임 져 보자.' 입니다.


그렇다면, 더 상세히 대회에 대해 소개 하겠습니다.



1) 대회 참가 방법


틋챈을 꽤 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글을 써본 적이 있을 겁니다.

틋챈의 창작, 19창작, 생각바구니, 음란바구니 탭에 말이죠.

틋챈을 뒤져, 예전에 자신이 썼던 단편 형식의 글을 찾아냅니다.

굳이 틋챈이 아니어도 됩니다. 예전에 자신이 썼던 글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글이 있다면, 그것을 가져와 틋챈에 소개 후, 이어 써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회 취지에 맞게, 그 글의 엔딩을 지어 오시면 됩니다.

'책임 대회' 라는 대회 제목에 맞게, 남의 글을 가져와 입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원작자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는, 입양도 허용이 됩니다.

또한, 본문에 '써줘' 라는 말이 있을 시, 그건 아이를 버린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허락 없이도 입양이 가능합니다.

만약 원작자도 그 글로 대회를 참가하면 꽤 재밌는 상황이 펼쳐지겠네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겠어요.

행여, '나는 틋챈에 그런 단편 글을 써본 적이 없다.'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그런 경우도 꽤 생각을 해 보았지만, 역시 차별을 하면 안되겠죠.

그런 분들은 그냥 엔딩이 지어진 단편 소설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굳이 틋챈에 단편을 올린 후 또 대회글로 이어 쓰는 짓은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니, 엔딩을 어떻게 지어요? 지금 하는 대회도 안 쓰는 데 엔딩을 써야 해요?'

굳이 잘 엔딩을 깔끔히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책임 대회는, '자신이 쓴 글을 책임져 마무리 짓는 것.' 을 모토로 하기에, 엔딩을 어떻게 내든 지는 상관없습니다. 막말로 '도모ㅡ 아리가토ㅡ.' 하며 닌슬엔딩을 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엔딩을 깔끔하고 여운이 남게 낸 수작 글과는 달리 심사에선 조금 불리해질 수도 있겠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 덕에 마무리 지어지지 못했던 여러분의 창작물이 어떻게든 끝마쳐지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글 첫머리에 참여작의 원작 글 링크를 달아주세요!

위에서 말했듯, 엔딩이 나면 뭐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여러 편을 낸 글 중 한 편을 가져와 엔딩을 내셔도 되고, 심지어는 프롤로그를 가져와 닌자가 나타나 몰살했다 엔딩도 되요! 똥 싸다 만 듯 끊긴 글들을 끝내서 성불 시켜 주는 것이 대회의 취지입니다!

또, 다른 플랫폼에서 이미 연재중인 글도 참가가 가능합니다. 


ex)그살 IF 엔딩 : 천사님은 아기야


근데 그건 팬픽 대회로 가시는 게?




2) 심사 기준


일단 분량은 상관이 없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단편글에 닌자 슬레이어 엔딩을 내면 1000자 이하로도 엔딩을 낼 수 있으니까요.

또 자신이 썼던 단편 글 여러 개를 가져와 여러 번 참가하는 것도 상관이 없습니다. 대신 대회 글 너무 많이 쓰시면 그날부로 틋챈 다산왕으로 선정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다른 대회와 비슷하게, 틋챈 여러분의 추천 수와 댓글, 감평도 어느정도 반영 합니다.

거기에 더해, 엔딩을 깔끔하고 여운이 남도록, 짧은 단편 글을 잘 마무리 지었다면, 그것도 어느정도 반영을 하겠습니다.

'저는 필력이 없어요...' 하는 분도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대회는 '좋은 글을 보자.' 하는 게 아닌, '흐지부지한 단편글을 잘 마무리 지어보자.' 가 더 중요시 되니까요.



3)수상 상품


총 3명을 선정해 수상할 예정입니다.



1위 상품 (1명): 원하는 치킨 한 마리 and 그림 선물


얼마전에 책임 대회 얘기가 오갈 때 그림 작가 분이 1등에게 직접 그림 선물을 해주신다는 의향을 선보였습니다. (https://arca.live/b/tsfiction/42001239?target=all&keyword=%EC%B1%85%EC%9E%84%EB%8C%80%ED%9A%8C&p=1)

제가 확실하게 대답도 받았어요.

 증거물 1호


2등(2명):원하는 버거 세트,흑백 일러스트


3등(3명):원하는 버거 단품


입니다.


그 밖에도, 모든 참여작에 제 감평이 있을 예정입니다.

대충 몇 줄 적은 감평이 아니라, 작품 리뷰하는 듯한 분량으로요.

그렇다고 소설 한 화 분량으로 하진 않고요...

참고로 저는 리뷰대회에 나가서 1등한 경험도 있어요 이정도면 믿을 만 하죠???


참여자가 많으면 수상자를 늘릴 의향도 있습니다. 그러니 많이많이 참가해주세요.



4)기간


이 글이 올라오는 날짜인 1월 9일부터, 1월 31일 까지. 약 3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상황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 해주시면 됩니다.


저희 이제, 무책임한 쾌락을 즐기고 그 결과물을 틋챈에 무단 유기하는 짓을 저지르지 말고, 책임감 있는 보호자가 되어 봅시다.


그럼, 대회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