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것이라 믿고.



"할아버지, 잠깐 길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젊은 처자가 평일에 여긴 무슨 일이람? 여행이라도 온겨?"


"네, 뭐..."



여행이라면 여행이었다.


수학여행 날,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여자가 되었다.


예전의 나와는 차원이 다를정도로 예쁜 미소녀로.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지만, 그게 저주였다는 걸 깨닫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친했던 친구도, 친절했던 선생님도.


틋붕이는 어디갔냐며,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더워보이는데, 물좀 마셔."


"감사합니다."



친절한 노인의 덕에 잠깐 발을 쉴 수 있었다.



"아직 한참 남았네..."



서울까지는 앞으로 대략 300km.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해운대에 간다며 들떠있었던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려. 학생. 여행 잘 하고."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군대를 몰라 행군이라는 걸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게 행군이 아니면 무엇일까.


저 위쪽에서는 고된 일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이름붙이기도 한다던데.


그렇다면 나는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는 거겠지.


퉁퉁 불어터진 발, 비오듯 쏟아져내리는 땀.


어느덧 인기척 하나 없는 밭을 지도 하나에 의지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자니, 커다란 차 한대가 옆에서 멈춰섰다.



"아가씨, 여기서 뭐해."


"혼자서는 위험한데."


"어때, 우리 차 타고 갈래?"



...그리고, 내 몸을 노리는 쓰레기같은 놈들까지.


그들을 피해 도망칠 힘도 남아있지 않아 주저앉았다.


차 안에서 한바탕 일을 치른 후, 그들이 방심한 틈을 타 주머니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이걸로 여비는 벌 수 있었다.


차 안에서 기절했으니 잠은 충분히 잤다.


그렇다면 다시 걸을 뿐.


어머니와 여동생의 얼굴이 보고싶었기에, 나는 오늘도 걷는다.


서울까지, 앞으로 285km.




***



단편으로 쪄오라길래 대충 써봤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