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중세 봉건 시대에서 근대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는 수준의 과도기 유럽풍인 낭만적인 도시... 에서 다소 떨어진 고딕 양식의 첨탑이 들어선 성채. 하지만 온갖 문명의 이기와 편의적인 시설과 문화는 전부 갖추어진 곳. 인간과 마족이 대립하는 해묵은 설정이 여전히 현실인 곳.


  그런 갓세계에 은발적안 16세 정도 외모의 가녀리고 위태롭지만 대놓고 먼치킨인 슬렌더 미소녀 마왕으로 전생해서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 본 실력은 역대 마왕 중에서도 최강이지만 적당히 중하위 정도 마왕인 척하면서 나를 잡아 명성을 쌓으려는 모험가들의 침입을 기다리고 싶다. 남자 모험가들이 내 앞에 서서 내 존안을 알현하자마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쥬지는 서로 나를 차지하겠다고 어색하게 솟아 있는 모습을 슬쩍 보고 싶다. 그런 상황을 어렴풋이 눈치 챈 몇몇 여자 모험가들에게 은연중에 질투를 받고 싶다. 그들 중 일부는 분노에 사로잡혀 앞뒤 안 재고 나를 공격하려다 역으로 당하고 꼴사납게 바닥을 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은 금발벽안의 귀여운 신입 여자 용사가 마왕성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대놓고 용사 편을 들어 주지는 않지만 강력한 부하나 곤란한 함정을 맞닥뜨릴 때마다 몰래 조금씩 도와 주고 싶다. 처음에는 이상한 행운이라고 생각하던 용사도 나중에는 누군가 자신을 몰래 돕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은인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단서를 잡은 것마냥 스트레이트로 옥좌의 방으로 돌진하면 좋겠다. 충성심을 보이겠다는 멍청한 간부들이 그걸 보고서는 용사에게 몰래 접근해 포박해 오는데 내가 나타나서 손수 포박을 풀어 주고 싶다. 매번 치욕만 받는 건 싫다며 큿... 죽여라고 하는 결의의 말을 무시한 채 용사 소녀에게 입을 맞춰 달콤하게 타락시키고 싶다. 그리고 한동안은 용사 키우기와 레즈 야스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