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기회였기에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먼저 녀석이 나를 믿어주는 덕분에 한결 안심하였지만,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당장 내일부터 일할 수가 없으며, 곧 개강하게 될 대학교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우선 내가 돌아갈 수 있게 시도 해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로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 여자아이를 찾아야 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천천히 찾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겠지. 두 번째는 그때 그녀를 쫓던 사내들이다. 무언가 단서라도 알 듯하지만 역시나 나 역시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 세 번째로는 뭐 당연하겠지만 병원을 가보는 것이다. 이상한 점이 있다면 검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겠지만, 함부로 당장 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행동이라는 건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머리가 찡할 정도로 생각하다 결국 머리를 에워싸며 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얼떨결에 옆에 떨어져 있던 핸드폰에 비추어진 내 모습에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만약 남자였을 때 지금 모습을 봤다면 꽤 이쁘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정확히는 내 이상형하고 매우 비슷하다. 그 점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가슴은 전보다 당연하게도 커졌지만, 무식하게 커지진 않았다. 두 손으로 부드러운 살덩어리를 만져보면 꽤 재미있는 촉감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주위에 여자라곤 내 여동생뿐이었기에, 실제로 여자의 가슴을 만져본 건 이것이 처음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팬티까지 내려서는 골반과 치부를 살펴봤다. 역시나 달려있을 리는 없었으며, 음문과 그 주위로 선명하게 털이 자라나 있었다. 실제로 두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지, 막상 보고 나니 덜컥 긴장되었다.


"젠장, 뭐 하고 있는 거야 윤현진."


나는 투덜거리며 다시 내가 원래 입고 다녔던 사각팬티를 올려 입었다. 한심했다, 항상 여동생이 걱정되지 않게 남들보다 왜소했었어도, 나름으로 열심히 남자답게 행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잘 대해 줄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괜히 걱정되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동생에게 말할까 고민하던 와중 현관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이겠지, 나는 아무런 경계 없이 문을 열었다. 녀석은 턱을 몇번이고 문지르며 들어오더니 말할지 말지 고민하곤 입을 열었다.


"뭐, 우선 그냥 평범하게 입고라도 갈래?"


아마도 못 찾은 것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무리이니까 그냥 평범한 옷을 입자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만큼 난 이 녀석을 잘 아니까 말이다.


"왜 나랑 사이즈가 안 맞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뻔하다, 숨기고 있는 거겠지 정확히는 나를 보호해주려고 녀석 나름대로 말을 가리며 하려는 것이겠지. 그럴 때일수록 믿어주기로 했다. 나만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현우일 테니까.


"뭐 그럼, 집에 있는 옷이라도 입고 나가야겠지. 옷이야 새로 사면 되니까."


"미안, 그렇다고 너한테 원피스를 입힐순 없으니까."


나는 방안으로 돌아가서는 청바지를 입고 이제는 나에게 사이즈가 너무 커져 버린 가디건을 재킷처럼 걸쳐 입었다. 몸이 비록 여자로 변하면서 작아졌지만, 원래부터 왜소했기에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피차일반, 어색했다. 당연하게도 여성형 속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입었기에 남들 눈에는 몰라도 다른 낯선 사람의 옷을 입는 기분이었다. 


현우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렇게 되고 나서는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현우가 보기에는 나는 그저 처음 보는 귀여운 여자애 정도라고 생각이 들고 동시에 어떻게 나를 대해야 할지 잘 모를 테니까 말이다. 우선 가까운 옷 소매점부터 들렸다. 사실 여자 옷을 사는 건 나로서는 처음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현우가 고르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 안심하였다. 아마 골라본 적이 있겠지, 여자친구를 많이 사귀어봤으니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직원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함께 가게에서 나왔지만, 그리 썩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일하기도 어려운데 쓸대 없이 지출이 추가되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긴 한숨을 쉬고는 대부분 그러니까 녀석이 골라준 옷을 살펴보며 걱정하고 있을 때. 무언가 소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공포감이 함께 몰려왔다. 나는 다급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현우를 찾았지만, 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본건은 확실하게 내가 여자가 된 것만큼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