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죽은 시점이 언재인지는 모른다.

그냥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아니. 이걸 전생이라고 할수가 있을까?


미래도 아닌 과거로 돌아온걸 뭐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나는 죽고 환생을 했다는것,.

전생에 남자였다는 것과 내가살고 있는 나라의 미래를 알고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 이 두가지만은 알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알게된 건 내가 역사 수업을 받은 것과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조선의 왕은 15대 국왕이라 것만 알지 그 외에는 모른다.

며칠전 주상전하가 붕어하고 새로운 왕이 즉위했다.

왜란 당시 백성을 보살핀 국왕이다는 것을 보아 광해군이라는 것을 짐작만 할 뿐.


그러면 뭐가 달라졌냐고 볼수 있는데.

바로 나의 할아버지의 직위를 보면 알수가 있다.

우리 할아버지는 왜란 당시 백정 신분으로서 사냥을 해서 왕과 신하들이 먹을 고기를 구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적의 수급 수백명을 수급해서 관직을 받았다고 하니까.


아마 내가 어려서 생략해서 알려준것도 많겠지만 확실한건 우리집안은 평범한 백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할아버지 말로는 태조때부터 조선에 귀화한 여진의 후예였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도축업을 하면서 살아온 여진 부족의 족장이란것만 알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선조의 호위등 여러가지 일을 한덕에 특별한 관직을 얻었는데.

사실상 내가 원래 알고 있는 역사와 다른 관직과 특혜를 받았는데.

의주천호부장(義州千戶府場) 이라는 처음듣는 직책과 의주의 여진인 천호를 거느리고 대대로 세습을 가능하다는 특혜를 받았으니까.


아마도 조선에 정착하고 공을 세우면 작위를 내린다는 선조의 의지인것 같았다.

나는 의식을 되찾고나서 반년정도 쉬었다가 다시 말을 타고 있다.

이유는 여진의 후예들은 남녀 상관없이 말틀 타야한다는게 우리 할아버지의 가풍이니까.


물론 할머니는


''이 늙은이가 미쳤나! 손녀딸이 말타다가 죽다 살아났는데 또 말을태워!''


라며 나무 주걱을 들고서 몇대 때렸지만.

뭐 그래도 이번에는 예전에 탔던 말과 달리 어린 망아지 한마리를 타고있다.

(내가 낙마한 이유는 덩치에 맞지않는 말을 타다가 떨어진것이다. 아무리 말을 잘탄다고 하지만 5살 짜리에게 큰말을 태운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그날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미친듯이 맞았다고 오라버니들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말을 타고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15살 정도 차이나는 나의 큰오빠 김종부가 마을로 돌아오는 날이니까.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도 원래있던 기억이나 행동이 달라지는건 아니기에 예전처럼 가족과 지내서 어색한점은 없다.


그렇기에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서 당혹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달라진 역사인 우리 마을을 이용해서 호란때 대비할 방법을 찾을수도 있으니까.

한참을 멍을 때리고 있자 둘째 오빠인 김종선이 나에게 


''그렇게 큰 오라비가 오는게 좋더냐?''


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을했다.

그야 평소에 자주 놀아주고 하는건 둘째나 셋째인데 큰오빠만 오매불망 기다리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 둘째 오라버니의 말에 나는


''응!''


이라고 말하니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축 쳐졌다.

큰 오빠는 우리 마을에서 만든 상단을 이끌고 주요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데.

동물을 잡아서 나오는 가죽이나 마을의 심마니들이 캐는 삼등을 팔면서 돈을 버는데 가죽이든 삼이든 수요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수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차를 이끌고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맨앞에서는 내가 제일 반기는 첫째 오라버니가 보였고, 오라버니는 나를 보는 순간 속도를 내며


''성아야! 이 오라비를 기다리고 있었냐!''


라며 반기며 달려왔다.

그리고 나를 보자마자 안아 들었고 나는


''오빠! 이번에는 늦지 않게 왔네!''


''이번에는 좋은 일이 있는지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서 빨리 올수 있었다. 성아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잘 들었고?''


''응''


''그럼 착한 성아에게 선물을 줘야겠지''


''정말!''


이렇게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다.

수십년후 많은 변란이 있지만 그건 한참 이후고 아직 어린 내가 할수 있는게 없기에 그냥 이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나도 여자로 태어났고 시기상 혼인 등을 하면 이렇게 지내는 것은 힘들테니까.

물론 내가 시집을 가게 되는건 오래 걸렸다.


이유는 뭐 약혼상대는 어느정도 특혜받는 우리가문을 이용해서 과거에 급제 해보고자하는 평안도에 사는 양반가였으니까.

아마 적어도 선왕의 총애를 받고서 어느정도 혜택받는 가문이다 보니 덕을 볼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2.

시간을 흘러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의주부천호장직을 이어받는지 몇년이 지난 내가 20살 되는 해 내가 아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인조반정이 일어나 왕을 폐위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야 의주 근처에서 살면서 장사를 하고 있고 그외에는 별일을 하지 않았기에 선왕과 폐주의 총애를 받던 우리 집안은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불안을 누그러 트리기 위해서인지 아버지는.


''걱정 말거라. 폐주가 폐위당한것은 폐주가 퍠륜을 저질러서이고, 우리가 폐주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들 우리가 뭐 관직을 받았더냐? 우리 가문이 받은 직위는 선왕전하께서 너희들의 조부께서 세운 공을 치하해서 받은 작위고 우리는 별일을 하지않고 장사를 하며 지낸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것 가지고 주상께서 우리에게 벌을 내리시겠느냐?''


''맞습니다 아버님.''


아버지의 말에 큰오라버니가 맞장구를 치며 그런일을 없을거라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인조 1년에 벌어지는 이괄의 난을.


하지만 알고있다고 한들 그걸 말할수는 없었다.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거고 오히려 나라를 위해 힘쓰는 장수를 모함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듣지 그 이상으로 가지는 않을테니까.

그렇게 불안을 종식을 시켰지만 나는 속으로는 앓고 있었다.


미래를 알고있지만 내 위치상 이를 바꿀 힘자체가 없다.

거기에다가 약혼을한 남자놈은 몇년전 과거공부 한다고 간것 외에는 얼굴조차 비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색 할수는 없기에 참고 있을 뿐.


그러는 중 상단을 이끄는 마을 사람들 중 하나가 피투성이가 되서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아버지는 그모습을 보고 깜짝놀라서 나왔고 그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였다.


''족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괄 그놈이 반역을 일으키고 한양을 점거를 하고 그 과정에서 역도를 치기위한 물자를 얻는 다는 명목으로 우리 상단의 물품을 약탈해갔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셋째는 어디있느냐! 종건이는 어디있는 거냐?''


''그것이...... 셋째 도련님은 역도들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칼에맞고 중상을 입고 오늘내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태는 어떤가?''


''그것이..... 상처가 깊고 피를 많이 흘려 알수가 없습니다.''


그말을 들은 아버지는 쓰러졌고, 며칠 지나지 않아 셋째 오라버니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몇달 지나지 않아 우리 가족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괄의 난을 수습한 인조가 우리 마을에 와서 교지를 내렸는데 그 내용이 문제였다.

우리는 명백히 이괄군에게 약탈당한 상인 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인조는 우리 가문 아니 상단의 자산일부를 압류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빼앗긴 재산은 개성, 평양등 주요 도시에 있던 상단의 재산 전부.

그나마 의주등에 있는 자산은 그대로 있어서 사는데 문제는 없지만 그 상단의 자산이 우리집의 재산만이 아닌것이 문제였다.

이과정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나이가든 마을 사람들이 충격으로 쓰러지고, 그렇게 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사람 일부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둘째 오라버니가 정보를 수집한 결과는 설마 하던 내용이였다.


''지금 왕은 미쳤소. 명나라에게 책봉을 받고자 가도에있는 모문룡과 명조정에 바칠 뇌물을 마련하고자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재산을 멋대로 몰수 한것이오. 그래놓고 한다는 것이 반역에 동참한건 일부 상단의 직원의 일탈이니 이정도로 넘어간다는 헛소리나 하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형님!''


라며 큰오빠에게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그말을 들은 오빠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뭘 어쩔수 있겠느냐.......''


''형님은 훈하지도 않습니까! 조정놈들과 역적 이괄놈 때문에 아버지와 셋째등이 죽었는데!.''


''그러면 어쩌라는 것이냐! 우리가 다 합쳐봐아 고을 하나 수준의 인구인데 반기라도 들자고? 다같이 죽자는 거냐! 나는. 나는 화가 안나는줄 아느냐!''


''형님'' ''오빠......''


둘째 오빠와 나는 큰오빠를 보며 아무말 할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미래를 알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내가 증오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수 있는건 없다는걸 알기에 속으로만 앓고 있을 뿐.


하지만 이렇게 된이상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오빠들. 그럼 우리 활과 총, 화약은 어느정도 구비를 해둡시다.''


''성아야 그게 무슨소리냐?''


''설마 역모를.......''


''무슨 소리입니까? 역모라뇨. 우리는 상단의 재산을 복구하기위해 사냥을 하고자 활과 총, 화약을 구매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 상단의 주요 상품이 그거 아니였습니까?''


''그렇긴 하지.''


나의말을 들은 큰오빠는 나의말에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모문룡과 그 밑에 있는 놈들을 대비해서라도 무기는 필요합니다. 탐욕스런 모문룡 그놈은 우리 백성들을 분명히 약탈을 할겁니다. 왜란때도 명나라군이 약탈을 했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듣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성아야 모문룡 그개같은 놈도 천군(天軍)을 이끄는 대명의 장수이다. 그들의 군대를 공격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죽이고 나서 변발 시키고 사체를 태우면 그놈이 천군일지 압록강 넘어서 사는 야인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말을 들은 오라버니들은 내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상단을 이용해 가도에있는 명나라 군에게 피해입은 사람을 이쪽으로 이주시키게 합시다. 어떻게든 민심을 잡아두세요. 언잰가는 복수를 할 기회는 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반역이라도 저지르겠다는 거냐?''


''뭐가 반역입니까? 민심을 잃은 군주가 왕입니까? 책봉 하나 받자고 백성의 재산을 약탈하는 놈을 왕이라 볼수 있냐는 겁니다! 차라이 우리가 나라를 세울 준비를 합시다. 북방의 건주의 노추도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데 같은 여진인인 우리라고 못할게 뭐가 있습니까? 우리가 은혜를 받은건 선왕(선조)이지 지금의 주상(인조)이 아님니다.''


나의 증오어린 눈빛과 표정을 본 오라버니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