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최소 조건은 무엇인가?


도덕성, 생각하는 능력, 규칙을 따르는 것. 여러가지가 생각나겠지만 나의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진 것은 단 하나, 열등하지 않을 것.


성실하지 않다면, 지능이 낮다면 , 사회성이 떨어진다면, 장애가 있다면 그 사람은 열등한 것이고, 인간조차 아니다.


이렇게만 보자면 불합리 그 자체이지만,  부모가 태아 때 검사만 한다면 열등한 부분은 발견할 수 있고, '교정'할 수 있다. 

부모가 교정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여 열등한 것으로 태어나도 22세가 되기 전에 교정받으면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열등한 것이 죄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열등한 부분을 교정하지만, 나의 부모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내 부모는 인간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사람이었고, 교정을 극도로 혐오했다.


나는 열등한 것으로 태어났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한 뒤 바로 교정을 받았다. 단 한 가지 부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나는 열등한 부분을 숨기면서 살았다. 아니, 내가 열등한 것을 숨기니 열등한 부분이 내 직업에서는 우월한 것으로 여겨졌다.

나는 소설가였고,남과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피고는 교정을 받은 척 하며 사회를 기만하고, 후 세대의 발전을 저하 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했다. 피고의 인권은 박탈되며, 도살형에 처한다"


내 직업에서 내 열등이 우월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시되었고, 조소 받았으며, 혐오받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도살당했다. 가축의 죽음과 나의 죽음에 차이점은 없었다.




... 그리고, 나는 다시 눈을 떳다.

눈을 떳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다만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촉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내 몸을 살폈다. 집필하느라 항상 혹사당해 비명을 지르던 손목은 아프지 않고, 손은 마치 아이의 것 처럼 부드럽다. 얼굴을 만져보니 왼쪽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으며 머리카락은 길어 허리까지 내려온다


육체가 교체당한 것처럼 내 몸에 위화감이 든다.

뇌를 옮기는 수술이 성공했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 수술을 나에게 할 이유는 없다. 

정부에서 도살 당할 정도로 '반사회적인' 생명체를 도대체 어디에 써먹겠는가?


우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침대로 추정되는 곳에서 일어나니 종이컵 비슷한 것이 밟히는 소리가 들었다. 음식이 썩은듯한 악취가 느껴지지만 무시하고 벽에 손을 짚으며 걸으니 스위치로 추정되는 것이 만져진다.


죽는 것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에 망설임 없이 누르니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온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져 눈이 부시지만 조금 기다리니 괜찮아졌다. 


눈이 밝음에 적응하고 나니 나는 내가 있는 방의 구조를 볼 수 있었다.


문은 열 수 있었지만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몰라서 나가면 다시 방으로 들어올 방법이 없었기에 나가지는 않았다.

누가 나를 이곳으로 옮긴 것인지, 그리고 왜 옳겼는지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제쳐두고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로 내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거울 앞에는 은색과 회색 사이의 머리카락과, 회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고 대략 9세~10세 정도의 키를 가지고 있는 여자아이가 서있었다.


... 우선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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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드코어 야겜'이라는 말이 붙었는지는 다음화에서....

응애 나 아기 작가 프롤로그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