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tsfiction/86996369


“야!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S급 히어로라 할 일도 많잖아!”


“길 잃은 아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도 히어로의 임무다.”


“길 잃은 아이는 지랄.”


원작에서도 이곳저곳 파견 나가고 빌런 잡으러 다니느라 가끔 얼굴을 비추는데 요새는 항상 나만 쫓아다닌다.

흡사 스토커와 같은 수준으로 쫒아다니니 경찰에 신고하고 싶을 정도.


하지만 이시우의 위치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지. 내가 수배 중이기도 하고···

그냥 도망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시우를 만난 곳이 집 근처라 불안하긴 하지만, 이시우는 추적 능력이 없으니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나도 내 능력이 일반적인 순간이동 능력보다 좋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원작에서 나왔던 순간이동 능력자와 비교하면 사거리, 딜레이, 위력 등등.


그 등장인물이 약한 능력이 아니었음에도 내 능력과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 수준이었으니까.


“잘 있어라 멍청한 히어로!”


가기 전에 조금의 도발과 함께··· 몸이 부웅 뜨는 감각과 함께 도착한 곳은 아늑한 나의 집이었다.


“안녕~ 네가 시우가 말했던 그 아이구나? 귀여워라~”


내 눈앞에 있는 히어로만 아니었으면 그랬을 텐데···

이시우의 히어로 동기이자 또 다른 S급 히어로 한유아.


이건 좀 위험한데?

한유아의 능력은 공간지배.


특정한 공간을 지배하고 허락받지 않은 존재에게 각종 디버프와 제약을 걸고, 반대의 존재에게는 버프를 주는 능력.

무엇보다 그녀가 거는 디버프 중에는 능력 사용 봉인도 있기 때문에 순간이동밖에 없는 나는 그녀의 능력 아래에서는 평범한 소녀가 된다.


예전에 빌런을 잡은 것 때문에 수배 중인 내가 히어로들에게 잡혀서 좋을 건 없으니 곧바로 도망가려 했다.

내 몸을 짓누르는 강한 힘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으극···!”


내 유약한 몸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미 그녀의 능력이 발동된 모양이다. 내 집에 히어로가 들어와 있는 것부터 의심해야 했는데···


“얌전히 있어, 나도 귀여운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는 않거든~”


“움직··· 이고 싶어도 못 움직이거든···? 어차피 능력도 막혔는데 풀어주면 안 돼?”


“그건 안 돼 꼬마야. A급 빌런을 상대하는데 대충할 수는 없잖아? 곧 시우가 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


그렇게 나는 먼지 나는 방바닥과 몸을 비비고 있어야 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진작 청소해 두는··· 아니지, 그냥 도망갔을 텐데···


한유아가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집에 인기척이 느껴진 후에 몇 번이고 봤던 이시우가 나타났다.


“잘 붙잡고 있었지 한유아?”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관심을 가진 거야? 너 설마 저 아이한테 욕정-”


콩!


시답지도 않은 말로 자신을 놀리는 유아에게 꿀밤을 날리는 시우.

명쾌한 타격음이 날 정도로 제대로 맞은 꿀밤.


한유아는 맞은 곳을 문지르며 우는 소리를 냈고, 이시우는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


초능력 제어 수갑.


저걸 차게 되면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완전히 체포되는 셈.


“손대지 마! 이거 성희롱이야!”


“히어로는 범죄 체포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 접촉에 대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받지 않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빌런을 잡았으면 잡았지 범죄 같은 건-”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소액 절도 다수, 무단횡단 다수, 사유지 침범 또한 많더군.”


“···”


“거기에 초능력을 사용해 기물파손도 했지. 초능력을 사용한 범죄는 죄질과 관계없이 체포할 수 있다. 더 할 말 있나?”


“으윽···”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이시우의 말을 모두 맞는 말이었다.

기물파손은 빌런을 쓰러트릴 때 그랬고···


소액 절도는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몸은 무신분이라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으니까.


철컥!


수갑이 채워짐과 동시에 한유아의 능력이 풀렸는지 몸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수갑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이제 협회로 간다.”


이시우와 한유아는 나를 데리고 협회로 향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유현의 아지트를 찾기 위해 쫓아다녔다.


초능력자가 생겨나면서 그들을 관리하기 위해 능력자들은 의무적으로 협회에 등록해야 했다.

그러나 유현은 이름을 제외하면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가족이나 거주지는 물론 나이까지.

그 무엇 하나 추적할 만한 요소가 없었기에 그저 쫓아다녔다.


순간이동으로 도망가면 최대한 빠르게 위치를 추적하고 그곳을 중심으로 다시 추적.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알아낸 건 그녀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작은 집.


유현은 매우 높은 확률로 이 집 근처로 이동하는 걸 알아냈다.


조사 결과 그 집의 주인은 불명인 상태이기에 추측은 확실로 변해갔고, 근처 CCTV를 통해 유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위치를 찾은 후에는 그녀의 생활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돈이 없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음식을 조금 훔치는 걸 제외하면 능력을 악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배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뒷골목을 통해 이동하고 항상 후드를 눌러쓰고 움직였다.


그녀의 능력 덕분에 도둑질로 먹고사는 것에 문제는 없지만, 하루빨리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게 해야 했다.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진짜 빌런의 길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유아,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의 동기이자 나와 같은 S급 히어로 한유아.

동기에 등급도 같아 친해지게 되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어떤 도움? 아! 나랑 같이 무도회 같은 곳에···”


“빌런 하나를 잡는데 너의 능력이 필요해.”


“그래··· 네가 그럴 리 없지··· 어떤 능력인데 네가 도움을 청하는 거야?”


“순간이동, 그런데 리스크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어.”


“아~ 텔레포터였나? A급 빌런 하나를 박살 낸 녀석 말이지? 그런데 굳이 잡을 이유가 있어? 그 이후로 아무런 일도 일으키지 않잖아?”


나는 한유아에게 유현의 사정을 얘기했다.


“으음··· 그래서 그 아이를 잡아서 보호하겠다고?”


“그래, 혹시나 그 아이가 히어로에 가담한다면 큰 힘이 되어줄 게 분명해.”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녀의 능력이 워낙 대단하기에 협회는 곧바로 그녀를 A급 빌런으로 지정할 정도였지만, 그녀가 한 범죄는 전부 경범죄에 A급 빌런을 잡은 전적도 있으니 S급 히어로인 나와 유아의 지지가 있다면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고.


“좋아, 협력할게!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든든한 아군을 얻었으니 이제 유현을 잡을 차례다.

한유아는 유현의 집에서 능력을 준비하고, 나는 유현이 능력을 쓰도록 유도한다.


만약 본인의 집으로 이동한다면 한유아가 제압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면 계속 쫓아간다.


간단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끈기가 필요한 작전.

다행히 빠르게 유현을 발견했다.


“멈춰라, 텔레포터. 너를 체포하러 왔다.”


지금까지 유현의 행동으로 봤을 때 그녀는 나와 엮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쫓아다녔으니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만.


“야!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S급 히어로라 할 일도 많잖아!”


나에게 소리치는 유현.


“길 잃은 아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도 히어로의 임무다.”


나는 유현에게 내 진심을 말했다.


“길 잃은 아이는 지랄.”


유현은 내 말을 믿지 않았고 곧바로 능력을 사용해 도망쳤다.

그리고 울리는 휴대폰 진동.


-시우야~ 지금 잡아뒀으니까 돌아와~


길 잃은 아이를 울타리로 모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유현의 집으로 날아갔다.


작은 집 안에서 유현은 한유아의 능력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고, 한유아는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잘 붙잡고 있었지 한유아?”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관심을 가진 거야? 너 설마 저 아이한테 욕정-”


콩!


어린아이 앞에서 성적인 농담을 하는 한유아에게 꿀밤을 떼렸다.

항상 시끄러운 녀석을 잠재우기에는 이 방법이 최고였다.


우는 소리를 내는 한유아를 뒤로하고 유현을 협회로 데려가기 위해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

능력자 전용으로 만들어진 수갑.


그녀에게 수갑 같은 야만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녀가 순순히 협조할 것 같지 않은데다가 능력으로 탈출할 수도 있기에 불가피했다.


철컥!


수갑을 채우자 한유아는 능력을 해제했고, 유현은 움직일 수 있지만,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협회로 간다.”


이제 길 잃은 아이를 울타리 안으로 데려와 보호할 차례다.


--------------------


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