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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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겨억!!!!!」

 

 2시간 정도에 걸친 마도사 부대의 폭격이 끝나고, 드디어 가백소대의 돌격이 개시되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적을 공격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호와 동시에 참호에서 뛰쳐나와 적의 총탄이 난무하는 평원을 달려 다음 참호까지 전력질주할 뿐.

 

「토우리는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마라! 살사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토우리를 지켜!」

「알겠습니다」

「예엡!」

 

 아무래도 소대장은 살사나 저를 전력으로 기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살사 본인도 그걸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는 듯했는데요.

 

「명령을 복창하겠슴다! 저, 살사. 목숨과 바꿔서라도 토우리 이등위생병을 지키겠슴다」

「좋은 기세다! 입 밖으로 뱉은 이상 꼭 해내라!」

 

 뭔가 살사에게 묘하게 기합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버림말 취급을 받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사기 충만한 걸까요.

 

 뭐, 열심히 호위해준다면 저야 좋지만요.

 

 게다가 방금 소대장의 말투를 보면 저보다 살사 이등병의 목숨을 더 저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안심했습니다.

 

 

 

 

 

 이날의 돌격작전은 성공적이었던 모양입니다.

 

 3일 전과는 다르게 적의 불타 죽은 시체가 여기저기에 굴러다니고 있는 탓에 그을린 인육과 금속의 냄새가 찡- 하고 비강을 직격했습니다.

 

「그하하하! 적도 이렇게 단기간에 쳐들어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나 보군. 살아남은 해충들을 저승으로 인도해줘라!」

 

 가백 소대장이 큰 웃음과 함께 적진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사방에서 총성이 울려퍼지고 폭음과 핏물이 흩날리는 전장에서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즐겁게.

 

「……빠, 빨라」

「소대장님이 버리고 가지 않게 속도를 높입시다, 살사」

 

 가백 소대장은 다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돌진했습니다.

 

 저희도 나름 전력질주하고 있는데도 그 등은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체스트으으으!!! 내 칼의 녹이 되어라!」

 

 저는 그를 쫓으며 『무모한 돌격은 그만둬주세요』 라고 내심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엄호도 없이 단 혼자서 총탄의 비를 향해 뛰어드는 소대장은 자살 희망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앞장서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소대장의 뒤야말로 이 전장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어째서 총알에 맞지 않는 거야, 저 사람!」

「……베고 있네요, 총알」

 

 그렇군요, 잊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진흙탕 같은 전쟁을 하고 있었기에 잊고 있었지만, 이곳은 검과 마법의 판타지 세계였습니다.

 

 소대장은 검사입니다. 그것도 총알 정도라면 간단히 베어 넘길 수 있는 실력자.

 

「어째서 총알을 베어 넘기면서 달리는 소대장님 쪽이 우리보다 빠른 거야!」

「모르겠, 습니다아……!」

 

 소대장의 전투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시무시하다』 입니다.


 적이 잠복한 참호에 뛰어들어서 피바람을 일으키며 제압해갑니다.

 

 저나 살사는 정말로 금붕어 똥처럼 따라가는 게 한계였습니다.

 

 그조차도 가백 소대장이 간간이 멈춰서서 적의 목을 베어버리고 있는 틈을 타서 어떻게든 따라붙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이, 햇병아리 놈들, 두고 가버린다! 죽고 싶지 않다면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마!」

「알, 겠습, 니다!」

 

 지금까지 가백은 난폭하고 거칠며 상관으로서는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연 소대장을 혐오하는 게일 위생부장조차 우수한 돌격병이라고 인정할 만하네요.

 

 비틀리긴 했어도 가백 소대장은 엄연한 『에이스』인 겁니다.

 

「소대장님! 너무 나아가셨습니다. 그 이상은 타 부대와 연계할 수 없습니다!」

「엉? 또냐. 칠칠치 못하구만」

 

 그러나 그의 나쁜 버릇은 게일 위생부장한테서 몇 번이고 들었던 대로였습니다.

 

 그는 돌격이 즐거워서 참을 수 없기 때문인지 내버려두면 주위를 확인하지 않고 점점 베어 들어가버립니다.

 

 역시나 지금 저희는 과하게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아군은 아직 수십 미터 전의 지점에서 전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앗! 하아, 소대장, 님. 저는 이 이상의 진군보다는 지형의 확보를 우선시하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쯧. 어쩔 수 없군. 너희도 녹초가 됐고, 물러날 때인가」

 

 틀림없이 저희 소대는 고립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에 눈치챈 것인지 소대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얼굴이 되긴 했지만 한숨을 내뱉고 진군을 멈춰주었습니다.

 

「아ー, 너희들 집합. 본 소대는 이 참호를 거점으로 하여 아군의 진군을 엄호한다」

「「알겠습니다」」

 

 집합 명령과 거의 동시에 저희의 주위에 소대원들이 나타났습니다.

 

 땀투성이인 저나 살사와 다르게 선배분들은 아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역시 역전의 병사라고 말할 만하네요.

 

「소대장님, 실례지만 보고가」

「뭐냐. 말해봐라」

「제 분대의 그레이 일등보병이 총탄에 맞아 대퇴부를 다쳤습니다. 출혈이 계속되면 사망할 위험이 있습니다. 위생병에 의한 구호를 요청드립니다」

 

 그 말에 문득 보니 어깨를 기댄 젊은 남자 병사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습니다.

 

 소대장은 흠, 하고 조금 생각에 빠진 얼굴이 되어선 저를 향해 돌아섰습니다.

 

「음ー. 토우리 너, 회복마법을 두 번까지 사용 가능했었지」

「네」

「좋다. 그레이의 응급처치와 필요에 따라 1회까지의 회복마법을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레이 일등보병님 환부를 보여주세요」

 

 오오, 드디어 평범한 위생병다운 일을 맡았습니다.

 

 기진맥진해서 서 있는 것도 힘들지만, 이런 전선에서의 치료야말로 저의 존재의의이기도 합니다.

 

 기합을 넣어 성심성의껏 치료합시다.

 

「좋아, 우리는 주위를 확고히 한다. 타 소대의 전진을 엄호하면서 토우리와 그레이 두 명을 호위한다」

「ㅇ, 옙!」

 

 그건 그렇고, 가백 소대장은 제대로 부하에게도 회복마법의 허가를 내려주는군요. 자신에게밖에 쓰지 못하게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뭐어, 오늘은 이미 전투가 끝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가백 소대장을 두려워해서인지 주위의 적들은 대부분 철수한 상태입니다.

 

「대퇴부의 총상에 혈종이 생겼군요. 피를 빼야 해서 조금 아플 겁니다」

「……으극! 땡큐, 토우리짱. 이것도 인연인데 데이트 어때?」

「응혈괴(굳은 핏덩이)의 적출을 확인했습니다. 이제부터 회복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유(癒)】」

「조금 정도는 반응해주면 좋겠는걸~」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는데, 그레이 일등보병은 경박한 타입의 병사 같습니다. 전장에서 데이트라니, 어디로 데려갈 생각인 걸까요.

 

 그런데 그레이 일등보병은 젊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단련된 몸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베테랑이라는 거겠죠.

 

 「치료를 완수했습니다. 경구보액을 지급할 테니 신속히 섭취해주세요. 또, 24시간 이내에 혈뇨 같은 특이 증상이 보인다면 신속하게 저나 다른 위생병에게 말해주세요」

「이야, 수고했어. ……윽, 아파라」

「죄송합니다. 제 실력으로는 완치까진 불가능합니다」

「아냐 아냐, 피를 멈춰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솔직히 죽는 줄 알았으니까」

 

 저는 그대로 그레이 씨의 대퇴부를 소독하고 붕대로 보호했습니다.

 

 그레이 씨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고, 피가 멈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에 수분도 건네 둡니다.

 

「피는 무사히 멈췄습니다. 다시 총에 맞지 않는 한 그레이 일등보병의 목숨은 안전할 겁니다」

「그런가. 그럼 조심할게」

「끝났나? 그럼 그레이도 아군의 엄호에 가세해라. 토우리는 적이 파놓은 참호 안에서 숨어있도록」

 

 소대장의 지시도 있었으므로 저는 이후 참호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저는 비무장이고, 배낭에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구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애초에 전투에 참가할 수도 없지만요.

 

 다행히도 아군들이 잇따라 저희와 합류하였고 덕분에 지형의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전투 종료다! 각 인원은 후방부대와 교대하고 본 지점의 확보를 유지하라!」

 

 

 마침내 다른 소대가 와주어서 전선을 비워주며 오늘의 전투는 종료되었습니다.

 

 이날, 우리는 31m 전진에 성공했습니다.

 

 지난번의 적의 침공분을 전부 되찾은 것은 아니지만 보복 정도는 된 셈입니다.

 

「그하하하, 대승리다. 오늘 우리 소대의 희생은 겨우 1명, 나아간 거리는 31m! 이렇게나 효율 좋은 진격은 오랜만이군」

 

 가백 소대장은 진심으로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소대가 좀 더 빠르게 전진했었다면 이전의 패배를 통째로 돌려줄 수 있었는데 아쉽구만. 내가 10명만 더 있었다면」

 

 ……싸움이 끝난 뒤, 소대장의 말을 듣고 저는 새삼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렸습니다. 가백소대의 일원이 7명밖에 없습니다.

 

 1명, 없어졌습니다.

 

「소대장님, 일단 『그거』 해놓죠」

「아, 그렇군. 에ー, 정찰병 렌들의 목숨은 우리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가 나아간 31m는 렌들의 목숨의 결정체다」

「……」

「전원, 용감한 정찰병 렌들에게 경례하라」

 

 우리는 몇 초간 어디서 죽어있는지도 모르는 렌들 정찰병을 향해 경례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는 소대장의 돌격을 따라가는 데에 필사적이어서 주위의 경계를 허술히 하다 머리를 관통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 병사로서 경험이 얕은, 이곳에 오고 1년도 지나지 않은 신병이었다는 모양입니다.

 

「좋아. 그럼 돌아가서 한잔 할까. 내가 또 창고에서 포상으로 에일을 훔쳐 와주마」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그하하, 더 감사하도록」

 

 렌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은 이 장소에는 없었습니다.

 

 가백은 기분 좋게 웃고 있고 다른 소대원들의 표정도 쾌활합니다.

 

「살사, 토우리. 네놈들도 구더기치고는 잘 살아남았다. 특별히 동석을 허락해주마」

「……영광입니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 대신 뭐라도 개인기를 준비해 오라고!」

 

 사람이 죽었는데 어째서 그들은 저리도 쾌활한 걸까요.

 

 ……아니, 그랬죠. 여기는 전장이었습니다.

 

 사람의 죽음 따위, 분명 드문 일은 아니겠죠.

 

「……괜찮아? 얼굴이 파랗다고, 토우리」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살사야말로 핏기가 가신 것처럼 보이는데요」

「나는, 괜찮아. 응 괜찮아」

 

 렌들 정찰병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요. 어떤 성격이었을까요.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저는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죽더라도 저와는 관계가 없겠죠.

 

 그럴 터인데, 치밀어오르는 이 구역감은 뭘까요?

 

「……저기 토우리. 어째서 저 사람들 웃고 있는 거야?」

「그건 오늘의 전투에서 전술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가. 그렇겠지」

 

 견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죽음과 마주하는 일상이야말로 저희가 몸담아야 할 『전장』인 겁니다.

 

 렌들 정찰병은 죽었지만 그의 희생은 확실히 우리나라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웃어야…….

 

 

「어이, 신병들. 멍하니 있지 마. 우리 소대는 후속으로 이어서 철수할 거야」

「아, 알겠슴다 선배」

「오, 역시 어두운 얼굴 하고 있구만. 신병 녀석들은 동료가 죽으면 모두 그렇게 되지. 신경 쓰지 말고 기분전환 해라」

 

 조금 전 치료했던 그레이 일등보병이 멍하니 있던 저희를 걱정해서 찾아오셨습니다.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한 탓에 선배에게 민폐를 끼친 모양입니다. 반성해야겠습니다.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그레이 일등보병님. 바로 철수를 개시하겠습니다」

「그래그래. 평소에 그다지 표정 바꾸지 않는 토우리 쨩도 그런 얼굴을 하는구나. 실로 프리티해」

「제 미숙함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동료의 죽음을 질질 끌고 있는 걸 간파당한 모양입니다.

 

 저는 꽤 얼굴에 드러나는 편인가 봅니다.

 

 이거, 설마 소대장님의 교육 대상이 되는 걸까요.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게 부럽네. 우리는 진작에 체념해버렸거든」

「그, 역시 동료의 죽음이라던가 일상인 검까, 그레이 선배」

「뭐, 그렇지. 그야 최전선에서 돌격병을 하고 있는 이상 순직 같은 건 일상다반사야. 나라고 내일도 살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그레이 선배의 얼굴은 화가 났다기보단 우리를 염려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어른이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그런 자애마저 느껴지는 눈빛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말이야, 생각해보라고. 이 전쟁의 종착역이 어디라고 생각해?」

「종착역, 말입니까?」

「그래, 종착역」

 

 그리고 그레이 씨는 상냥하게 저희를 타일러주었습니다.

 

「벌써 10년 동안 우리는 여기서 싸우고 있어. 줄다리기를 하듯 전선을 밀고 당기면서 끝없이」

「……선배들의 분투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런 건 됐어. 그보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이 끝나는지 너희들 알고 있어?」

 

 저쪽의 입장도 고려해서, 말이지.

 

 그레이 일등보병은 그리 말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지금은 살짝 밀리고 있지만 우리 쪽도 아직 싸울 수 있어. 아직 국내에 남아 있는 젊은 남성을 통째로 징병하면 앞으로 10년은 더 버틸 수 있지」

「……」

「적들도 그렇겠지. 아직 증원할 수 있는 병력은 꽤 남아 있을 거야」

 

 그건, 확실히 그럴지도 모릅니다. 저는 회복마법의 적성이 있었기에 사실상 징병에 거부하지 못했지만, 고아원의 다른 친구들 대부분은 군대가 아니라 시내로 돈을 벌러 가곤 했습니다.

 

 유일하게 저와 동일한 타이밍에 군에 소속된 버니도 징병이 아니라 지원이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본국에는 아직 징집할 수 있는 인재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까지 징병을 해버리면 이 나라의 생산력은 궤멸해버리겠죠.

 

「참호전이란 건 말이지, 방위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참호에 박혀 있는 쪽이 쳐들어온 쪽을 쏜다. 이 구도가 되면 어떻게 발버둥 쳐도 공격 측의 피해가 커지게 되거든」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그래서 마도부대도 잘 해주고는 있지만 그 폭격만으로 참호에 틀어박혀 있는 병사들을 전부 죽이는 건 불가능하지. 적도 방어주문이라던가 대폭 장비 같은 걸로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서 포격이 끝난 뒤에 돌격해오는 우리를 쏴 죽이기 위해 이를 갈고 있으니까」

 

 확실히, 참호에서 응전하는 쪽이 어떻게 생각해도 유리하네요.

 

 그렇기에 더욱 정성껏 시간을 할애해서 마도부대에게 공격을 요청하는 것입니다만.

 

「전쟁은 앞으로 10년은 계속될 거야. 내일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보증이 없는 이 장소에서 돌격병으로 10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해?」

「그건 신에게 빌거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어림도 없어. 우리는 여기서 죽을 거야. 그건 이미 확정된 사항이야」

 

 체념하고 있다, 라는 건 그런 의미야.

 

 그레이 선배는 쓸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리 웃었습니다.

 

「죽음이 종착역인 셈이지. 지금까지 정말 잘 해오셨습니다. 이제 해방시켜드리겠습니다, 라는 하느님의 구원인 거야」

「……그런, 만약 적의 진지를 돌파해서 수도를 함락시킨다면」

「무리지. 전쟁의 형상은 바뀌었어. 가까운 과거에 기병 놈들이 활약했던 시절과는 달리 총과 화약 무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결과, 이런 참호전이 전쟁의 주류가 되었어」

「……」

「참호전이라는 건 끝이 없어. 져서 후퇴하더라도 거기에 새로운 구멍을 파서 총구를 겨누는 것만으로도 견고한 진지가 탄생해버리지」

 

 여기까지 말했으니 알겠지, 라며 그레이 씨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죽은 녀석은 골인한 녀석이다. 이런 지옥에서 한발 앞서 빠져나간 럭키한 녀석들이야. 렌들도 분명 지금쯤 먼저 간 전우와 저쪽에서 즐겁게 연회라도 하고 있겠지」

「……으, 그래도,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슴다」

「그야 그렇겠지. 그 정도로 달관하기에는 너도 토우리 쨩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 그래도 뭐, 분명 깨달을 날이 올 거야」

 

 그레이 일등보병은 툭 하고 살사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조만간 죽은 녀석이 부러워질 테니까」

 

 그리 말하고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그레이 선배에게 멍하니 있던 것을 꾸지람 들은 뒤, 저와 살사는 둘이 나란히 소대장의 텐트를 향해 걸었습니다.

 

「죽을 수 있는 게 부러워? 이해할 수 없어」

「동감입니다 살사 이등병」

 

 오늘은 베이스에 귀환한 뒤 가백 소대장에 의한 연회? 가 열린다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 선배 왈, 술을 마신 소대장님은 평소의 1.5배는 불합리하다는 듯하므로 지각할 수는 없습니다.

 

「죽고 싶지 않다구. 나 이런 외로운 장소에서 구더기가 끓는 쓰레기마냥 굴러다니는 육편이 되고싶지 않아」

「저도 사양하고 싶네요」

「그래도……. 오랜 시간 전장에 있으면 나도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죽음에 구원을 청하게 돼버리는 걸까」

「글쎄요? 그건 당신의 생사관 나름 아니겠나요」

 

 살사 군은 좀 전의 그레이 선배의 말을 깊이 고민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조금 전, 저희를 타이르던 선배의 표정은 제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온화했습니다.

 

「그레이 일등보병님은 아마도 너무 상냥하셨던 거겠죠」

「상냥해?」

 

 저는 그의 말로부터 그의 됨됨이의 일부를 엿본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레이 선배는 본래는 무척 상냥한 분일 겁니다.

 

「죽음에서 구원을 찾는 게 어딜 봐서 상냥하단 거야」

「뭐, 자신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달래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있지만요」

 

 죽음은 구원이다.

 

 정말로 그런 일그러진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레이 선배는 바로 자살했어야 정상이겠죠.

 

 저희에게 그런 말을 해두면서도 그는 분명 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그 외에 뭐가 있는데?」

「그레이 선배는 분명 죽은 전우가 저세상에서 구원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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