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해 탐사 리뷰 모음


주인공 김안은 참 속성이 많아요. 서울과 평양에 빌딩이 한 채씩 있으며 행동에서 귀티가 나고 클래식을 들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요리 잘하는 부잣집 아가씨, 몸에서 마약이 생성되는 10년 생존율 0.5%의 증후군 환자, 술에 약한 애주가, 1억명이 넘는 사람이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세계랭킹 13위를 찍는 랭커, 159.2cm에 38kg인 흑발금안슬렌더죽은눈병약미소녀 처럼 말이죠. 그리고 비극적 사연도 가지고 있죠. 처음으로 여자가 된 후 감금당한 것부터, 친자 확인 소송을 포함한 2번의 민사소송과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르쳐준 취미로 인해 발생해 버린 어머니의 장례식까지 여러 아픔을 가져왔죠.


 그리고 안이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참 특색 있죠. 통일 한국의 순수미술계를 다시 살려내고 있는 최고의 스타 화백 백이결과 그의 여동생인, 명문고에서 전교 1등을 하는 백이연 말이에요.


이들에게 현재 상황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져요.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TS된 후 집 안에 틀어박힌 후에 세상과 방구석에서 방송이라는 밀회를 계속하고 있는데, 노캠 노마이크에 메모장으로만 소통하는 단계에서 핵과 마약 해명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세상 밖에 자신을 좀 더 드러내며 한발 더 앞으로 나가고 있어요.

 백이결은 주인공이 TS된 후부터 도와준 만큼 이런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면서 잘못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형과 함께 주인공에 대한 거대한 트루먼쇼를 진행하고 있다고 나와 있어요.

 백이연의 입장에서는 오빠의 친구로만 알고 있었고, 자주 어리광 부리던 언니의 비밀을 알게 되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언니에 대해 더 잘 알아가며 언니를 바꿔보려 노력하고 있죠.


이 소설의 소개문처럼 이 소설은 주인공이 방구석에서 살금살금 걸어나가는 소설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강박을 가지고 있어요. 거대 기업의 사장의 아들, 여러 차례의 민사 소송, 어머니의 장례식, 테일러-스미스 증후군, 통칭 TS증후군 환자와 같은 다양한 정보가 합쳐지면 주인공의 존재는 드러나고, 방구석에서의 밀회는 깨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주인공은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닉네임이 '목덜미냄새감별사'인 썸네일러 차율, 이상한 사람들만 모였지만, 서로를 치유하고 있는 스트리머 크루와 같이 말이죠.

 여기에 주인공의 가정사, 군수업체 사장인 아버지와 가끔씩 초인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게 하는 주인공이 걸린 테일러-스미스 증후군과 이것의 정체를 아는 듯한 주인공, 그리고 연애 노선까지 여러 가지 떡밥들이 버무려져 있어요. 특히 연애 노선에는 무자각으로 이결이에게 플러팅하는 주인공, 이연이를 챙겨주는 주인공과 이연이와 주인공의 동거 떡밥, 주인공이 시스콘급이라 언급한 이결이와 같이 NL-GL-폴리아모리, 어떤 노선으로 가도 이상하지 않은 서사도 있죠. 


여기에 더 특이한 것은 매력적인 소설의 문체에요. 보면 볼수록 의미가 깊어지고, 작가의 교양 수준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문체와 그 문체로 서술하는 서브컬쳐와 인터넷 문화가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말이죠.


첫 소제목부터가 디지털 카메라 노스탤지어, 즉 Digital Camera Inside에 대한 향수인만큼 이렇게 감성 넘치게 인터넷 서브컬쳐에 대한 고찰을 담은 것이 인상깊었어요. 아무 장면만 뽑아도 명장면으로 손색없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전투씬도 마음에 들었어요. 상황이 한번에 이해가 가면서도 '택티컬'의 낭만을 살린, 그런 느낌이었어요. 특히 자유연재분의 이 화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 소설을 정주행하면서 '쌀먹충 아닌데요'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비록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말과 행동이 단정한 부잣집 아가씨이고, 쌀먹충의 주인공은 당장 생계가 고픈 밑바닥 인생으로 전혀 다르지만, TS미소녀가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점은 닮았으니까요. 그리고 둘 모두 TS인방물이란 정형화된 작품의 형태를 수려한 문체로 서술했죠. 한때 이 채널에서 '쌀먹충 아니에요'의 연중 여부로 많이 불탔던 기억이 나요. 시간도 마침 거의 딱 1년 전이네요. 하지만 쌀먹충도 결국 돌아와서 완결이 되고, 누군가의 인생작으로 남은 것처럼 저도 이 소설이 다음 화를 내고, 저를 만족시킬 결말을 내줄 것이라 믿고 있어요. 작가가 소설을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저도 믿어줘야죠. 그게 작가가 연재에 확신이 생기기 전부터 본 독자의 예의니까요. 그때까지 제 시계는 아마 작가가 오늘 내로 다음화가 올라온다고 한 9월 16일에 멈춰 있을 거에요.










작가가 TS미소녀가 되지 않았다면 말이죠.



사실 챈에 들어와서 거의 처음 본 연중작 리뷰 대회를 생각하며 글을 썼어요. 그때는 없었는데 저에게도 결국 이런 소설이 생겨버렸네요. 작가님이 남긴 마지막 공지의 내용도 진짜 안타까운 사정이 있는 만큼 꼭 돌아오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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