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생물에게 있어서, 인간, 개인에게 있어서 공통적인 마지막. 그리고 가장 피하고 싶은 결말.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 감상.

그런 결말이 내게 찾아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헤이~ 잘 잤어 공주님?”

눈을 떴지만, 검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야, 여기는 그런 공간이고 그래야 정상이다. 정신을 차린 나는 누워있는 몸을 일으켜 이 공간에서 나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색을 가지고 있으며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른 빌어먹을 선배를 보았다.

그보다 또 코에 들어갔네. 아니, 코에서 덜 빠졌다고 하는 것이 옳았지만 상관없다.

“크응! 공주님 이지랄… 선배는 내 덕분에 산 거 아니야.“

나는 코에 있는 신혈을 뱉어내며 불평 또한 내뱉었다.

이 검은 신혈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죽을 수도 없고 내 자지도 잃어버렸다.

나는 검은 신혈의 웅덩이에서 일어났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알몸이고 전사라기에는 너무나 여성스러운 몸이 드러났다.

“오우, 부활 기념으로 한 번 주물러도 되냐?”

“자기꺼나 주물러. 선배도 머리통만 하잖아.”

“느낌이 다르다고 느낌이!”

안다. 알지만 불쾌하기에 저 의견은 무시했다. 여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에인헤랴르 영입하고 접대하는 발키리가 싫어서 이렇게 뛰고 있는 팔자고 원래 군인이기에 이 길을 택했다.

“됐고, 일이나 하자. 내가 죽기 전에 그놈 눈깔을 도려냈으니….”

“아, 그거 말인데. 우리 전멸했거든.”

“…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몇시간에 걸쳐 추적하고 그보다 먼저 예상 경로에 함정을 파서 사냥했다. 물론, 재생능력이 뛰어난 놈이고 나를 비롯한 발키리들이 먹히고 찢기고 으깨지긴 했지만 사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놈, 아니 그놈들. 페어로 움직이더라.”

“…양동이구나.”

아찔해졌다.

덩치와 재생능력만 가지고 본다면 A가 맞지만 왜 A+로 지정되었는지 알겠다.

애초에 한 마리 더 있던 것이다.

“아오… 여신님! 이런 건 좀 자세하게 말해주시면 좋잖습니까, 예?”

나는 뒤를 돌아 불평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거대한 얼굴이 눈과 입에서 신혈을 흘려 이 공간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존재, 우리의 여신님이 침묵하고 있었다.

안다, 여신에게 경박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지만 여신께선 세계를 유지하느라 바쁘시고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저 역겨운 외물들의 토벌을 명하셨다.

사실 좋게 말해서 명하셨다지 죽은 사람 납치한 다음 강제 9 설득 1의 협박이다.

게다가 변태 같은 전투복도 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용서가 된다는 소리다.

“그래서 +붙여주셨는데 우리가 빵꾸냈잖냐. 그놈들 지금 A++다. 아마 우리 몸에 있는 신혈을 먹고 벌크업 했겠지. 재수 없으면 떡 쳐서 새끼까지 배고 있을 거야.”

평상시보다 배는 난폭하다는 소리다.

“…브륀힐드급이 나서겠는데? 우리 손을 떠났어.“

놔두면 숫자가 늘어서 복수형 S급이 될 녀석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브륀힐드. 그러니까 S급 발키리들이 그것들을 확실히 끝장낼 것이다.

“아, 이것도 해결됐어.”

“벌써 배정됐어? 누구야, 에이르? 괸둘?”

“힐드.“

선배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 나는 순간 선배가 내 말을 끊으려고 내 이름을 말한 줄 알았지만 3초 정도 침묵이 흐르자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그래.“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기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나는 시험 삼아 손을 쥐며 내 힘을 살폈다.

넘쳤다. 힘이 넘치고 육체가 달라졌다.

“그래, 어쩐지 선배가 나보다 나중에 죽었을 텐데 먼저 부활한 게 이상했어.”

“가자고 출세한 후배님.”

펄럭!

선배가 가지고 있던 천을 나에게 던졌고 나는 나풀거리는 천을 휘감아 겨우 벌거숭이의 신세에서 치녀로 전직했다.

그리고 이 부활의 전당을 나가기 전에, 나는 뒤돌아 여신님을 보았다.

”…기대받는 만큼, 멋지게 사냥하겠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야, 바쁘시니까.

하지만 왜인지 이 아득한 어둠과 발치에 있는 신혈이 묘하게 따뜻해진 듯한 착각을 받았다.

쿠구궁!

부활의 전당에서 발할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우와아아아아!!”

문이 열리고 내가 나서자, 에인헤랴르. 편의상 전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게… 브륀힐드가 받는 환호?

아니…! 뭔가 다르다!

전사들의 표정이 영광스러운 발키리를 보는 것이 아닌 접대용 발키리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기 직전 같은 표정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선배를 찾았고 선배는 어느새 저어어쪽에서 애꾸눈 전사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

“…내 무기는?”

“당연히 있지! 자, 에보니 강철로 제련한 전투도끼다!”

흘뢱이 헤벌쭉한 얼굴을 숨기지 않은 채 내 무기가 될 전투도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묵직하며 균형 잡힌 대형 전투도끼.

나는 그것을 한 손으로 들어보고 휘두르며 돌려보았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흘뢱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흘뢱.”

“왜, 무기가 마음에 들어서 뽀뽀라도 해주려고?”


흘뢱이 양팔을 벌리며 과장되게 입술을 쭈욱 뺐다. 전사들은 또 그것을 보며 ‘뽀뽀해, 뽀뽀해.’라는 지랄을 하는 것은 덤이었다.

“무기 만들어 줬으니까, 10초 줄게.”

“….”

난 웃으며 말했고 내 말을 들은 흘뢱은 정색 후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봤다.

“10.”

후다닥!

다행히 흘뢱은 자신이 만든 무기에 베일 생각이 없는지 빠르게 도망쳤다. 원래 이런 거 싫어하는 녀석이니 그녀가 완전히 도망친 것을 본 나는 천을 완전히 벗어 알몸이 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발할라가 떠나갈 정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쿵!

나는 도끼를 땅에 내리찍으며 크게 말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었고 전사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나는 힐드! 이번에 여신의 명을 받아 마랑을 사냥하기 위해 브륀힐드가 되었다. 하지만! 마랑을 사냥하기 전! 발정난 원숭이들을 상대로 이 힘에 적응하고자 한다!”

마나를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신입처럼 보이는 녀석들을 제외한 전사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변태새끼들, 하지만 이런 점은 마음에 든다.

“긴말은 하지 않겠다. 무기를 챙기지 않은 녀석은….”

스르릉.

이번에는 발할라에 함성 대신 간담이 서늘해지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검이 검집에서 뽑히는 소리. 손잡이가 손에 착하고 감기는 소리. 화살을 발사하기 위한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

전사들은 웃으면서 나에게 무기를 겨눴고 나 또한 웃으면서 도끼를 잡은 채 자세를 잡았다.

“내가 선두다아아아아!”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남전사가 웃통을 벗고 검 한 자루를 쥔 채 돌격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화살들이 나에게 작렬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브륀힐드라고? 그걸 정면에서 덤비는 등신새끼느으으은!!!”

죽어야지.

콰아아아앙!

한 합.

전력을 휘두른 한 합에서 생겨난 폭풍에 화살들이 부서지고 참격은 가장 선두에 섰던 남전사를 두 동강 낸 뒤 분해했다.

하지만 겨우 선두를 죽였다고 해서 멈출 에인헤랴드와 발키리가 아니다.

죽어도 부활하기에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그렇기에 강대한 역겨운 외물들에게 달릴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나 또한 발키리기에, 저 광기에 찬 전사들을 향해 뛰어갔다.




시리즈로 낼지는 몰루?

경험상 시리즈로 냈는데 추천이랑 조회수는 미비하더라…


그런데 필수조건 2개는 충족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발키리 대회 1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