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담당 트레이너. 트레센의 다른 학생, 선생들은 물론이고 에어 그루브와 심지어 나만 따라다니는 테이오도 정색하며 안 웃어주는 내 개그를 유일하게 같이 웃으며 받아주는 사람이다.

아니.. 이었다.


어제, 오래간만에 학생회실을 방문한 트레이너군이 지쳐 보여 평소처럼 개그를 한 번 쳐 보았다.


"트레이너군 자네 왜 트레센 학원에 더트마들이 적은 지 아는가?"


"..."

평소라면 대답을 해주었을 그인데..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나?


"왜냐하면 더트마들은 더 트레이닝해야 하기 때문이지!"


"..."


"안 웃긴가? 그럼 하나 더 해 주지. 왜 오구리 캡이 인기가 많은 지 아는가? 오구리가 캡이기 때문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만해! 너 개그 재미없다고!

마지막 단어가 내 머릿속을 뒤흔든다. 이게 키타산이 말한 혼을 뒤흔드는 한 소리인가? 확실히 야루끼가 떨어질 만 하네..

-나도 너 개그 받아주는 거 지쳤어! 나.. 출근하면 맨날 웃고 있어.. 상사한테, 상급 트레이너한테, 이사장, 그 외 기자들한테.. 그게 내가 정말로 행복해서 웃는 것 같아? 너도 아닌 거 알 거 아니야. 근데 넌 내가 쉴 때도, 집에 와서도, 밥 먹을 때도,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문 앞에서도 아재개그를 치고, 내가 웃을 때까지 계속 개그를 만들어내더라? 아니 근데 개그를 떠나서 화장실은 왜 따라오는 거야? 아무튼 트레이너와 담당과는 다들 사생활 같은 건 없다고 하지만 내가 조커도 아니고 맨날 니 개그할 때마다 웃고 있어야 해? 내가 이 말 저번에도 해 줬고 너가 강제로 집 문 열고 왔을때도 너 상처받지 않게 말해줬는데,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야 알아들어? 내가 니 개그 얼마나 재미없는지 알려줄까? 내가 트레이너 커뮤니티에 너 개그 올렸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 알아? 지랄하네, 너같은건 트레센에서 떠나라, 주딱은 분탕을 차단하라 등등.. 심지어 비추천도 너무 많이 받아서 심의까지 받더라?


그 전까진 몰랐지.. 내 개그가 안 웃긴 건 알았지만.. 트레이너랑은 개그코드가 맞는 줄 알았는데.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내가 유일하게 개그를 받아주는 트레이너를 개그 쓰레기통으로 보고 있던 걸까?


아무튼 이후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미얀하다 루나.. 방금 한 말은 내가 회식 때문에 술 진탕 마셔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헛소리라고 생각해줘. 너도 이 시간까지 혼자 학생회에서 업무 보느라 엄청 힘들텐데 트레이너란 놈이 말동무 하나 못 해주고. 정말 미안해. 이걸로 네 기분이 풀리지는 않겠지만.. 아니면 내가당근 케잌이라도 사올까? 얼른 갔다올게


그러곤 마치 도망치듯이 학생회실을 나갔다. 그나저나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저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인가?

하긴.. 화장실은 너무했나?




이 뒤로 루돌프가 트레이너를 웃길 수 있는 우마무스메가 되기 위해 일은 잠시 부회장과 테이오한테 부탁하고 열심히 개그 공부하는 루돌프 소재 ㅇㅇ

이건 중복 없을 것 같아서 써옴


(일부 실제 사건들이 첨가되어 있슮)


근데 이정도면 걍 괴문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