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젠틸돈나..."

"..."

"...씨."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일단 입에 문 담배부터 허겁지겁 치워보려했지만

"...계속 피셔도 되요. 어차피 별 신경 안 쓰니까."

"...네."

"어색하게 존댓말 하지마세요, 괜히 불편하니까."

"회사에서 경고먹고 조용히 살라는 말 들은 사람이, 우리 담당분께 어찌 반말을 하겠어요. 저 때문에 안 먹어도 될 욕도 들으시면서."

"언제 그런 거 신경이나 쓰셨나요. 악역 보스라면서 신나게 떠드실 때는 언제고."

"후우... 사회란 원래 어려운 건가 봅니다. 아가씨."

담배연기와 함께 피식, 웃어보았다. 젠틸돈나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지만 꼬리를 살랑이는 꼴을 보니 어디 화난 것 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술 마시고 진탕 싸운 뒤에 하는 일이 여기서 담배나 뻑뻑 펴대는 건가요? 사회 생활하는 어른치고는... 어른스럽진 않네요."

"어린애 같다는 뜻이죠? 젊어보여서 기분 좋네요."

"...말이나 못했으면."

팔짱을 낀 채로 톡 쏘아붙이듯 한 마디를 건넸지만, 가볍게 웃는 걸 보니 나쁜 개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이정도면 다행이지.

"쓰으읍... 하아..."

"...뭐하다가 그렇게 싸웠는데요."

"콜록...!  콜록...!"

"..."

"...별 거 아냐."

끄트머리만 남은 담배를 툭툭 치곤 발로 짓이겼다. 원래 우마무스메나 애들 앞에선 안 피려고 하지만, 오늘따라 더 마려운 걸 어떡하리.

"별 거 아닌 걸로 다른 트레이너들이랑 대판 싸울 사람이 아닌 거 다 아는데, 거짓말 하지마요."

"넌 알 필요 없어."

"집 주소에 저번에는 실수로 꼬추까지 본 사이에 알 필요 없는 게 어딨어요?"

"...그렇게 말하면 난 뭐가 되냐."

"뭐, 제자 꼬셔서 집으로 데려가놓고 자기 꼬추나 보여주는 사람이죠."

"하아..."

오늘따라 담배가 쓰다. 써.

"당신을 놀리기라도 했어요?"

"우리가 애냐?"

"아니면 연봉이나 집안으로?"

"...그렇게 깊숙한 건 서로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야."

"이것도 아니면... 연애사?"

"..."

담배를 한 모금 들이키고, 회백색의 연기를 내뱉는다. 금새 바람과 섞인 담배연기는 시퍼런 하늘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조금 컸다 싶었는데, 생각하는 건 고등학생 수준이구만."

"...고등학생이니까요."

삐졌다. 자긴 안 삐진 척 다소곳하게 양 손을 단전으로 모으고 꼬리도 차분하게 가라앉혔지만 저 푹 꺼진 귀와 부푼 양 볼만 봐도 삐진 걸 알 수 있다.

"...너 때문에 싸웠다. 너 때문에."

"네?"

"...하도 비품 부숴먹어서, 너보고 고릴라라고 하길래. 내가 한소리 했다. 됐냐?"

"...허."

"내가 아주 술에 취해서, 야! 그렇게 예쁜 고릴라가 어딨냐?  어? 라면서 소리치고 갈아엎었지 아주..."

"거짓말."

"..."

"거짓말 하는 법을 조금 배우셔야 겠네요."

"고릴라라고 한 건 사실이야."

"...뭐, 그건 제쳐두고."

줄담배를 피고 싶진 않았는데, 벌써 3개비 연속으로 불을 붙였다. 제자 앞에서 줄담배나 피우며 술마시고 깽판 친 얘기를 실토해야 하는 꼴이라니 볼썽사납지 참.

"...너 때문에 싸운 것도 사실이야."

"이것도 거짓말..."

"...그 녀석... 아니 새끼들이, 자기들끼리 신나서 말이야."

"...?"

"못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내뱉더라고. 어차피 티아라 노선은 날먹이다. 2군이다. 제대로 된 실력이 아니라고."

"..."

"자기네들이 담당하는 그 대~단하신 우마무스메년들이랑 맞붙기 두려워서 도망간다고 아주 대놓고 말하더라고."

"...당신."

"...그래서, 욕했어. 니네가 뭘 아냐고, 엄연히 나와 젠틸돈나가 일궈낸 결과고... 또 자기네들이 그렇게 칭송해 마다하지 않는 오르페브르도 무릎 꿇게 했는데."

"..."

"지들이 뭘 안다고... 그래서 한동안 언성이 높아지다가, 술 기운 탓인지 주먹이 나가더라고."

"허..."

"...주먹부터 나가는 건, 누구한테서 배운 건지 참."

가볍게 웃으며 젠틸돈나를 쳐다봤다. 삐진 건 조금 풀린 건지 가볍게 꼬리를 살랑이는 그녀는 자길 말하는 거란 걸 깨닫고 가볍게 옆구리를 툭 툭 쳤다.

"윽. 윽! 나 죽어!"

"힘 조절 했어요."

"...알고 있어."

"뭐... 나름 이유는 알겠네요."

"...그런 이유로 지금 이 꼴이란 말씀, 이제 들을 얘긴 없지?"

"..."

"나야 뭐... 악역영애 아가씨의 무자비한 악당 집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관없지만 우리 아가싸 이미지에 괜한 먹칠..."

나 혼자서 주절거리고 있을 때, 젠틸돈나는 넥타이를 확 잡아 끌더니

"하..."

그대로, 입을 맞췄다.

"...이게 무슨."

"...집사가 주인 말도 없이 제멋대로 해서 내린 벌이에요."

"..."

"난 먼저 들어가 있을 테니까, 다 피면 마저 들어와서 그 잘난 입으로 트레이닝 계획이나 조잘거려요."

"..."

"...맞다, 앞으로 담배도 좀 끊어요. 다른 여자는 몰라도, 난 싫으니까. 연기가 독하네."

"...네, 그럽죠 마님."

"후훗, 그럼 오늘의 트레이닝도 기다릴게요. 당. 신?"

...아무래도, 제멋대로인 아가씨한테 잘못 취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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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틸돈나 <-- 은근히 어리광쟁이라서 분명 육성스에서 돈나돈나 어리광 나올 거라고 믿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