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산 모음집】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497454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한 7월, 풍경 소리마저 나긋나긋하게 느껴지는 정오, 툇마루에서 소면 먹으며 도랑에 흐르는 물줄기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최고기온은 35도, 최저기온은 14도로 폭염일 예정입니다. 외출은 삼가고 실내는 냉방으로 적절한 온도를...』



저 너머에서 들리는 TV 소리, 정말 이러니 시골 생활은 못 해먹는 거구나 하고 혼잣말을 한다.



참다못해 집에서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가 그곳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품에서 뫼비우스를 꺼낸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요즘 보기 드문 마찰식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퍼스트 테이스트를 입 안에 머금었다고 그대로 훅 내쉬었다.



"마스, 터...?"



현기증이 날 정도의 뙤약볕 아래,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논두렁길에는 아지랑이가 초록과 파랑의 극채색으로 물들인 세계에 시야가 명멸하는 하지 무렵, 나는 전 담담을 만났다.






=====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어렴풋이 눈치채고 무시하면 되는데, 이래서는 맞습니다. 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누, 누구를 말하는 거야."



나는 세컨드 스모크를 폐 안으로 흘려보냈다. 그러고 보니 저기 있을 때는 제대로 피우지 못했지... 처음에는 피웠는데, 어딜 봐도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후각이 예민한 탓에 내 냄새를 두 번 정도 맡더니 다들 얼굴을 일그러뜨려서 그들 앞에서는 피우지 않았다.



"정합성 확인, 89% 마스터의 것과 일치, 동일인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 오랜만입니다, 마스터."



"89%? 그럼 이제 11%가 남았잖아. 비슷한 타인일 수도 있다고."



"단순 정합성은 94%, 세월의 경과를 감안하면 오차 범위 내, 저의 기억 미스나 마스터의 급변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89%의 수치에 귀착했습니다."



"너, 2관 미호노 부르봉이지? 그런 거물 우마무스메를 담당한 대단한 트레이너가 이런 술주정뱅이에 담배나 피는 나일 리가 없잖냐."



"마스터는 숨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휴일이 끝난 후에는 목과 가슴에 걸쳐 담배의 냄새가 감지했습니다. 실제로 판별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지만, 특징적인 냄새로 보아 뫼비우스, 혹은 비슷한 계통의 담배라고 판단했습니다."



"...허, 엄청난 우연이네. 나도 뫼비우스 좋아하는데."



"또, 아침 연습 때 저혈압인 마스터를 깨우러 기숙사에 방문했을 때, 심하게 취했는지 알코올 냄새가 방에 가득했던 것 또한 감지, 지금까지의 경향으로 보아 격무가 잦아진 시기에 맞춰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그 트레이너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빠에게...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야, 궁금하잖아."



"다이얼 로그 삭제, 소각... 무슨 말이죠, 마스터."



"너무 쉽게 넘어가려는 거 아니야?"



후후, 하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웃은 것은 얼마 만일까. 술을 마실 때면 몰라도 맨정신일 때 웃는 건... 그래, 2년 만인가.



"그건 그렇고, 왜 승부복 차림이야?"



"...."



"게다가 레이스 같은 건 어쩌고. 여름에는 방학이라고 해도 쉴 수 없는 합숙 기간이잖아. 뭐야, 땡땡이친 거야?"



"어떻게 마스터가 아닌 당신이 그걸 알고 있는 거죠?"



"..."



이 녀석... 언제 그런 걸 배운 거지? 이 녀석에게 지능 트레이닝 시킨 놈 누구야. 이 녀석은 바보 같은 모습이 귀여운 건데.



"...지인이 우마무스메 레이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거든."



"그런가요?"



"그보다, 정말로 너는..."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 녀석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때와 다를 바 없이 맑은 눈. 아쿠아 마린 컬러의 눈동자에 긴 속눈썹, 섬세한 밤색의 머리칼. 어느 것 하나 그때와 다름없다. 하지만 그 눈동자 속에 있는 것만은 다르다.



녀석은, 그 시절 기억 속의 녀석은 그야말로 사이보그였다. 사람의 마음이 없다는 건 아니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을 뿐.



타산이라든가, 근심이라든가, 속셈이라든가... 인간을 형성하는 데 꼭 필요한 추악함, 그런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확실히 녀석의 눈은 아직도 맑지만, 그 속에는 확실히 사람으로서의 무언가가 있다. 남들만큼 고민하고, 발버둥치고, 고생하고... 그 끝에 얻게 될 인생 경험이라고 할 무언가를 가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



옛날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은, 속이는 맛이 쏠쏠했던 녀석도 좋아했지만...



"속일 수 없는 여자도 나쁘지 않아."



"...? 무슨 소리죠, 마스터."



"나는 네 마스터가 아니야."



"그런가요... 그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그래, 그럼 아저씨?"



"알겠습니다. 데이터 로그 갱신... 고유 명칭을 마스터에서 아저씨로 변경."



"너도 참 고집이 세구나."



"아저씨가 할 말인가요."



훗, 하고 두 번째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래. 고집쟁이끼리 이상하게도 목표가 같았으니 별 충돌 없이 3년을 달릴 수 있었겠지.



"너, 점심은 먹었어?"



"아뇨, 점심은 아직 안 먹었어요."



"그럼 잠깐 들러. 소면이라도 줄게."



"알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아저씨."






=====






내가 앉아 있던 툇마루에 걸터앉은 부르봉 옆에, 소쿠리에 삶은 채로 방치해둔 면을 올려놓았다. 추가로 국물과 양념도 같이 놓았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맛있게 먹어나가는 부르봉. 확실히 주니어기 7월이었나, 너무 더운 날에 학원 그라운드 사용 금지령이 내려진 날이었다. 먹을 기회가 없었는지 마치 외국인처럼 면을 이빨로 잘라 먹었다.... 이제는 평범하게 먹게 되었구나 하고, 조금 멀리 보이는 녹음이 짙어가는 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물우물."



...저 놈의 의성어를 흥얼거리는 버릇은 도대체 언제 고쳐질까 궁리하다가, 결국 그것도 고쳐 버리면 어딘가 적막감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자조적인 생각에 빠졌다.다 큰 남자가 꼴불견이다. 자기가 모르는 사람을 보면 초조해 한다니... 그런 계집애 같은 독점욕, 나는 대체 어디서 이런 걸 얻은 것일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얻은 게 너무 많아서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다.



"잘 먹었습니다, 아저씨."



어느새 다 먹은 것 같아서 보니 텅 비어 있었다.... 뒤늦게 나마 우마무스메의 식욕이 떠올랐다. 내일은 장을 보러 가야겠군.



"그러고 보니 마스.... 아저씨는 점심을 드셨나요?"



"그래, 한 시간 전쯤에 먹었어."



"그럼, 일부러 전부 다시 만드신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뜨거운 물이 아직도 안 식었길래 거기에 또 넣었을 뿐이니까."



뭐, 내가 먹었을 때는 국물도 양념도 안 써서 그것들은 새로 만들었지만, 그냥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소면이라는 건 참 쉽네요."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



"아뇨, 저는 중학생 때부터 트레센 학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철이 든 후 아빠와의 추억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또 한 분의 부모님... 이라기보다 소중한 분이 있어서, 그분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만, 그 분도 2년 정도 전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이런 것을 가르쳐 줄 사람은 결국 전부 없어졌어요."



"...그렇구나, 그거 참 형편없는 놈이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네가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건, 그 녀석도 너를 소중히 여겼다는 거 아냐? 그런 사람을 내버려두고 사라지는 건 남자가 해서는 안 될 짓이야."



"저는 그 분이 남자라고 단 한 마디도 한 적 없습니다만."



"...."



쓴웃음을 지었다. 아, 말실수를 해버렸다.



"...확실히, 그가 사라졌을 때는 정말 슬펐어요."



"....그렇구나."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해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어요."



"...."



"그분은 제 마스터였는데, 제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입이 거칠고, 억척스럽고, 술김에 제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는 분이었지만, 그는 솔직한 사람이라 거짓말 같은 건 추호도 없었죠."



"....그런 짓을 했다고?"



"네, 당사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억에 없었는지 나중에 은근히 확인해 봤는데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구나."



햇빛이 강해진 걸까, 목덜미에 땀이 맺힌다.



"그래서 저는 비록 마스터가 없더라도 그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달리기를 계속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도 기뻐하겠지."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달려도 만족하지 못했어요."



"...."



"달리고 나면 찾아오는 만족감이나 황홀감, 다리를 덮치는 기분 좋은 피로감 등을 일절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



"심각한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그 원인도 바로 이해했고요. 하지만 그것은 도저히 제거할 수 없는 것. 결국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마스터와 달린 URA 파이널즈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안."



"왜 당신이 사과하는 거죠? 당신은 마스터가 아닙니다. 아저씨죠. 그러므로 당신에게는 꺼려야 할 과거도, 짊어져야 할 일도 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원망할 수도 없고요."



"...그래, 그건 그렇지."



침묵이 찾아왔다. 짹짹- 이름 모를 새가 어디선가 지저귀었다. 이곳은 한적한 시골. 잘 모르는, 정체불명의 벌레와 동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문득 마른 바람이 뺨을 스쳤다.그 바람은 초목을 흔들고 부르봉의 고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부르봉은 여느 때처럼 그 바람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행동에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놓고 싶지 않다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일어서는 내 등에 부르봉의 시선이 날아왔다.



"잠깐 나갈까?"



"알겠습니다, 아저씨."






=====






두 시에 접어들었다. 과학 시간에 배운 것이 맞다면 지금이 가장 더울 시간대다.



햇빛은 원래 정오에 가장 강해진다. 그러나 땅이 뜨거워져 공기에 전도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햇볕이 가장 강해지는 시간과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은 왕왕 어긋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부르봉에게 했다.



"...."



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위에서 부르봉은 천천히 수면을 들여다보았다. 물 속에는 작은 물고기와 해초랑 헤엄치고 있었다.



"일본 송사리네. 여기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일본에 서식하는 송사리는 대부분 외래종이야. 일본 고유 토착종인 일본 송사리는 천연기념물인가 멸종위기종인가로 지정되어 있어. 내 기억이 맞다면 후자일 거야."



그렇군요, 하고 부르봉은 쪼그려 앉은 채로 맞장구를 쳤다... 정말, 옛날부터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



"왜 그러시죠? 듣고 있어요."



"아니, 관심 없는 것 같아서."



"괜찮습니다, 마스터. 저는 무뚝뚝해서 관심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듣는 걸 좋아하니까요. 괜찮으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렇구나... 그리고 난 마스터가 아니야."



부르봉은 한동안 강아지처럼 멍하니 있다가 이제야 눈치를 챘는지 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아저씨. 라고 정정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습관 대로 말한 것이겠지. 그런 점, 정말로...



"어쩔 수 없네, 그럼 모처럼이니까 얘기해 줄까..."






=====






"가재에요, 아저씨."



"...이상한데?"



"가재 말인가요? 확실히 색깔이 파랗지는 않네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송사리 있지?"



"네."



"수서 레벨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물의 오염도에 따라 그곳에 살거나, 살 수 있는 생물이 달라지거든. 그걸 감안하면 송사리와 가재는 분명 대칭이었을 텐데..."



"물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맑을 수록 송사리가 살기 좋은데..."



물줄기에 맞춰 반짝반짝 태양빛이 반사된다.



"글쎄, 길을 잃고 헤매다가 들어온 게 아닐까?"



"왜 파랗지 않은 건가요?"



"너... 혹시 야생 가재 처음 보는 거야?"



"네."



"가재는 원래 붉은색이야. 네가 본 건 아마 과학 칼럼 같은 곳에 자주 실리는 푸른 가재일 거야. 붉은 색소가 함유되지 않은 먹이만 계속 주면 그렇게 되거든. 분명히 무나 멸치 같은 거였을 거야."



"...."



부르봉은 가재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잡아볼까?"



"....! 네!"



귀가 쫑긋 하늘을 찌르고, 꼬리는 강아지처럼 살랑이고 있다. 대형견 같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나는 서둘러 담배를 꺼냈다.



"...? 왜 담배를 꺼낸 건가요?"



"가재는 반사적으로 자기 집게 사이에 온 물건을 잡는 습성이 있거든. 그러니까 미끼는 솔직히 뭐든 좋은데... 어이쿠, 실이 없네."



주위를 살폈지만 마땅한 나뭇가지 같은 것도 없다. 풀도 짧고, 쓸 만한 것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아저씨, 이거 쓰세요."



"....?"



부르봉이 내민 것은 자신의 털이었다.



"너, 이거..."



"우마무스메의 꼬리털은 예로부터 바이올린에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원래는 그게 원조였다고 들었습니다. 강도의 측면으로 보면 딱 좋다고..."



"...."



나는 조심스레 부르봉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



부르봉은 움찔하며 내가 꼬리를 쓰다듬는 것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입술을 앙다물고 눈빛이 요동치고 있었지만,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부르봉, 조금은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야지. 너한테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꼬리털을 뽑는 것처럼 몸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해. 부르봉은 아름다우니까."



"....치사해요."



"엑."



"거칠게 대할 거면 거칠게, 부드럽게 대할 거면 부드럽게, 둘 중 하나로 통일하세요. 치사하고, 끔찍하고, 약이 오르니까요."



그리고는 부르봉은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리고 우마무스메의 꼬리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걸 모르시나요?"



"아."



그랬다. 현역 시절, 아니 그 이전 견습 때부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들었던 말이다.



인간에게 없는 특징적인 귀와 꼬리,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특유의 기관인 만큼 그곳은 몹시 민감한 것 같다. 더 말하자면 성감대의 일종. 귀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꼬리는 남자의 전립선에 필적할 정도로 발달한 부분이다. 자위 중에 꼬리를 어루만지는 우마무스메가 많다는 내용이 야한 잡학 특집이라는 저열한 사이트에도 쓰여 있었고, 무엇보다 부르봉이 자위하려고 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아니, 물론 하지는 않았지만, 자세나 분위기라고 할까... 어쨌든 하려고 했구나 같은, 자위하는 것을 부모님에게 들킨 특유의 어색한 분위기도 그렇고, 부르봉의 뺨도 이상할 정도로 발그레해져 있었다. 지금도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때 왼손으로 꼬리를 잡고 있는 걸 놓치지 않고 봤었는데, 참고로 그 시츄에이션으로 한동안 신세를 졌었다.



"미안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엔 뭐야?"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 어떻게 제 면모를 잘 알고 있는 건가요?"



"아."



...참 귀찮은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이제 상관 없지 않아?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보자, 또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생각 이상으로 화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






송사리가 있는 어항 옆에 가재를 넣은 수조를 놓았다. 처음에 부르봉이 송사리와 가재를 함께 넣으려고 해서 가까스로 말렸고, 창고를 뒤져 찾아낸 통에 물을 담아 키우기로 했다. 그 후로 부르봉은 송사리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가재를 번갈아 보고 있다. 뭐야, 이 귀여운 아이. 맛있는 걸 많이 먹여서 배를 빵빵하게 만들어 줄까... 배를 부풀린다... 빵빵한 부르봉... 그만하자, 불끈거릴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 저녁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나는 마스터가 아니야."



"...."



당신도 생각외로 고집이 세다고 말하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 부르봉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솔직하지 못한 아저씨는 저녁으로 뭘 드실 건가요?"



"솔직하지 못한 건 됐고... 그래, 집에 있는 걸 먹을 생각인데..."



말을 하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부르봉, 너 오늘 어디서 묵을 거야?"



"묵을 생각은 없는데요?"



"…단어 선택이 나빴나? 어디서 잘 생각이냐고 물어본 건데."



"그러니까, 잘 생각은 없는데요."



"뭐?"



"...."



부르봉이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아니, 너 그럼 대체 언제 자려고?"



"그러니까, 자지 않습니다."



"아니, 아니, 그럼 지금까지 안 잤어?"



"그러니까,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잠을 안 잤어요."



부르봉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내 질문에 대답다. 이래서야 계속 똑같은 말이 돌고 돌 뿐이다.



"…그럼 지금까지 밤에 뭐하고 있었어?"



"걷고 있었어요. 피곤하면 멍하니 있었고요."


"...저기, 부르봉. 그건 네 오래된 나쁜 버릇이지만, 잠을 참는 건 좋지 않아.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라고.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졸리면 잠을 자야 하는 거야."



"...저는, 졸리지 않아요."



"그럴 리가..."



"당신이 사라진 그 날부터, 수면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



"처음엔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당신은 어디로 갔을까, 살아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달력을 넘기다 보니 졸리지 않게 됐어요. 자는 걸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잠 자체가 오지 않게 되었어요."



"...."



"저는 졸리지 않아요. 자나깨나 꿈을 꾸는 것만 같고, 즐거운 일이 없으니 자나깨나 변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잠을 자지 않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어요. 뇌의 피로를 풀고 싶다면 멍하니 있으면 되니까요. 그래도 걸을 수 있으면 걷고, 달릴 수 있으면 달렸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게 될 것 같아서..."



"...."



"...마스터."



"아저씨."



"그럼 아저씨. 오늘 밤 여기 묵게 해주세요."



"...2층에 침실이 있어, 거길 써."



"감사합니다, 아저씨."



"...."






=====






"...손놀림이 익숙하네."



"네, 학창 시절에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점차 취미로 승화되었거든요."



부엌에 서서 앞치마를 입고 요리하는 부르봉. 역시 승부복을 입은 채로 불을 다루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 옷을 빌려줬다.



똑똑똑똑- 도마의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리듬에 맞춰 흔들리는 그녀의 옆머리는 부엌 형광등에 비춰져 투명한 유리처럼 아름답다.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쪽에서 바라만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정말 좋은 여자가 되었구나.



"너 같은..."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



그건 말하면 안 돼, 말할 자격이 없다.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스스로 자신의 임무를 포기하고 가장 사랑하는 애마를 버리고 이렇게까지 해놓고...



"...."



어금니로 뺨을 물어뜯는다. 이제 와서 이 바보 같은 놈이 인간다운 행복을 바랄 자격 같은 건 없다. 그걸 버림으로써 지금에 이른 건데, 저렇게 순진무구한 아이를 더럽혀놓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기다리셨죠."



나온 것은 고로케에 다진 양배추, 토마토 슬라이스와 된장국, 그리고 흰 쌀밥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다.



"잘 먹겠습니다."



"...."



고로케에 손을 뻗어 입에 넣고 있는데, 부르봉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달다.



재료라고는 감자와 고기가 전부인데, 왜 이렇게 단 걸까.



"어떤가요?"



"맛있어. 정말 맛있어."



"다행입니다. 어머님께 여쭤보길 잘했네요."



"어?"



부르봉은 약간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웃을 수 있게 되었구나.



"마스터가 떠나고, 마스터의 친정에도 들렀어요. 낙담한 저를 위로해주셨고, 그때 이 레시피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바보를 만나면 이걸 먹여 달라는 부탁도 받았습니다..."



"...그랬구나."

 


이제야 생각났다. 이건 엄마의 손맛이었다. 감자만 들어갔음에도 디저트처럼 달콤했다. 그러면서도 고기와도 잘 어울려서 어릴 때 자주 만들어 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양배추도, 토마토 슬라이스도 그렇고 우리 집의 단골 메뉴였다.



내가 만족한 것을 보았는지, 부르봉도 마침내 자신의 접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 손놀림은 역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아가씨를 연상케 한다. 고급스럽다고 하기에는 서민적이지만, 언제까지고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예법이었다.



"...왜 그러세요? 입맛이 없나요?"



"아니, 부르봉이 먹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역시 당신은."



"....?"



부르봉은 말을 끊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세 번째다.



"그래, 부르봉.오늘 밤에 잠시 시간 돼?"



"저한테 선약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그렇네."






=====






"와!"



부르봉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감탄을 했다. 그녀의 손에는 불꽃을 폭포처럼 튀기는 마법의 지팡이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



"창고에서 이런 걸 찾았거든. 습기가 없어서 다행이야."



"그런데 왜 창고에 있었나요?"



"얼마 전에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혼자 하는 건 좀 그렇더라고."



"혼자서... 불꽃놀이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래서 그만뒀다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문득 그녀의 얼굴을 흘깃 바라봤는데, 불꽃놀이의 빛에 비춰진 그 앳되면서도 늠름한 얼굴이 어둠 속에서 일곱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뭐, 전부 겹쳐서 결국은 흰색이 되겠지만, 그런 건 별 문제가 아니다.



"...."



부르봉은 빙글빙글, 그야말로 마법소녀가 하는 것처럼 불꽃을 돌리고 있다. 나도 불꽃놀이로 어둠 속에 수많은 마크를 그려 넣었다.



"불꽃은 왜 이렇게 눈에 남는 걸까요?"



"눈에 남는다?"



"네, 비유하자면 오토바이의 백라이트처럼 빨리 움직이면 그 잔상이 눈에 띄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강한 빛이라도 보통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잖아요."



"...어려운 질문인데, 그건 인간의 색각 방식의 문제 같아."



"색각 방식?"



"그림자 놀이에 대해 알고 있어?"



"아뇨, 데이터 로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양지에서 눈 깜빡임 없이 보다가, 그대로 하늘을 보면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놀이야."



"그런 게 있군요."



"사람에게는 익숙해짐이라는 행동 특성이 있어. 그러니까, 강한 빛이나 자극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약한 자극을 받게 되면, 몸은 여전히 강한 자극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만 인식하게 되는 거야."



"...정말 어려운 이야기네요."



"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군요. 언젠가 같이 해봐요."



"...그래."






=====






"욕실,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목욕을 마친 부르봉이 타올을 들고 거실로 왔다.



"자, 머리 말리자."



"하지만 현재 기온을 생각하면 물의 기화열에 의한 냉각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말은 그럴듯한데, 결국 더우니까 싫다는 거지? 네가 무슨 남중생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부르봉을 의자에 앉히고, 타올로 정성스럽게 머리를 닦은 후 드라이어를 켰다.



처음부터 드라이어를 켜면 안 된다. 장시간 뜨거운 바람을 맞으면 머릿결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강한 바람으로 말리는 것도 안 된다. 어느 정도 물기가 빠지면 온도를 서서히 낮춰 손상을 최소로 줄인다. 그녀가 꼬리 손질을 부탁했을 때 알아본 내용이다.



어느 정도 작업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손빗질로 머리칼을 정돈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용수당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머리칼을 비단처럼 들어 올리면 흩날린다. 선녀의 날개옷처럼 보일 정도로 정성스럽게 손질된 밤색의 머리칼. 머릿결이 손상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그녀의 이 머리칼을 좋아한다.



"...어째서, 당신은 제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는 건가요."



그 말에는, 나를 버렸던 주제에... 라는 슬픔과 비슷한 분노가 묻어 있었다.



"왜, 그러는 걸까..."



"...."



"싫으면 거절해도 상관없어. 나가도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그 순간까지 여기에 있어준다면, 난 기뻐."



"...저는, 당신이 싫어요."



"....그래."



그렇게 말한 미호노 부르봉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말려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






"응? 뭐 보고 있어?"



내가 그렇게 묻자 부르봉이 책을 들어 표지를 보여줬다.



"아, 마녀의 여행이구나."



"네, 당신의 책장에 있던 것을 보고 잠시 빌렸습니다."



"아, 편하게 봐도 돼."



"그건 그렇고, 어디선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데 뭐였죠...? 아, 키노의 여행이었죠?"



"그러고 보니, 마녀의 여행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 때도 키노의 여행을 베꼈다는 소리를 들었었지..."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본 건 겨울쯤, 부르봉의 킷카상이 끝나고 조금 지났을 때인가?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좋아해요."



"나도 그래. 마녀 일레이나가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다니는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그런 자유를 동경했어."



"저랑 있는 게 불편했나요?"



"...."



"저는 당신과 함께 있어 즐거웠습니다. 마치 등에 날개가 돋아난 것 같은,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감각. 저는 행복했어요."



"...."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당시의 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럴 리가.



"나도 즐거웠어. 너랑 같이 있으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나도, 너와 있을 때는 행복했다고.... 생각해."



스스로 말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아아,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 행복했어. 그래, 그랬었어."



"....마스..."



"나 참 바보 같지? 스스로 행복을 버리다니. 너와 함께 있을 때 즐거웠으면서, 바보 같은 일에 휘둘려서 너와 함께 있으면 상처 받는다고 착각하고, 정말... 정말 나는..."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 부르봉이 나를 껴안았다. 그녀의 온기가 텅 빈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부르, 봉...?"



"아뇨, 그건 제 잘못이에요. 제가 함께 짊어지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저는 당신만 있으면 주변 평판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주위에서 눈치를 주든, 야유를 보내든, 당신만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아니었어요. 저는, 저 자신 밖에 보지 않았고, 진정한 의미로 당신을 바라보지 못했어요. 정말 소중한 사람을 배려하려면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의 저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



"어머님께서는 화를 내시지 않았어요. 저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 같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화를 내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하, 그거 무섭네."



"그래도, 그 아이를 용서해 달라고 저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셨어요."



"...."



"다이얼 로그 재생, 메시지 실행. 제목 『바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들었단다. 진정될 때까지는 조용히 살고. 대신, 그 아이를 만나면 사과해. 라고 하셨습니다."



"...읏, 그, 그랬구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이를 먹었더니 눈물샘이 느슨해진 것 같다.



"괜찮습니다.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적어도 저와 어머님은 당신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 그래... 고마워."



나는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리듯 반복했다. 그녀가 내 등을 쓰다듬어 줄 때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온기가 내 허기진 뱃속을 따뜻한 꿀로 가득 채워줬다.






=====






"이제 잘 시간이야, 불 꺼도 돼?"



"네, 괜찮아요."



불을 끄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비쳤다. 서늘한 밤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대로 방을 나가려는 내 팔을 뒤에서 잡았다. 그럴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부르봉?"



"어디 가시나요?"



"어디라니... 1층인데?"



"왜 1층으로 가시는 건데요?"



부르봉은 여기가 비어 있다는 듯 젖혀진 자신의 이불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이이!"



"왜 그러세요, 그렇게 당황하시고."



"아니, 도, 동침은..."

 


그렇다고 할까, 혼자 자고 싶다. 1층으로 내려가 부르봉의 속옷으로 쌓인 걸 발산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주무실 생각인가요?"



"어디라니..."



"설마 바닥이나 다다미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죠?"



"어어~"



"순순히 여기서 주무세요."



부르봉의 힘이 강해진다. 우마무스메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힘이 강하다. 그녀들이 진심을 드러내면 다 큰 어른이라고 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부르봉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순순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



"...."



얌전히 그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여자 특유의 좋은 냄새가 난다. 우리 집에 이런 샴푸가 있었나? 여자는 자신의 냄새 성분을 향상시키는 패시브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이불은 부르봉의 체온으로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고, 밤의 차가운 느낌도 기분 좋고, 1인용 침대라 어깨가 닿고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내 우마닷치가 더 격렬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1층에 가게 해줘. 아랫도리에 피가 몰려서 제대로 잘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이쪽을 봐주세요."



"응? ㅇ..."



거기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대담하게 드러나 있는 부르봉의 가슴, 풍만한 가슴은 베일에 싸여 있지 않고 복숭아 빛깥의 끝을 드러내고 있었다.



"잠깐, 부르ㅂ"



"제가 지금부터 몇 가지, 가능하시다는 거 아시죠?"



"뭐, 그런가..."



"저는 이제 결혼할 수 있어요."



"아니, 그렇지만..."



"덧붙이자면, 임신 적령기이기도 합니다."



"자, 잠깐 부르봉..."



"상금도 꽤 있으니까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을 거에요."



"아니, 하지만...."



"현역 시절 마스터의 집에 들렀을 때 보았습니다만, 마스터의 성인 잡지 및 성인 비디오는 거유와 큰 엉덩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그 취향에 거의 매칭된다는 것은 이미 리서치를 완료했습니다."



"갓~ 데에에엠!!"



최악이다. 들켰었구나. 부르봉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치우지 않았었는데...



"저로서는 흥분하지 않는 건가요?"



부르봉의 매끈한 오른손이 맨투맨 너머로 내 당근을 날렵하게 쓰다듬어온다 .참지 못하고 반응하고 말았다.



"아니, 그런 건..."



제가 아웃 오브 성벽인 건가요?"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개탄럽구나. 나의 부르봉이 어느새 외설적인 말을 알고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변해버린 거야... 응? 나의 부르봉?



"학창 시절, 당신이 술김에 참지 못하고 저를 덮쳐주기를 꿈꾸며 인터넷상에서 여러 견문을 넓혔으니 웬만한 일에는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니, 역시 술김에 담당에게 손을 대지 않는데!?"



"하지만 당신은 가슴과 엉덩이를 자주 주물렀잖아요."



거짓말이지...



"그, 그럴 리가 없어."



"음성 데이터 재생. 게헤헤~ 몸매 좋네~ 부르보옹~ 이리 와, 만지게 해줘~"



"우와아아아악!! 내 목소리다!! 내 목소리다!! 대체!! 어떻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야!?"



"안심하세요. 기본적으로 당신은 제가 거절하면 강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승낙했을 때는 놀라는 표정이었어요. 반쯤 농담으로 했던 것이겠죠."



"그럼 왜 승낙한 거야!? 안 돼잖아!? 술 취한 사람에게 성희롱을 해도 된다고 허락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승낙을 받고 막상 막상 주무르니 호오~ 흐응~ 헤에~ 같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제 몸을 만끽했어요."



"그만둬!! 내 흑역사를 완벽하게 재현하지 마!! 내 하트는 이제 제로야!!"



"하트가 0인 것은 당신에게 버림받아 방황한 저입니다."



"네..."



"...저는, 여성으로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아. 매력적이야. 너무 매력적이야. 귀엽고 예쁘고 뭘 해도 에로해. 자기 전에 네 팬티로 내 아들을 가라앉히려고 했을 정도로... 뜨헉!?"



무언가에 홀렸나? 자신감을 잃은 채 귀가 축 처진 부르봉에게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늘어놓고 말았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



"저는, 당신과 이어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해요. 그렇지 않으면 또 어디론가 떠나버릴 테니까요."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어디로 갈 생각도 없다. 부르봉이 이대로 있어준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라도 좋다면 기꺼이 함께 여생을 보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부르봉에게 그런 말 따위는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에게서 한 번 도망쳤기 때문이다. 탈주벽이 있는 개는 목줄을 차고 집에 묶어두어야 한다.



"저는 당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처음이야?"



나는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네, 당신에게 바치기 위해 순결을 지키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구나…"



"힘 빼고..."






=====






시원한 달빛 아래, 코를 스치고 지나가는 뫼비우스의 연기가 밤바람에 나부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개굴개굴 개구리 가족이 즐겁게 웃고 방울벌레는 반려를 찾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먼 산들은 마치 나른하고 외로운 것처럼 보여서 왠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뭐 하고 있나요?"



문득 돌아보니 미호노 부르봉이 있었다. 내 옆에 앉아 기댈 것도 아닌데 어깨를 바싹 붙여 내 체온을 느끼고 있다. 담배를 오른손으로 바꿔 들고 왼손으로 그녀의 고운 머리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니야."



그대로 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밤샘은 피부의 적이고 우리는 내일도 계속 함께 할 거니까.



"…저기."



머뭇머뭇 부르봉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 뭘 부끄러워하는 거띾. 조금 전에는 더 부끄러운 것까지 보여줬으면서.



"트레이너 씨에게 말씀드릴 게 있어요."



"어떤 거?"



"저는 혼자 살 수 없어요."



"...."



"저도 알고 있지만, 융통성 없고, 애교도 없고, 소통 능력도 부족해요."



"...."



나는 잠자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자기기를 만지면 바로 망가져요. 말의 이면에 담긴 의미라는 것을 잘 헤아리지 못해요. 사람을 의심하는 행위를 근본적인 단계에서부터 놓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저를 지지해줄 다른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건 누구라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정정,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에요."



"...."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밥을 지을 수 있어요. 목욕물도 데울 수 있어요. 청소도 할 수 있고요. 빨래도 할 수 있고, 가계부도 쓸 줄 알고, 세금 신고도 할 줄 알아요."



"하하, 그거 참 도움이 되겠는데."



"당신에게 야한 짓을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의 취향에 맞게, 당신이 좋아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음란한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옷차림도."



"하하하하, 아내로 삼으면 매일매일이 즐거울 것 같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습니다. 순결도 바쳤고, 첫 키스도 바쳤습니다. 이제 남은 거라곤 국화의 정조만 남았아요."



"그건 역시..."



"필요 없나요?"



"...필요합니다, 꼭 주세요."



남자란 슬픈 생물인 것 같다.



"후훗, 다행이네요... 아무튼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인간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그럴지도."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제가 저녁을 만들게 해쥬셰요."



"...."



"...."



"풉, 아하하하하!!"



"정말... 왜..."



역시 나의 첫 애마.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미호노 부르봉은 고개를 숙이고 쪼그려 앉았다.



"해쥬셰요... 크큭! 히히히... 아하하! 아하하하!!"



"언제까지 웃고 있을 거에요!?"



안 돼...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혀를 깨문 게 계속 떠올라... 크큭!



"아하하.... 아니, 미안해... 크큭."



"정말..."



부르봉은 또 다시 분노 모드에 돌입하고 말았다. 나는 한바탕 웃고나서...



"...부르봉."



"...뭔가요?"



"네가 만들어 준다면, 저녁을 기다리면서 테이블에 앉을게."



"...."



부르봉은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장난기 없는 진지한 분위기로.



"나는 네가 만드는 된장국을 먹어보고 싶어. 만들어 줄래?"



"네, 기꺼이요.당신이 원한다면 매일 만들어 드릴게요."



"....다녀왔어, 부르봉."



나는 아직 불씨가 남은 뫼비우스를 어둠 속으로 던졌다.



"....어서 오세요, 마스터."



그날 밤, 미호노 부르봉은 2년 만에 숙면할 수 있었다.






=====






"그러고 보니, 마스터..."



"응?"



내가 돌아서자 부르봉은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다. 핑크색의 귀여운 속옷이 드러났고, 갈라진 부분에 작은 얼룩이 생겨 있었다.



그녀는 내 왼팔을 들고 속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갈라진 부분에서 무언가가 새어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많아서 넘친 것 같아요."



그런 그녀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이런 표정은 내 앞에서만 지었으면 좋겠다.



"그럼 제대로 막아야겠네."



"네♡ 부탁드려요♡"



허리를 굽혀 그녀와 입술을 겹쳤다. 몇 초의 프렌치 키스, 하지만 그녀의 자제심을 쓸어버리고 이성을 녹이기에는 충분했다.



"정말로 좋아해요, 마스터♡"



...결국 잠이 든 것은 해뜰 무렵이었다고 한다.



"아...♡"








= 끗 =


봉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