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에...?"



트레이너실 바닥에 엎드린채 엉덩이 위에 고양이를 얹어두고 너구리에게 코를 마구 두들겨 맞는 도토를 보며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뭐어, 저 애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몰라서 에어그루브도 너한테 따지는걸 포기 했다만, 진짜 쟤네들은 어디서 데려오는거냐? 니가 드루이드도 아니고..."


"그걸 제게 말씀하셔도오...."



그때 창가에서 새가 한마리 날아들어와 메이쇼 도토의 머리 위에 앉는다.



"우왓, 참새잖아?! 훠이! 훠이!"



트레이너가 팔을 휘휘 저어보지만, 참새는 가소롭다는 듯이 메이쇼 도토의 정수리를 콕콕 찌르거나, 바보털을 입에 물며 도토의 머리에 둥지를 틀려들었다.



"아으... 참새씨이... 아무리 그래도 제 머리는 둥지가 아닌데요오..."


/콕!/


"아우으....."



역시 이건 메이쇼 도토도 참을수 없었던걸까, 새를 풀어주려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퍽!/


"아아아앗! 메,메토씨이... 죄송해요오..."


"....."



보다못한 트레이너는 책상에서 일어나 메이쇼 도토에게 다가간다.



"어휴, 도토야 정말...."


/휙!/


트레이너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참새를 잡아채었다.



"어어...? 방금 그거 어떻게 한거에요오...?!"


"뭐, 별거 아니야. 어릴적에 비둘기 잡고 놀았거든. 아무렴 참새쯤이야..."


"에엣...?  참새보다 비둘기를 잡는쪽이 더 대단한거 같은데요오...?"


"뭐, 그런가? 암튼 넌 그만 자연으로 돌아가라~"



트레이너는 창밖으로 참새를 날려보낸뒤, 메이쇼 도토의 머리 위를 노리기위해 창밖 나무 위에 모여있던 새들이 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다.



"어휴, 메토씨는 참 도토 좋아하네 그치?"



이어, 손을 뻗어 메토를 들어올린 트레이너는 그대로 메토를 끌어안은 뒤 얼굴을 처박고 깊숙히 호흡을 한다.



"냐ㅡ"


"아유~ 메토야, 우리 도토는 이제 운동하러 가야돼요. 나랑 놀자? 알았지? 요요 귀여운 녀석."



트레이너는 유모차(슈퍼 크리크 제공)에 고양이를 태운 뒤, 책상까지 데려갔다. 



"와후."



마지막으로 트레이너는 사료를 꺼내어 밥그릇에 담는다.



"쟤는 따로 이름이 없나? 할로윈때 데려왔는데 여태 너구리씨라고 부르네."


/와작와작....!/


이렇게 동물들을 전부 정리하자, 트레이너는 매우무척많이깊은 한숨을 쉰 다음 메이쇼 도토를 부른다.



".....도토야."


"녜에....?"


"언제까지 엎드려 있을거야? 슬슬 일어나야지."


"아, 그렇지...!"



허둥지둥 일어나려고 버둥대는 꼴이 무척이나 우스워, 마치 갓태어난 병아리를 보는 것만 같아 트레이너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자, 손 잡아. 일어나야지."


"죄송해요오... 다리에 쥐가 나서..."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저린 다리를 이끌어 메이쇼 도토는 소파에 앉는다.



"앞으로 길에서 동물 들고오는건 그만둬주지 않을래?"


"엣, 따..딱히 제가 데려오는건 아닌데에..."


"확실히 니가 좋아서 데려오는건 아닌거 같긴 한데, 그래도 길에서 동물들 좀 그만 데려오라는 말이지. 내가 처음엔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역시... 그렇겠죠...?"


"아니 에어그루브나 타즈나씨한테 혼나는거야 상관 없다지만, 너한테 무슨 일 있으면 어쩌려고! 특히 야생동물인데 병이라도 옮아서 못달릴까봐 걱정했다고!"


"읏... 그거언..."


"그래, 그래도 너가 좋아하니까 내가 그거까지는 참았다.그치? 너도 저 동물들이랑 지내는게 좋은 모양이고."



여전히 위엄의 눈곱만큼도 없는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지만, 제법 진지하게 얘기 하는 모양으로 드물게 눈이 웃지 않고 있는 트레이너였다.



"쟤들 예방접종 비용이든 뭐든 까짓거 내가 내면 그만이고 무슨일 생기면 담당인 내가 책임질수 있는 부분이지만..."


/팡!/


트레이너가 책상을 친다.



"근데 내가 고양이 너구리 새는 참아도, 염소가 뭐야 염소가!!"



트레이너가 손가락으로 폐지함을 가르키자, 어디서 나타난건지도 모를 염소가 있었다.



"내가 다른건 몰라도 쟤는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주인 찾아서 갖다 주든 팔든 알아서 해!"



"히이이... 아, 알곗슙니댯!"



도토는 서둘러 염소의 목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아우으... 염소씨... 이를 어쩌죠..."



트레이너 실을 나와 터벅터벅 걷던 와중,  메이쇼 도토는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연습중인 코스로 향했다.



"분명 저기에는 염소씨를 받아들여줄 착한 우마무스메가 있을거에요... 아마..."


"안녕하세요, 도토씨!"


"아, 안녕하세요오... 톱로드씨..."



학급위원장인 나리타 톱로드가 메이쇼 도토를 발견하고, 제일먼저 인사를 하러 온다. 



"어라? 그 염소는...?"


"아앗, 그게 이러쿵 저러쿵해서...."


"이러쿵 저러쿵이라니, 그게 무슨말이에요...?"


"어레? 이러면 대충 설명이 되던데..."


"...도토쨩, 혹시 만화나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거 아니에요...? 요새 롭로이씨랑 같이 책 자주 읽으시더니..."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아....!"



혹시 한창 나이때라 중2병이 온건 아닐까, 걱정하는 나리타 톱로드의 따듯한 눈초리를 받으며 메이쇼 도토는 사정을 설명했다.



"아하, 그런 사정이...."


"그런거에요오... 그리고 그런 불쌍한 눈빛은 좀.... 살짝 화났을 때의 톱로드씨가 보여서 좀 무서워요오...."


"앗, 그랬나요... 실례했네요."


"그래서, 이 염소씨를 데려갈만한 분이 어디 안계실까 찾아보는 중인데.... 잘 안보이네요..."


"흐음, 저는 아무래도 위원장이다보니 애완동물을 기른다던가 하는 교칙위반을 대놓고 저지를수는 없어서...."


"아, 그랬었죠....! 어,어라? 그럼 저는 딱히 혼내시지 않는건가요오...?"


"뭐어, 제가 지적 안해도 에어그루브 부회장이... 그리고 이미 동물을 데려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일일히 지적하기도 좀 그래요."


"그렇군요..."


"일단 생각나는건... 음, 아야베씨? 푹신푹신하다고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염소를요...? 양이 아닌데요....?"


"아, 그건 그렇네... 으으으음..."



나리타 톱로드는 미간에 인상을 쓰며 과연 누구를 추천하는게 맞을지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녀가 팔짱을 낀 모습과, 평소의 메이쇼 도토의 모습으로 비추어보아, 다른사람들에게는 메이쇼 도토가 뭔가 잘못해 혼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리라.



"아!"



나리타 톱로드가 번뜩인듯 손벽을 치며 웃는다.



"이런건, 대강 크리크씨한테 여쭤보면 될거에요!"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동물을 기르는건 제 분야가 아니라서요...  아기라면 모를까, 특히 염소는... 한번 어큐트씨 한테 여쭤보는건 어떨까요?"


"으음...? 글쎄, 염소라... 내가 돌봐주고 싶은 마음은 있디마는, 아무래도 기숙사에서 기를수는 없으니 말이야... 그것보다 아삭이가 잘 익었단다, 먹고가지 않으련?"


"아, 제게는 맘보가 있습니DA! 다른 파트너는 없어요!"


"그, 제가 촌에서 왔다지만! 염소를 기를수 있냐니요! 물론 기를수야 있지만, 기숙사에는 스즈카씨도 있고! 저는 혼나기 싫다구요!"


"스페셜 위크가 안돼서 나한테 왔다고? 아니 뭐어, 확실히 못기르냐 그러면 일단 기를수는 있지마는, 같은 방에 파머도 있고... 역시 기숙사에서 기르는건 좀 어려울거 같아서. 그렇다고 밖에 풀어놓기도 위험하고, 이를 어쩐다...?"



메이쇼 도토는 염소를 받아줄 사람을 찾아 동분서주하게 돌아다녔지만, 결국 염소의 주인은 찾을 수 없었다. 



"우으.... 모두들 우리를 싫어하는걸까요오.... 아무도 염소씨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후후후... 그 고민 잘 들었다!"


"누, 누구세요...!?"



[한편, 트레이너실.]


"도토, 얘는 언제 돌아오려고... 한번 해본소리인데 설마 진짜 주인 찾아주려고 그러는건가...? 괜히 걱정되게...."


/벌컥!/


"트레이너씨이이이! 다녀왔어요오오오!!!"


"오오, 도토야 돌아왔구나!"


"네!"


"염소는 어떻게 됐어, 새 주인 찾아 준거야?"


"네!"


"누구한테 전해준거야? 우리가 아는사람인가?"


"그게....."



[?????????]

"안락! 올라타는걸로 트레센 시찰이 한결 편해지겠군!"


/음메에에에에에ㅡ/


"편안! 파쇄기가 따로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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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가 유기한 염소에 올라타서 학원을 돌아다니는 이사장.  왠지 그럴듯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