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레나 쌤?!"

정신을 차리고보니 또레나 쌤 침대로 밀쳐진 내가 올려다보면 ,

취기가 느껴지는 또레나 쌤의 잘생긴 얼굴이 보인다.



오늘은 또레나 쌤이 쉬라고 트레이닝을 빼주신 날.

화색이 된 채 나는 

"정말요? 고마워요, 나중에 또레나 쌤도 저랑 단 둘이 놀아요."

그대로 신난 표정으로 쏜살같이 달려나왔다.


모처럼 수영장 째고 콧노래 흥얼거리다가

어느덧 부끄러운 말을 한걸 되새김질하고는 얼굴이 예쁘게 물들었다.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요즈음 그런말을 자주 하게된다.

그래도 저번달엔 화이트데이라면서 

또레나 쌤이 내 손을 꼭 잡고 에스코트해주시더니

맛난 수제 머핀도 선물해주시고,

헤어지기 직전 정말 예쁜 팔찌도 내 손목에 채워주셨다.

꼬옥 포옹하면서 절대 떨어지고싶지않다고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그럼에도 서로 좋아한단 말을 끝끝내 못해서 답답한 상황이다.

뭐..결혼 해줘도 상관 없지만요?

랄까 일전의 추억은 잠시만 접어두고 이전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던 히토미미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즐겁게 놀다왔다.



친구들과 헤어진 저녁 노을 질 무렵, 

부랴부랴 트레센에 돌아가려던 차

벌써부터 과음했는지 넥타이가 풀어진 남성이 보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 또레나 쌤.

"또레나 쌤?! 괜찮아요? 아직 초저녁인데 얼마나 마신거에요?"


추궁하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전혀 대화가 되지않는다.

횡설수설한 그를 우선 자택으로 데려가는데

자꾸 뒤에서 뭐라고 궁시렁궁시렁대는게 거슬려.


내가 가지고있던 그의 집 예비 열쇠로 문을 연 뒤,

그를 침대에 엎어놓는다.

이야~ 이런 엉망진창인 추태를 봤는데도,

그를 돕는 이 모습, 얼마나 천사같은가?

그의 흐트러진 자태를 몇 번이고 셔터에 담은 뒤,

이걸 협박, 아니 빌미삼아 

수영장 째고 단둘이 놀러갈 조촐한 계획을 세우던 중,



그가 갑자기 나를 침대로 눕혔다.

뭐야뭐야

갑자기? 지금? 나랑?

언제봐도 조각같은 그의 얼굴이 내게 다가오길래

"자..자 잠깐만요, 또레나 쌤, 저 저희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아니 안 사귄다는건 아니고

아니 이건 너무 좀 빠르지 않눈아아아앗"


그가 내 가슴에 손을 대었다.

"뭐 뭐에요? 수 숙녀의 거 거기를 사귀지도 않는데 만지는건,

저기 또레나 쌤? 얼굴이 무셔

아니, 나 소리 지릅니다아? 사람 부를거에요?

부릅니다 불러요 부른다고요오 나 때릴거에요? 이런거 성추행.."

트레이너 선생님이 다칠까봐, 그가 트레센에서 쫓겨날까봐,

나는 큰 소리도 못내고 하물며 밀치지도 않았다.

어떻게 해야될까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덮쳐질 각오를 다지던 중,

"미안해."

에?

얼빠진 내 표정 위에선 울고있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보였다.



"데뷔전, 9번이나 지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것땜에 다른 레이스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해서 미안해."

"언제나, 억지로 수영하게 시켜서 미안해.

어리광 받아주고싶은데 트레이닝 대충 했다가 또 질까봐,

또 미라코 너가 자책할까봐 나도 이기적으로 굴었어."

"고백, 못해서 미안해.

혹여나,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봐, 속으론 나를 싫어할까봐,

다투고 난뒤에는 영영 나를 쳐다보지도 않을까봐,

그게 두려웠어."


"그래도 난 미라코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 말 직후 내 뺨에 그가 입술을 가져다 댄것을 느꼈다.

그대로 그가 고꾸라져서 잠든걸 확인한 5분 뒤.

그제서야 나는 한숨돌린 뒤 물을 마시며 머리를 식혔다.



짧은 시간이지만 모자란 두뇌를 짜내서 그저 하고싶었던건

트레이너 선생님의 고민, 내가 해결해주고싶다.

그 혼자서만 끙끙 앓는것은 싫다.

그를 편안한 자세로 눕힌채 푹신한 이불로 덮어주며,

곤히 잠든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 

그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은 싹 사라져간다.


그렇기에

"언제나 고마워요, 트레이너 선생님 💕 "

❤ 하고 그의 볼에 답례 뽀뽀를 한뒤,

부끄럽기도 하고 어쨌든 트레센에 빨리 돌아가야되니 

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그 날은 곤히 잠을 잘 수 없었다.



.



나중에 가슴 터치건, 볼뽀뽀 건으로 철저히 추궁한 결과,

토레나 쌤은 저번 저저번 레이스때 

내가 크게 패퇴한걸 마음에 담고있었나보다.

그럼에도 훈련을 보강하는것이 아닌 내가 바라는 걸 들어준것과 

동시에 나랑 계약 해지도 생각하고 있었다고한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트레이너를 만나는게 맞지않냐고.

그 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과음한것이 원인.



"그래서, 사귀지도 않은 여성의 몸에, 처음으로 손을 대놓고선,

이제와서 발뺌하시려는 나쁜 사람이신가요?"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 그 정말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내 앞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있는 그를 보자니,

기분이 째지는것도 같고, 하나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었다.

"아니죠 그게.

계약 해지란 건 평생 없던 얘기로 해요. 약속이에요."


나는 그를 용서해주었고, 얼마 안가 그와 연인이 되었다.

그 후 그의 소망이 닿은건지, 

나는 국화상에서 승리하며 기적을 일구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