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산 모음집】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157483


의역 많음! 번역기 사용 양해!









"시티가? 연애 상담? 실화?"





"왜 놀라는 거야?"



"아니, 그치만..."



조던이 쓴웃음을 짓는다. 어금니에 무언가 끼인 듯, 뭔가 사양하는 듯한 말투는 이 녀석치고는 꽤 드문 모습이라 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깔끔하게 화장한 긴 속눈썹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는 이상한 빛이 담겨 있다.



"시티가?"



"또 물어보는 거야?"



"아니, 궁금하기도 하니까."



과장된 리액션은 조던의 버릇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과장된... 아니, 오버가 심하다. 나를 쳐다보는 얼굴을 봐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어서, 불만을 숨길 수 없었다.



"어쩌다가 하게 된 거야?"



"그냥 부탁을 받았을 뿐이야. 몇 번인가 사진이 실렸던 잡지에서 연재 이야기가 나왔는데, 연애 관련 칼럼을 원한다고 하더라고."



"헤에..."



뭐, 대충 요약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가 멋대로 가져온 일이고, 『칼럼인데, 할 수 있지?』 라는 식으로 제의가 들어와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연애 방면이었다. 조금 바보 같은 에피소드이니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사연 모집 중이라는 거지?"



"응."



내가 맡은 칼럼의 정식 명칭은 【골드 시티의 카리스마 연애상담소】라고 한다... 바보 같은 이름이지만 의외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상담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난 달 발행한 호에 연재를 발표했더니 담당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다들 사랑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모양이다.



부탁을 받았으니 해야 한다. 일이기도 하니까.



"뭐, 확실히 잡지에서 시티를 보면...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무슨 뜻이야?"



"그냥 예쁘다는 뜻이지, 화내지 마."



...스스로도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하지만, 외모에 관련된 언급에는 나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악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치 차가운 손바닥을 만지는 순간처럼, 반응이 아닌 반사로 화답하는 경우가 많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의식해도 그렇게 되더라.



조던은 그런 나를 잘 알기에 그냥 넘어가지만, 내 담당 트레이너는 아직도 가끔씩 내 외모에 대한 언급을 했다가 내 반응을 보고 당황하며 사과한다... 물론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런 건 아니다. 아니, 화가 나긴 하지만... 그, 싫어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아, 진짜.



...어쨌든, 귀찮다. 여러모로.



그래서.



"...칼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 중이야."



"어떤 거?"



"마침 좋은 글이 있길래."



담당자가 건네준 독자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들. 그 중에는 반쯤 농담으로 올린 것도 있고, 진지하게 쓰여진 연애에 관한 고민도 있었다. 한 통도 빠짐없이 확인하던 중 강하게 기억에 남는 상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건데?"



"음... 다 말할 수는 없는데."



"그렇구나~ 뭐, 말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말해도 괜찮지만, 시티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궁금하네."



조던의 눈빛은 조금 전까지와는 딴판으로 호기심에 반짝이고 있다. 들뜬 태도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고 할까, 아니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부분에 호기심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좀 쑥스럽다.



"멋지게 꾸미고, 귀여워져서... 고백을 받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런 내용이야."



"응? 그게 뭐야, 자랑질이야?"



"끝까지 들어봐."



"음~"



"고백을 많이 받게 되긴 했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든대."



"하? 무슨 소리야?"



조던이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내 말투가 나쁜 것도 있지만... 확실히, 이해하기 힘든 고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공감이 가는 고민이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하는 말을 들었대. 그래서 쌩얼을 보여주면 싫어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불안해진대."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외모에 혹해서 첫눈에 반했다느니 뭐니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런 거지."



"그~런 거였구나. 그랬구나."



조던은 납득했는지 턱을 괴었다.



첫눈에 반했다... 그 말은 나에게 있어서,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울림이다.



"확실히, 시티는 첫눈에 반했다느니 같은 소리를 싫어했지~"



"당연하지."



당연하지. 왜냐면, 그런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카운트는 의미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트레센에 오기 전부터... 솔직히 트레센에 온 후에도 몇 번이나, 고백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조금 전까지 말했던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니까, 내가 예뻐서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건 역시 이상하잖아. 예뻐서 좋아하게 되었다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인형 같은 게 아닌데."



"...그거, 그렇게 대답해 줄 거야?"



"그럴 생각인데, 이상해?"



"...뭐어, 그 질문을 한 사람도 시티에게 물어본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조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한 번 웃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언제나처럼의 미소.



"그 사람은 시티를 연애 박사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뭐야, 불만 있어?"



"응, 별로? 실제로는 어때?"



"뭐가?"



"연 애 경 험 !"



"...아."



말문이 막힌 나를 본 조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 되잖아!"



"안 된다니! 담당자에게는 이미 말해뒀는데!"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어차피 있는지 없는지 모를 텐데."



"무조건 알걸~?"



요놈, 요놈,하면서 옆구리를 찔러댄다. 조던의 말투와 손짓은 그야말로 친구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주고 있다... 나에게 이런 거리감을 가지고 다가와 주는 상대는 의외로 적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당사자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지만.



"그나저나, 지금 남친 없지?"



"뭐, 그렇지."



"그건 그래~ 모델이니까."



"그런 건 그 전에도 없었고."



"아, 그치~ 트레센은 여학원이니까... 아니, 근데 시티 주변에는 굉장한 것들이 있잖아."



"응? ...있긴 한데, 딱히."



"진짜? 잘생긴 애들 많잖아?"



"잘생긴 애들..."



"걔들 중에서 시티 외모 보고 다가오는 애들은 없었어?"



"피부 상태하고 패션 센스 같은 거 참고하려고 오는 것 같던데."



"뭐랄까... 진짜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네."



"아, 비슷할지도."



"아, 잘생긴 애들 중에서! 큥! 하고 오는 애들 없었어!?"



"없었어."



"실화~? 시티는 뭐랄까... 연애하기 힘들 것 같네~"



"...뭐, 그럴지도."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랑에 빠져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하는 것은 정말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건 전혀...



"...아."



그러고 보니...



조던은 뭔가 생각난 듯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시티의 트레이너는?"



"어?"



너무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서 그런지 말문이 막혔다.




내 머릿속은 갑자기 우주에 던져진 것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머릿속에서 떠올린 것과 똑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아니, 그 말 그대로인데? 시티랑 트레이너, 사이 좋아 보이던데?"



"어디가?"



아니, 진짜로 어디가? 대체 어떤 모습을 보고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판정 능력이 꽝이네. 이 녀석 기준으로는 주먹다짐만 안 하면 사이 좋다고 판정하는 게 아닐까... 아니, 서로 치고받고 있어도 사이가 좋다고 판정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그치만~ 시티가 달리는 걸 응원해 주잖아? 처음에는 진짜 멘탈 다 털린 것처럼 보였는데, 그 사람 만나고 나서 의욕 만땅됐고."



"...그렇긴 한데, 그게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니까."



"일치고는 시티를 엄청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매니저 씨하고도 연락 주고받는다며?"



"그~래."



제대로 대답하는 것도 바보 같아서, 손톱 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아침 막 다듬어서 그런지 빛을 반사한다. 날카로우면서도 아름다운 그 끝은 마치 검처럼 보인다. 멋내기는 무장이야. 나를 지키고, 손톱을 새기기 위한 무기.



예뻐지고 싶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자기관리? 나는... 달리기든 모델이든 멋있게 있고 싶다. 골드 시티로서 자랑스러운 느낌을 받고 싶다.



인기가 많다든가, 없다든가 하는 건 전부 뒤의 일이다.



"반응 별로야~"



"그럴 수밖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진지하게, 꽤 생겼잖아? 완전 미남이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얼빠도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중앙 트레센 트레이너들, 잘은 몰라도 엘리트 아님?"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선택지에 없어."



"뭐, 시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남의 연애사에 어쩌고~ 하는 말도 있고."



"연애사라니, 아니거든?"



네네~ 하고 나른하게 웃은 조던은, 웃음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칼럼, 힘내. 잡지에 실리면 읽을게."



"그래."



"뭐라고 하더라... 증정본? 그런 거 없어?"



"나도 없어서 못 받는데."



적당히 배웅하고, 나 역시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트레이너실에 있을 테니... 내일부터의 일정에 대해 잠깐 이야기라도 할까 한다.



예상대로, 저녁이 다 되어 가는데도 트레이너실의 불이 켜져 있다.



"실례."



똑똑, 형식적인 노크 두 번과 거의 동시에 트레이너실에 들어섰다.



"시티? 이런 시간에 무슨 일로?"



나를 본 트레이너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 왠지 바보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보다 나이도 좀 있으면서, 가끔 보여주는 표정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애 같다. 업무로 만나는 연상인 사람들은 깔끔한 느낌인데... 이 사람은 그런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일부터 촬영인 거 알지?"



"응, 매니저 씨한테 들었어. 북쪽이라며?"



"북쪽... 뭐, 그렇긴 하지만."



"요즘 갑자기 추워졌으니까, 조심해."



"아직 가을인데?"



"촬영도 힘들겠지만, 스트레칭 같은 건 꾸준히 해줘."



"그, 자율 트레이닝 메뉴라던가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하는데."



"아, 그렇구나. 조금 있다가 보내려고 정리해뒀는데."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흠, 이렇게 해도 괜찮아?"



"촬영 때문에 많이 걸을 거 아냐? 애초에 이동에 부담이 될 텐데, 너무 무리해도 안 되니까."



"뭐, 그럴지도.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게 할게."



"..."



트레이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왠지 가려워지는 듯한 시선. 싫은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시선이다.



"...뭐야 그 시선."



"으, 응...? 내가 그리 이상하게 보고 있었어?"



"그랬어... 뭔가 묘한 표정이었어."



"..."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농담이야... 근데, 묘했던 건 진짜야."



"아니, 그...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야?"



"시티가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걸..."



"...!"



뺨과 눈꺼풀에 불이 붙은 것만 같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대신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있는 열과 반대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아니, 미안. 정말 그냥 생각난 걸 말한 것뿐이야."



"...그냥 트레이닝에 대한 걸 트레이너에게 물어본 것뿐인데."



"그렇지. 당연한 거지."



트레이너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실실 웃고 있다.



...왠지 나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세세한 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칼럼 이야기 들었어?"



"칼럼?"



"어, 매니저한테 못 들었어?"



나는 트레이너에게도 조던에게 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연애 관련 칼럼을 쓰게 되었다는 것, 꽤 평판이 좋다는 것, 받은 글 중에 꽤 신경이 쓰이는 글이 하나 있다는 것까지 전부.



"그러니까, 그 아이의 고민은... 외모에 혹해서 첫눈에 반했다느니 뭐니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거지?"



"...맞아."



트레이너는 음... 하는 소리를 내고는,



"시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매니저 씨에게도 못 들었는데."



"그래?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밀 유지라든가, 이런저런 계약도 있을 테니까.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겠지."



"..."



어른, 이라.



트레이너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평소에는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 그가, 역시 나이도 연배도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묘하게 답답하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꺼냈다.



"조던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엄청 웃는 거 있지... 내 기준으로도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쓸 생각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삐걱, 공기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



"아, 아니, 미안... 내 생각이 튀어나온 것 같네."



트레이너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물론 시티에게는 시티의 생각이 있고, 나에게는 내 생각이 있는 거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일치하지 않는구나 싶어서."



"..."



딱히 화낼 일은 아니다. 나와 트레이너가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화낼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조던도 나의 말을 전혀 이해해 주지 않았지만,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왜... 이 남자가...



왜... 이 남자가 말한 것일 뿐인데...



"...아, 그래?"



결국 내 목구멍을 넘어서 나온 것은, 막말 같은 말이었다.



짜증이 나고 속이 울렁거린다.



이 정도의 일을 웃어 넘기지 못하는 자신에게.



무엇보다도, 화가 나는 이유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갈게... 내일, 배웅 같은 건 됐어."



"아니, 하지만..."



"갈게."



더 이상 이야기하면 필요 없는 말까지 할 것 같아서... 그 자리를 떠났다.



모델 선배에게 배운 워킹 매너와는 정반대로, 분노를 드러내듯 쿵쿵 소리를 내며 걷는다.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혼자서, 트레이너와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자신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나의 고민은 나만의 것이고, 그게 당연한 건데...



어느새 나는 이렇게 약해졌고, 형편없어진 걸까.



"아..."



얼른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촬영에서 제대로 웃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






"네, 수고하셨습니다!"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가 풀어졌다.



촬영이 끝나는 이 순간은 싫지 않다.



"시티, 수고했어!"



매니저가 재빨리 달려오더니, 내게 겉옷을 입혀줬다.



"안 추워?"



"괜찮다니까... 엣취!"



"정말, 트레이너 씨도 걱정하고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다른 건 몰라도 감기만큼은 걸리면 안 돼."



"..."



그의 이름을 들으니 잊고 있던 짜증이 다시 한 번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매니저가 입혀준 겉옷을 다시 돌려줬다.



"아직 괜찮아."



"어? 하지만..."



"인사 같은 것도 있잖아? 모처럼의 의상이고."



"아니, 하지만..."



매니저의 말을 무시하고 걷기 시작한다. 촬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니 모두들 반갑게 화답해준다.



"시티쨩, 최근 레이스 봤어! 정말 잘 달리던데!"



"아하하, 고맙습니다."



"아니, 아니, 그런 상태에서 입착은 굉장한 거잖아! 다음 레이스도 응원할게!"



"아, 시티! 오늘 촬영도 좋았어!"



"병행하는 거 안 힘들어?"



"응원할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른인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했다. 물론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레이스를 보고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모델로서의 나와 선수로서의 나.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렇게 말해 준 것은...



...됐어.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다녔다.



현장의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나눈 뒤, 매니저에게 말을 걸었다.



"시티, 가자."



"..."



"호텔 잡았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 트레이너 씨 허락도 받았어."



"...그 사람 허락 같은 건 필요 없잖아."



"그럴 수 없어, 레이스 쪽도 응원하기로 결심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매니저는, 조금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한 투로.



"...그리고, 일단 열도 재보자."



"..."



"숨길 생각인 것 같은데, 너 어제 잠 설쳤지?"



"..."



정곡을 찔려서 매니저에게서 눈을 돌렸다.



"컨디션 관리는 모든 일의 기본이야. 원정 촬영 이동은 익숙하겠지만, 오늘 촬영은 시간도 많이 걸렸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



매니저의 말이 맞다. 이미 내 몸은 감기에 걸린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한 목구멍이 바싹 말라붙었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내던지듯 움직인 나에게 돌아온 당연한 보복이었다.



"..."



걱정스러운 매니저의 시선을 뿌리치고 대기실로 향했다.



의상을 벗고 평소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조금이지만 한기가 느껴진다. 매니저에게 말하면, 지금이라도 병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증상이 심하지도 않은 것 같고, 우마무스메는 기본적으로 병에 강해서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10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그럼, 내일은 혹시 모르니까 모닝콜 할게. 그 전에 일어났으면 나한테 연락하고."



"딱히, 점심 시간대 신칸센이잖아?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아니, 네가 아침에 못 일어나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사무적으로, 딱 잘라 말한 매니저는 표정을 풀더니



"...오늘 촬영, 잘했어. 수고했어."



그런 말을 들으니,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빠졌다.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않던 말이 튀어나왔다.



"...미안해, 매니저."



"...뭐가? 귀찮게 한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피식 웃던 매니저는 문을 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잘 자, 시티."



"...잘 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속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열을 잴 필요도 없이 온몸이 차가우면서도 열이 난다. 기온의 변화, 환경의 변화, 수면 부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서 가벼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목구멍 안쪽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하고 둔탁한 통증이 내 생각을 어지럽힌다. 뜨거운데도 춥고, 추운데도 뜨겁다. 피부는 차가운데 속은 마그마처럼 뜨겁다.



최악이다. 모델과 레이스를 병행하는 이상, 컨디션 관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짓이다.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한순간의 감정 기복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런 내가, 싫다.



"아..."



그 사람 잘못이다, 라고 생각한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담당 우마무스메니까 내 말에 적당히 맞춰주면 좋았을 텐데... 이런 귀찮은 나와 무리하게 부딪힐 것까진 없는데.



알고 있어. 그건 내가 싫어하는 인형 취급 그 자체다. 전 트레이너나 업계의 귀찮은 사람들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관대하게 대해주는 건 정말로 싫었다.



제대로 대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우마무스메고, 그는 인간이다. 나이도 앞자리가 다르다... 물론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고, 그 역시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안다고 해도 의견이 같을 리가 없다.



그러니 부딪히는 것도 당연하고... 지나치는 것도 당연하다. 조던과도 의견이 달랐다. 조던은 그런 걸 잘해서 적당히 부딪히는 걸 피하지만(그 녀석 식으로 말하자면 「귀찮으니까.」), 나는 그렇지 않다. 다르면 다르다고 받아들이고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어설프고, 귀찮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왜, 이렇게 답답한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외모에 혹해서 첫눈에 반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나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 그... 그럼, 그런 식으로 반한 적 있는 걸까? 누구에게? 언제? 어떤 식으로?



생각만 해도 마음이 술렁거린다. 쿨하게 있을 수 없게 된다.



"바보..."



그 사람 때문이디.



이 모든 게 다 그 사람 때문이다.



주름 하나 없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을,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듯한, 어딘지 모르게 소년 같은, 언밸런스한 그 미소를 떠올린다. 평상시에는 운동복을 입고 다녔는데, 내가 일주일 정도 옷을 골라주고 나니 꽤 멋지게 변했다... 그 때문인지 요즘 다른 애들에게 추파를 받고 있는 모습도 종종 봤는데... 짜증난다.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데.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열이 오를 것 같아서... 기분 전환을 위해 일어섰다.



사실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칼럼 원고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직접 적는 것도 좋지만, 지우거나 수정하는 데는 스마트폰이 더 편리하다.



...다시 한 번 메일로 받은 상담 글을 다시 읽어본다. 조던이나 그에게 말한 것과 거의 같지만, 조금은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상담을 한 사람이... 내 우마스타를 보고 멋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멋지게 꾸미고, 예뻐지고... 하지만 상대는 그걸 진짜 의미로 봐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걸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조금이지만 책임감이 들어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깨를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진심으로 싫어하지만.



그런데 그는...



"...아, 진짜!"



돌고 도는 생각은 다시 그에 대한 것으로 돌아가 버렸다. 머리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을 텐데...



대체 뭐가 다른 걸까. 다른 모든 사람들과, 그 사람... 트레이너.



"하아..."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트레이너와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전까지는 이 원고에 손을 댈 수 없을 것 같다.



마치 싸우고 헤어지는 것 같아서 후회된다... 다음에 만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먼저 사과를 해 온다면, 그냥 바로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오늘은 이만 자자. 자고 싶지 않지만,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결정하고, 메이크업을 지우기 위해 일어서자마자...



방의 인터폰이 울렸다.



"...?"



내가 이 방에 묵고 있는 걸 아는 건 매니저뿐이다.



연락은 스마트폰으로 하면 될 텐데... 두고 간 게 있나...?



감기에 걸려 멍한 내 머리는, 그 이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뭐야? 매니ㅈ"



그대로 문을 열었다.



"시티, 괜찮아!?"



그곳에 있던 것은...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 떠올렸던 얼굴.



트레이너였다.



"...하?"



어째서?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물음표가 사라지기도 전에, 트레이너가 내 손을 잡았다.



"...!"



"...열은 그리 안 높은 것 같고... 다른 증상은 없어?"



"하,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시티가 아프다길래..."



"그냥 감기거든!? 게다가 이제 막 걸린 정도야! 딱히, 걱정할 정도는... 그보다, 어떻게 온 거야!?"



"저녁 무렵에 매니저 씨 연락을 받고... 불안해서 신칸센 타고 왔어."



"...하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건 감기 때문이 아니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의 멍청함 때문이다.






"바보야!?"






큰 소리로 외친 직후, 여기가 복도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트레이너의 팔을 잡아당겼다.



"들어와."



방으로 돌아와 한숨 돌렸다.



뒤돌아보니, 다소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트레이너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시티, 미안해. 갑자기 손을 잡아서."



"...아니, 사과할 건 그 부분이 아니야."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일은?"



"타즈나 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빠져나왔어. 서류 작업은 끝났으니까 괜찮아."



"...아니, 내가 정말로 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당신이 와서 뭘 할 수 있다고."



"그건, 음..."


말문이 막힌 트레이너에게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는, 정말 바보인 걸까.



"...아무튼, 걱정이 돼서."



"..."



이 남자, 틀림없는 바보다.



그리고...



"...어쨌든, 아무것도 아니야. 쓸데없는 걱정이었어."



...그런 그의 미안한 표정에, 심란해 하고 있는 나도 바보다.



나의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



다행이 아니야.



내가 컨디션 관리를 잘못해서 당신을 걱정하게 만들고 일하던 도중에 빠져나오게 만들었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그는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말을 해 버릴 것 같아서, 살짝 시선을 돌렸다.



"...근데 진짜, 왜 온 거야?"



"...아니,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걱정이 돼서..."



"걱정 같은 거, 안 해도 되는데."



"해야지, 나는 네 트레이너니까."



"...하지만."



하지만.



"...싸웠잖아. 가기 직전에."



기어이 쓸데없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



"나, 멋대로 그 화제를 꺼냈고... 멋대로 화내고. 귀찮았겠지.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게 만들고..."



"...아니, 시티."



트레이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싸웠었나...?"



"하?"



오늘 몇 번 째인지 모를 하? 가 튀어나왔다.



"아니, 그, 내가 화나게 만든 건 알겠는데... 뭔가 미안해지네."



"..."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시, 시티?"



"...아~ 진짜, 진짜 바보 같아. 전부..."



결국 나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피로가 몰려와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괘, 괜찮아?"



"...당신 때문에 안 괜찮아."



"엑."



"...아~ 진짜, 말 안하고 싶었는데..."



"..."



"저리 가, 옮아도 몰라?"



"아니."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앉았다.



"안 갈 거야."



"...매니저 부르면, 당신 엄청 혼날 텐데."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럼, 왜?"



"왜냐니... 그야, 시티가 나가길 원치 않는 것 같으니까."



"...뭐?"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티, 거짓말할 때 귀가 뒤로 누워."



"...!?"



귀가 뒤로 눕는다는 건... 우마무스메 특유의, 머리 위에 있는 귀가 누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황급히 귀를 만졌...



...어라?



"...아닌데?"



"응... 근데, 확인했지?"



"...당신, 그냥 적당히 말한 거야?"



"아니, 확신은 있었는데... 일단은 말이지."



"...왜 확신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거야?"



"왜냐니, 그야..."




트레이너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네 트레이너니까..."



"..."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그랬다.



달리기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도.



모델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어줬고, 내 거짓말을 꿰뚫어봤다. 내 본심을 끌어내어 그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해 왔다.



...나는 이 사람에게, 숨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티, 고민이 있는 거지? 말해줘, 나는 그걸 위해 있는 거니까."



"..."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귀찮고 까다로운 밀당이라니, 질색이야. 모르는 건 직접 물어보면 된다. 그만큼 알기 쉬운 게 내 취향이다.



"당신, 첫눈에 반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었잖아."



"응."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어렵네. 시티도 연애 칼럼 쓰느라 고민이 많구나."



"...나는, 고민 안 했어. 첫눈에 반했다느니 뭐니 하는 건 없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외모만 보고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음... 그 생각도 일리가 있지."



그러니까, 트레이너가 운을 뗐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인데."



"괜찮아. 그게 듣고 싶었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주관이니까.'



...이건 말 안 할 거지만.



"나는 말이야. 누군가의 속마음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



"예를 들어, 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쓰레기 줍는 게 멋지다고 고백해 주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풉, 그건 또 뭐야?"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아무튼, 그 아이는 나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자원봉사 강의의 학점을 따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있었을 뿐이지 진짜로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같은 경우도 있는 거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이건 정말,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내면이, 모두 전달되는 건 아니야. 말이나 행동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만 판단할 수 있으니까."



말을 마친 트레이너는 부끄러운지 뺨을 긁적였다.



"...좀 잔소리 같았지?"



"음... 그래도 재미있었어."



지금 한 말은 진심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뭐, 그런 거야. 내면은 몰라도... 외모는 알 수 있잖아."



"...알 수 있다고?"



"취향인지 아닌지."



"...아니, 그것도 아까 말했던 거랑 똑같잖아. 상담해 준 사람이 고민했던 것처럼, 쌩얼을 보여주면 싫어하지 않을까?"



"그 부분은 어렵지만 말이야. 나 같으면 이렇게 생각할 거야... 아, 저렇게 예뻐질 수 있는 화장을 열심히 연습했구나, 라고..."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티는 말이야. 가끔 자기 외모에 대해... 우연히 타고난 것일 뿐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고, 모델로서의 자신은 만들어낸 거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시티의 예쁜 외모도, 모델다운 몸매도 모두 노력의 결정체야... 나는 그 노력을 보고 있으니까"



"..."



뚝딱.



예상치 못한 말이 내 마음 한구석을 파고든다.



"...왜, 왜 내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네 트레이너니까."



"...뭐라는 거야."



짜증을 내며 얼굴을 돌렸다.



...이 뜨거워진 뺨이, 열 때문일까. 아니면 이 남자 때문일까.



"외모도, 목소리도, 체형도, 말하는 내용도, 행동도. 모두 그 사람을 형성하는 것들이야. 물론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자유라고 생각해... 아까 말했듯이 외모도 노력의 결정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



"사람과 사람은... 물론 우마무스메도 그렇지만, 진정한 의미로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렇기에 가까워지려고 하는 행위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말을 마친 트레이너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길어졌네요."



"...몰랐어."



"응?"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그냥 열혈 바보인 줄 알았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내가 근성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보여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어."



"...응, 그런 것 같네."



트레이너의 말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내 안에 트레이너의 생각이 스며들었다.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그런 생각도 있구나... 라는 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느낌.



조금은, 눈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은 느낌.



"그럼."



트레이너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도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뻐서 나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당신도 첫눈에 반한 적 있어?"



"있어."



트레이너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번에도 매장에서 본 기타에 첫눈에 반한 적이 있었어. 예전부터 충동구매를 자주 해서..."



"..."



그런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알기 쉬운 바보에게 쓴웃음을 짓던 내 입꼬리는...



"...그리고 최근에는 시티에게 첫눈에 반했고."



"...하?"



하? 의 형태로 굳어버렸다.



...지금, 뭐라고?



"어, 잠깐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혀가 돌아가지 않는다.



방 안은 조용한데, 무언가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건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다. 내 심장 박동 소리니까...



손끝이 저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수천 미터를 달리고 난 뒤의 느낌이다.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트레이너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의식하게 된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갑자기 무슨 말을...



"크~ 몇 번을 생각해도 감동이야! 시티의 달리기는 보는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



그랬다.



이 남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풉, 아하하!"



"어! 뭐야, 왜 그래, 시티!?"



"...아~ 바보 같네."



정말 바보 같다.



왜냐면, 지금 나... 그가 나에게 첫눈에 반한 게 아닌가 착각해서, 순간적으로 기뻤다.



내가 첫눈에 반하는 걸 싫어하는 것은, 그것밖에 보지 않는 사람만 만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의 내면을 전부 보고, 나약한 점과, 힘든 점을 전부 알고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나의 외모도 좋아하겠지.



그런 것을 전부 포함해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일지도.



"..."



"...왜, 왜 그래, 시티?"



"저기, 트레이너."



하지만. 착각하게 만든 건 짜증나니까.



나는 한 발짝만큼, 트레이너와의 거리를 좁혔다.



트레이너의 온몸에 노골적으로 힘이 들어간 게 느껴진다.



...바보, 알기 쉬운 남자.



"당신 지금 거짓말했지?"



"뭐, 뭐가?"



"...레이스에서 달리는 모습이라고 했지만, 실은 내 비주얼을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거든?"



"으으..."



"애초에, 외모에 제일 먼저 관심이 갔었지?"



"아, 아니, 그건..."



"...핑계는 됐어. 자, 제대로 봐."



나는 올려다보도록 각도를 잡았다.



모델 출신인 내가 쌓아온, 가장 예뻐 보이는 각도.



...그게 가짜가 아니라 노력의 결정체라고 말한 건 바로 당신이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잠도 못 자고, 땀도 많이 흘리고, 하루 종일 촬영하느라 피곤해. 베이스 메이크업만 한 거의 쌩얼인데... 어때?"



"...그야."



체념했는지, 트레이너가 내 눈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 비친 나는, 그래.



"...당연히 예쁘지. 처음 봤을 때부터 엄청 예뻤어."



"...응, 좋아."



그런 것이다.



트레이너는 만족스럽게 얼굴을 뗀 나에게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기,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



그런 식으로 말하니 웃겨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안 한다니까... 당신은 내 달리기를 좋아하고, 외모도 좋아하잖아."



"...맞아, 전부 좋아해."



"...그럼 됐어."



"...뭐랄까, 고마워."



"...천만에."



이 남자, 진짜 바보구나.



...나도.



"...아~ 이야기 끝나니까 졸리네."



"어, 어어... 그랬구나. 미안, 방해했네..."



"...저기, 어차피 이후에 한가하지?"



"...뭐, 그렇긴 한데."



"그럼 잘 때까지 얘기하자."



"어어...? 아니,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트레이너에게



"나의 어디가 좋은지, 그런 거라도 괜찮으니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킬러 패스를 줬다.



"...그렇다면 밤새도록 얘기할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한 바보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당신,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말했잖아, 전부 좋아한다고. 그럼 우선..."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옆모습을 보면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자장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화제에 귀를 기울이며... 원고에 써야 할 내용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날 좋아해준 상대를... 제대로 알면, 무언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을.



"...후훗."



사랑에 표정이 있다면, 분명 미소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끗 =


아오 고루시치! 생일 일찍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