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색 서러브레드들의 시조인 알콕의 아라비안>


말의 몸 색깔은 털 색깔인데 기본적으로는 밤색(Chestnut)과 검정색(Black)이다. 인간과 동일하게 멜라닌에 의해 색깔이 정해지는데 밤색(정확히는 붉은 색이 섞인 갈색)은 페오멜라닌(Pheomelanin)에 의한 것이고, 검정색은 유멜라닌(Eumelanin)에 의한 것이다. 그 외의 색깔은 다른 유전자가 발현하여 이루어진다. (아구티유전자, 크림유전자, 희석유전자 같이 색깔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가 많다)


그 중에서 일반 사람들이 흔히 백마라고 부르는 말들의 거의 대다수는 사실 회색마(Gray horse)들이다. 아라비안 품종을 조상으로 두는(아라비안 자신도 포함해서) 서러브레드, 아메리칸 쿼터호스, 웨일스 포니 같은 품종들에서 회색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경주마 외의 품종에서는 프랑스 출신 역마 품종인 페르슈롱, 스페인의 승용마인 안달루시안,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다스렸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육성한 승용마 품종인 리지판도 회색이 매우 흔하다.


<회색 어미말과 검정색 망아지. 망아지가 아직 어려서 검은색이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차 새하얗게 변할 것이다. 눈이 무섭게 빛나는 건 어두운 곳에서 좀 더 잘 보게 해주는 휘판이라는 구조 때문인데, 사람에게는 이게 없다.>


회색마는 망아지 시절에는 위 사진처럼 평범한 색깔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얼굴 부근의 털이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해서 몸 전체의 털이 탈색된다. 진짜 백마와 구별하는 방법은 털이 적은 눈과 코, 성기 주변의 피부 색이 검은색이면 회색마고, 백마는 (색소세포가 없기 때문에) 분홍색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서러브레드 개체의 3%가 회색마다. 이 회색 유전자의 기원을 따라가면 1700년에 태어난 종마인 알콕의 아라비안에게 이르게 된다. 초기의 서러브레드 종마들이 그렇듯이 1700년에 태어나서 1733년 즈음에 사망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고 정확히 어디 출신인지는 불명이며 직계 혈통은 오래전에 단절되었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암컷 자식들을 통해 회색 유전자를 물려주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