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는 열린 트레이너 룸 문의 너머에서 케이크를 들고 나타난 에이신 플래시를 보며 되물었다.



"...생일 기념 케이크라고? 그게?"


"네에."


에이신 플래시는 기분 좋게 웃더니, 이내 자기가 가져온 케이크를 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드셔보세요. 분명 맛있을 테니까."


"으음... 직접 만든 거야?


"네. 오늘을 위해서 준비했던 것이랍니다."


"음..."



나는 입을 떨다가 살며시 닫으며, 눈앞에 놓인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맛있어보이는 케이크. 에이신 플래시의 말을 들어보아 그녀 자신이 직접 만든, 정성이 가득 담긴 케이크가 분명하다.



살짝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은 어느덧 서너시의 쉬는 시간. 작업에 열중하다보니 쉬는 시간이 되는 것도 모른 채로 있었던 걸까.


간식을 먹기에는 적당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배가 조금 출출해지기도 하던 참. 에이신이라면, 그러한 것도 고려해서 이 케이크를 가져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저기, 트레이너 님? 드시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내가 케이크를 바라본 채로 먹으려 하지 않고. 무언가 생각에 잠긴 채로 있자, 그것이 이상했던 듯. 에이신 플래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음을 던졌다.


혹시 자신이 만든 케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먹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평소에 에이신 플래시가 주는 음식이나 간식을 거절한 적은 없었으니, 아마도 이번에도 맛있게 먹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져왔을 터다.


'트레이너 님이라면, 분명 기뻐하시면서 드셔주시겠지.' 에이신 플래시가 그렇게 생각하고 케이크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음... 그게..."


"트레이너 님?"


...그럼에도, 지금의 나에겐 그 케이크를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풀어내야 할 의문이라고 해야 할 만한 그러한 것이 있었기에. 그 케이크를 입에 댈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을 해보아도,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에이신 플래시 본인의 생일도 아니었을 터다.


아무리 내가 작업에 열중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는 것은 잋어먹는다고 해도, 본인이나 가까운 지인의 생일을 헷갈리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것은 분명하다.



'대체 뭐지...?'



그렇다면, 에이신 플래시가 누군가의 생일을 헷갈린 것일까.


그렇게 추측해 보아도, 이내 그것도 아닐 것이라는 답에 도달했다.


애초에, 시간이나 무언가 계획을 잡는 것에는 나보다 능숙하다 못해 유명할 정도인 에이신 플래시다.


그런 그녀가, 생일날을 헷갈리거나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평소의 간식거리 정도의 빵이라면 '혹시...?'하며 생각해 볼 만할지도 모르나. 내 눈앞의 놓인 케이크는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물건이었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눈앞에 놓인 케이크가 대체 무엇인지, 내 머릿속 추측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이 답을 알고 있을 상대에게.



"저기, 에이신 플래시?"


"네?"


"물어볼게 조금 있는데..."



그럴 일은 아마 없으리라고 생각이 들지만, 에이신 플래시가 착각을 했다거나 하는 일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에이신 플래시가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조심해가며 나는 말을 이었다.



"오늘...나 생일 아닌데. 그렇다고 네 생일도 아니고... 혹시, 뭔가 착각한 거야?"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는 에이신 플래시를 살짝 곁눈질하며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에이신 플래시가 실수로 착각을 한 것이라면 웃어넘길 생각으로.



"...후후"


"...?"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에이신 플래시는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듣는가 싶더니, 이내 살짝 웃어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에이신 플래시가 아닌 내가 무언가를 잋거나 착각하고 있던 걸까.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오늘이 무언가의 날이라던가 하는 것을 생각나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했다.



이윽고, 에이신 플래시가 웃던 입을 살짝 손으로 가리며 말을 꺼냈다.



"후후. 트레이너 님, 제가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생일 기념 케이크라고."


"어.. 그랬지. 그렇지만 오늘은...나나 네 생일이 아니잖아? 그럼..."



다시금 에이신 플래시의 입에서 나오는 '생일 기념 케이크'라는 말.


자신이 가져온 케이크는 분명 생일 기념 케이크이며, 자신은 무언가 착각을 하거나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 자신감이 분명하게 에이신 플래시에게서 느껴졌다.


이내 내 물음이 의아한 말꼬리를 남긴 채로 끝나자. 에이신 플래시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네에. 저희의 생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답니다. 이건 저희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닌 걸요."


"그럼...누구? 에이신 플래시의 부모님이야?"


"아니요. 저희 부모님의 생일은 다른 날인걸요. 이건 저희 부모님을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에요."


'혹시 에이신 플래시 본인의 부모님 중 어떤 분의 생일을 맞이해서 만들어본 그런 케이크일까.' 하는 추측의 말을 내뱉었지만, 이내 그런 추측도 에이신 플래시의 답변에 무너지듯 사라졌다.


나도 잠시 우리 부모님의 생일을 생각해보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만약 맞다고 해도, 에이신 플래시가 내 부모님의 생일을 챙겨주거나 한다고 하기에는 그리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


이내 에이신 플래시 주변의 친한 사람들의 생일도 떠올려봤지만, 하나 같이 전부다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저기, 이 케이크. 대체 누구의 생일을 기념하는 케이크인 거야?"


"후후..."


에이신 플래시는 내 물음을 듣더니, 마치 어이없다는 듯이 핏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후훗. 트레이너 님, 설마 오늘을 모르고 계셨던 건가요?"


그러고는, 설마하니 내가 모를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런 말을 이었다.



"오늘...오늘이 대체 무슨 날인데?"


그런 에이신 플래시의 말에 더욱 의문에 빠지는 것은 나였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에이신 플래시의 말. 내가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잋고 있는 걸까.



"후후, 그럼. 보세요."


이내 에이신 플래시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저희 독일 민족의 위대한 총통 각하님의 생일이잖아요. 저의 트레이너 님이라면,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불찰이네요."


실수했다는 듯이 웃으며, 이내 트레이너 룸 한 쪽의 벽에 그 총통 각하의 초상화를 내거는 에이신 플래시에게.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