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한창 레이스가 진행 중인 경기장은 시끄럽기 마련이다.


인간이라면 모를까. 우마무스메들이 전력으로 달리는 발걸음 소리는 거리가 있어도 시끄럽다 못해 땅을 울리기도 하고. 그걸 지켜보는 관중들도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닌, 각자 응원의 함성을 내지른다거나 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본디 레이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카메라의 플래시라던가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관중들이 응원하는 것 자체는 막지 않는다. 경기장의 관리자나 여타 다른 관계자들도 그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



물론, 막지 않는다고 해서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중들의 응원하는 함성은 분명 달리고 있는 우마무스메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당장 레이스에는 방해가 되기도 하고. 다른 관중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 성숙한 관중이라면, 웬만큼은 자제하는 편이다. 


일단은, 그렇다. 



다만 오늘의 레이스는 조금 특별한지라. 주변을 둘러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응원하는 관중들 천지다. 


그렇게 응원하는 관중들 사이에서, 침묵하며 가만히 있는 것은 나나 옆에 앉은 루비. 그리고 뒤편의 에어 그루브정도 뿐만이 아닐까.



"와아! 힘내에!"


"힘내세요오!"



...레이스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는지. 뒤편의 위닝 티켓과 마치카네 탄호이저는 그런 응원을 내질렀다.


주의를 줄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 옆에 있는 그루브가 가만히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며 그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무엇보다, 당장 지금의 내가 움직이기 좋을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경기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슬쩍 돌려, 내 허벅지를 내려보았다.


내가 입은 베이지색의 정장 바지 위, 눈에 띄는 하얗고 뽀얀 작은 손.



"...."



그 주인의 눈동자 색과 닮은, 어쩌면 옅은 분홍빛으로 보이기도 하는 붉은 색의 손톱.


그 손은, 분명하게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



천천히 고개와 눈동자를 돌려, 그 손과 이어진 팔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듯 따라가 그 손 주인의 얼굴을 슬쩍 보자. 그 얼굴의 주인은 무언가를 말하는 것도 없이, 제 두 눈동자로 경기장만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은 무언가 하는 일 없이 레이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듯이.


그렇지만, 내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에 조금 전보다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은 아닐 터였다.



"...."



뒤편의 다른 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절묘한 위치를 쓰다듬고 있는 루비의 왼손. 


슬쩍 팔을 허벅지에 내려두어 제지하려고 하자. 이내 그 작디작은 손은 내 팔을 밀어내버리더니 제 하던 일을 계속하겠다는 듯이 허벅지로 향한다.


다시금 제지하려 팔로 막고, 밀어내어도 그 조막만 한 손은 자신을 막지 말라는 듯이 밀어내고 또 밀어내며 내 허벅지 위에 자리 잡는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인지도. 


허벅지 위를 매만지던 손이, 이내 허벅지를 넘어 사타구니와 마주 보는 면까지 침범하려 한다.



"...."



나는 그 당돌한 행위에 숨을 삼키며, 이내 그 작은 손을 내 손으로 맞잡듯 붙잡았다.



"저기, 루비양."


"예. 왜 그러시죠?"



분명한 음행을 저지르려던 제 손이 붙잡혔음에도, 루비는 천연덕스럽게 되물었다.


나는 뒤편의 다른 세 사람이 눈치채지 않도록, 그리고 들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작게 말을 이었다.



"...지금 하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 여기서 이런 일은... 무척 곤란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레이스에 집중하도록 해주시겠습니까?"


"...."



루비 특유의 표정과 어투에, 도리어 내 말문이 막혔다.


오히려 내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반응.



"어이, 앞에 무슨 일인가?"


"아냐, 아무것도 아니다...."



우마무스메에게 숨기기엔 말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까. 


뒤편에 있던 그루브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묻는 말에, 나는 붙잡고 있던 루비의 손을 황급히 놓으며 그리 대답했다. 


이내 구속이 풀린 루비의 손은 그루브의 시선을 걱정한 듯이 본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향했기에. 그것을 본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동안 만큼은, 그러했다.



"...."



그렇지만, 다시금 그루브의 시선이 사라지자. 루비의 손은 다시금 허벅지로 향해왔다.


그러고는, 허벅지를 넘어 자신이 아까 넘보려고 했던 곳까지 침범하고...



"....하아..."



나는 그러한 루비의 도를 넘은 비밀스러운 음행에, 미약한 신음이 섞인 한숨을 웃음으로 가리려 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