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아아아아아아아ㅡ!!!!!!!!


커리어 첫 G1 우승.


관중석에서 울려퍼지는 우레와 같은 함성에 결승선을 통과한 슈발 그랑은 두 손으로 바짓단을 부여잡은 체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페이몬!!!"


"트, 트레이너!"




그러던 중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들리는 그녀의 애칭. 순식간에 화색이 돈 슈발 그랑이 추욱 늘어졌던 귀를 쫑긋 세우며 목소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패널을 뛰어넘고 한걸음에 달려온 트레이너가 단번에 그녀를 껴안았다.




"잘했어 페이몬! 역시 내 최고의 파트너야!!"


"여, 역시 그렇죠? 헤헤.."




한아름 품에 안긴 슈발 그랑은 기쁜듯이 실실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귀여운 모습에 트레이너가 큭큭 작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까짓거, 기분이다! 혹시 원하는 소원이라도 있어?"


"소, 소원이요?!"


"그래! 소원 말이야! 페이몬이 원하는거라면 뭐든 들어줄게!"




빈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당장 집이라도 한 채 사달라고 한다면 트레이너는 기꺼이 사줄 의향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염원했던 G1 우승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반면 슈발 그랑의 머릿속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몰려온 기자들이 터치는 무수한 카메라 플래시. 


수만 명의 관중들이 외치는 거대한 축하의 함성. 


입가 근처에 콩나물시루처럼 내밀어진 방송국 마이크들.


게다가 눈 앞에는 사랑하는 트레이너가 뭐든지 들어준다며 웃는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행복한 상황이지만, 너무나도 내향적인 그녀의 멘탈은 한계에 치닫고 있었다.


뭐, 뭐, 뭐, 뭐를 말해야 하지?!


손 잡아주세요?! 하, 하지만 기껏 소원인데. 손만 잡겠다고 하면 듣는 트레이너도 조금 그렇지 않을까...?


이, 일단 무리한 소원은 트레이너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우선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가벼운 소원으로 해보자.


생각하자 슈발 그랑, 생각해야 해...!


듣는 모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고, 트레이너도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는 소원...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는 소원.


내가, 원하는거......






"바, 바지 벗어! 씨발놈아!"






커다란 외침에 떠들썩했던 경기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잊은 체 넋나간 얼굴로 입을 벌린 기자들과,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버린 트레이너.


모두가 경악하는 와중에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슈발 그랑 그녀 자신이었다.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슈발 그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체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지금 뭐라고 말한거지?


평소에 괴문서 좀 작작볼걸!


모두가 숨죽이는 와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트레이너가 억지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하... 하하! 아무래도 우리 슈발 그랑이 긴장을 많이했나 봅니다. 긴장하면 누구나 말실수를 하곤 하니까요. 그렇지, 슈발?"




그리고는 완전히 굳어있는 그녀에게 어색한 미소로 되물었다. 


간절함까지 느껴지는 트레이너의 물음에 슈발 그랑이 떨리는 눈빛으로 트레이너를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네, 맞아요.'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상황은 끝날 것이다. 유능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녀의 트레이너라면 그 대답을 시작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나갈 것이다.


대답하자 슈발 그랑.


실수였다고 말하는거야.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대답하려던 순간, 그녀의 시선에 트레이너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보였다.




"그, 그래스 언니랑은 1년 만에 결혼했잖아요. 나랑도 결혼해주면 안되요?"




수줍게 중얼거리는 슈발 그랑의 한 마디.


대답 대신 한 손을 머리에 올린 트레이너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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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하는 기자들




멘탈이 나가버린 슈발 그랑 트레이너


썼던 괴문서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