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아무리 근력이 강한 우마무스메라고는 해도, 맥퀸은 덩치가 큰 편도 아니니까.
무언가 위협이 될 만한 게 없는 것도 아니지.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금강팔중원류의 야에노 무테키라던가.
아무튼, 더 좋은 스승이 있을 텐데.
"저번에 들었어요, 무술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아, 그거?"
태권도 4단.
고등학생 때 따둔 4품에서 승단시험을 치고 4단으로 오른 지금, 확실히 사범이 될 자격은 갖추고 있다.
"...내가 왜?"
그런데 그것도 2년 전이다.
이제와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우리는 일심동체가 되어야 해요. 그렇다면 같은 무술을 배우고 있는 것도...!"
"에반게리온이냐?"
"네?"
"아니, 됐어."
태권도는 대인 전투기술로서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는 수준이라 답하고 싶다.
정직하게 때리고 막는다.
트릭키한 전술이라던가, 이래저래 몸을 지키는 데 그렇게 유의미한 점이 있는 기술이 아니란 의미다.
"아, 괜찮으려나."
"네?"
"너는 어차피 우마무스메니까, 뭐."
정권 지르기 한 번, 아니면 돌려차기 한 번.
어디에 맞든 제대로만 들어가면 끝장이겠지.
"가르쳐 줄게. 어차피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
"그러면 지금-"
"트레이닝이 먼저야."
"..."
"제대로 하면 준비운동 시간도 꽤 들어가는데, 어차피 트레이닝을 먼저 하면 그 부분도 해결되잖아. 우선 나가자."
"네."
_____
"너, 처음 맞아?"
"후후, 재능이 있나요?"
"...믿기지 않을 만큼 엉망진창인데."
다리는 높이 차는 것도, 앞으로 차는 것도 아니고.
다리의 형태를 기반으로 하는 자세임에도, 전혀 잡지 못한다.
"에엣."
"다 알고 일부러 틀리는 수준이잖아, 이건."
"부끄럽지만, 이런 부분에는 감이 안 잡혀 있어서..."
"아니, 하다 보면 되겠지. 서 봐."
다리를 잡고 자세를 교정시킨다.
"팔은 좀 더 위로."
"이렇게요?"
"아니, 이렇게."
"앗, 아아. 그렇군요."
마치 프라모델의 포즈를 잡는 것 마냥 이런저런 교정을 거친 결과.
"이만하면 봐줄만한 자세가 나오네."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그런데, 신체 접촉이 너무 심하지 않아?
_____
"맥퀸, 요즘 호신술 배운다면서? 엄청 못해서 트레이너가 다 도와준다던데?"
"...그럴 리가요. 이미 간단한 동작들은 물론, 품새들도 거의 다 외웠답니다."
"응? 그러면 왜 못하는 척 하는 건데?"
"그야..."
그래야, 내게 가까이 와주니까.
그 숨결이 닿고, 그 손은 그 언제보다도 강하게 날 붙잡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알아들을 리가 없나.
"재밌지 않나요."
거짓말은 아니니까.
"트레이너를 너무 놀리면 안 돼.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그, 그건..."
"아아, 덥지 않아?"
"조금 덥긴 하지만요..."
진짜로 덥긴 한데.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그 손에 있는 거겠죠.
일부러 왼손으로 손부채를 하면 뭐 어쩔 건데?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자랑하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_____
"맥퀸."
"네?"
"슬슬 그만하자."
"네? 오늘은 그다지 많이 하지 못했는데요."
"그게 아니야, 맥퀸."
어라, 들켰나?
아니, 들켰다면 정당하게 화를 낼 사람이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사람은 아닌데.
"사실 널 보고 트레센에서 호신술 강사를 초빙하기로 했어. 그래서,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
"...왜요?"
아.
맞다.
그러고보니, 명목상의 호신술 강의였지.
갈수록 허벅지나 팔뚝으로 향하는 손길이 늘어서, 깜빡 잊어버렸네.
나도 힘이 들어가는 걸 느껴본다는 명목으로 많이 만져대긴 했지만.
"그렇다면, 오늘까지는 제대로 끝내주세요."
"그거에 대해서도 말인데."
"네."
"...사과할게, 조금. 신체 접촉이 과했어."
"누가 시켰나요?"
"응?"
"제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사람이 있죠? 그게 아니면, 당신이 죄책감을 느낄 리 없어요. 제 몸에 아무리 밀착해있어도, 당신은 그저 교육에 대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으니."
"그, 게..."
누구지?
나의 트레이너에게 괜한 바람을 불어넣은 건.
감히 나의 남자를 건드린 건.
"골드 쉽..."
"아."
그러고도 남는 사람이긴 하지.
악의가 없어서 더 짜증나는...
"아무튼 저는 아무래도 좋아요. 그러니, 오늘의 수업만이라도 끝내주세요."
"그렇다면... 가볍게 겨루기라도 해볼까. 물론 네가 강하게 차면 난 물리적으로 박살나니까, 조금만 조심해주고."
"좋아요."
"준비할게."
...
...
...
보호구를 차고, 준비한다.
"15점 내기로 할까?"
"좋아요. 먼저 오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덩치의 차이에서 오는 위압감이란 꽤 크다.
그러나, 내가 진심으로 걷어차면 그대로 쓰러진다는 걸 알기에 그저 귀여울 뿐이다.
얼굴 높이로 들어오는 발차기.
손을 들어올려 막고, 그 틈으로 돌려차기.
키 차이라는 게 이렇게나 불편하다.
아래막기에 막힌 다리가 돌아오는 사이에 옆차기.
못 막는다.
"3점."
"말씀드린대로 내어드렸어요."
"...그게 맞나?"
다시 자세를 잡고.
정권, 그리고 뒷발 후리기.
깔끔하게 들어갔다.
이어서 다가가 돌려차기.
조금 더 밀어내면 장외다.
"그만."
"네?"
"네가 이겼어. 역시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게 무슨..."
"제대로 배워왔구나, 어디서인지는 몰라도."
"앗."
너무 열중했나.
들켜버렸다.
"그 메지로 가문이 호신술도 안 가르칠 것 같지는 않았어."
"그게..."
"그래도, 배운 걸 써먹을 데가 있어서 즐거웠어."
죄책감이 엄습했다.
사람을 가지고 놀았다던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그랬을 때 내가 할 말은 있나?
"...계속해주세요."
"응?"
"승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네요, 그건. 지금 제가 이기고 있다고 도망치는 건 아닌가요?"
"...해줄게.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몰아친다.
돌려차기, 그리고 멈추지 않고 뒷발 후리기. 직후 뒤로 물러나고, 내 발을 막고는 옆차기.
그새 7점을 빼앗겼다.
10점, 나는 7점.
아직 뒤집을 수는 있지만.
더 좋은 생각이 났다.
"야앗!"
빠직- 하고, 그의 보호구가 망가진다.
"이게 뭐하는 짓이니..."
"죄송해요, 조금... 흥분해버려서."
보호구를 벗는다는 행위는 혼자서 하기 어렵다.
"좀 풀어줄래?"
"네."
끈을 풀고, 보호구를 옆으로 연다.
"으읏."
"냄새나니?"
땀이 도복에까지 배어들었다.
분명, 불쾌해야 할 터인데.
물론 왜 이러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이미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 맞춰져 있어.
"하아... 흐으, 하아..."
"저기, 맥퀸-"
참을 수 없다.
보호구는 던져버렸다.
그대로 바닥에 눕힌다.
날 밀어내는 손에 끼워진 장갑.
거슬린다.
그의 살결을 느끼고 싶다.
"으아악!?"
"어머, 실수. 이렇게 된 이상 장갑도 벗으셔야겠네요...?"
"그러면 일단 내 위에서 내려와주지 않을래? 그, 남들이 보기라도 하면..."
"아무도 오지 않아요."
"하..."
"제가 벗겨드릴까요?"
"아니, 됐어."
나도 보호구를 벗어던진다.
거슬리는 것들은, 전부 벗어던진다.
"맥퀸, 도복은 벗으면 안 되지."
"시끄러워요."
허리춤의 끈을 풀어버리고, 도복마저 바닥에 벗어던지면 그 밑에는 속옷뿐이다.
평소에는 이러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하고 싶었다.
삼여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일까.
"자, 장갑도 벗었으니까. 진정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 대화를 좀 해보지 않을래?"
"눈은 입보다도 많은 걸 말하죠. 그렇다면, 당신의 전신은. 얼마나 깊은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요?"
"어어, 야!"
"시끄러운 입이네요."
입맞춤으로 그 입을 다물게 한다.
첫 키스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이미 그의 입술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춘 전적이 있으니까.
"사랑해요. 당신을, 함께해온 시간 이상으로... 누구보다도!"
"..."
"그러니 저항하지 마세요."
_____
몇 번이고 입맞춤이 이어졌다.
입술, 뺨, 이마.
얼굴에서 벗어나 쇄골과 목.
누군가 찾아올 위험이 있는 상황이, 오히려 메지로 맥퀸을 흥분시켰다.
'조만간 사고 칠 게 뻔하다'는 골드 쉽의 말에, 누구도 접근하지 않고 있었지만.
"흐, 흐핫."
"웃는 척 해도 소용없어요, 여기가 약점이네요. 그렇죠?"
일방적인 공략.
천천히 함락시킨다.
"아아-"
콱, 하고.
슈크림을 베어물듯 입에 넣고 문다.
우마무스메의 치악력은, 가볍게 물었음에도 사람의 피부 정도는 해칠 수 있었다.
"아프잖아."
"하지만, 너무 맛있어 보였어요. 당신이."
"흠..."
잠시 고민하던 트레이너는 눈을 감았다.
"얍."
그리고는 위에 있던 맥퀸을 바로 바닥에 눕혀버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죄책감이 드는걸."
"그 정도로 작지는 않아요..."
"그래?"
트레이너는 맥퀸의 위로 몸을 밀착시켰다.
그리고 그 귀에, 달콤하고도 잔혹한 선언을 속삭였다.
"오늘 밤에, 다시 하자."
"흐에엣?!"
"놀랐어?"
"정말, 지금은 안 되나요...?"
"여기가 어딘지를 생각해."
"그런 것 치고는 당신도, 후후."
"나도 기다리기 힘드니까, 알겠지?"
"네. 기쁘게 기다리고 있겠어요."
두 사람은 정리를 마치고 제 3 트레이닝 룸을 나섰다.
가라테, 유도 등의 무술 수련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잠시 설치되었으나, 곧 더 큰 곳으로 옮겨질 터.
그들의 추억 위에서 뛰노는 이들은 더 이상 없게 될 것 같았다..
_____
무술 수업은 취소되었다.
'트레이너에게 태권도를 배우다 흥분 상태에 빠진 맥퀸이 그날 트레이너와 결혼을 약속한 사건'도 물론 문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술 사범이 되기로 한 우마무스메가 자신의 트레이너를 무자비하게 따먹어버린 탓이 더 컸다.
트레이너들의 정조가 위협당한다는 항의가 빗발쳐, 결국 무술 수련은 취소되었고.
"결국 여기서 하는 거야!?"
"하아.. 하아..."
"잠ㄲ-"
현상 유지되어버린 제 3 트레이닝 룸은 이내 질척한 소리로 가득 차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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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섭) ★3 시리우스 심볼리 , SSR 파워 원더 어큐트 , 일섭) 신시나리오, ☆3옷갈 비와,타이신, SSR 샤커, 스칼렛, 보리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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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애호대회] "호신술을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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