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센에서 회식이 있었다.

트레이너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트레이너들은 트레센 입구까지 옮겨지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그들의 주사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_____

심볼리 루돌프의 트레이너는 옥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고.

차가운 바람이 잠기운을 몰아내면 다시 하늘을 바라보길 몇 번.

"흐, 뛰어내릴까."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내뱉어진 순간.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참아줘."

"...루돌프?"

"글쎄. 트레이너라고 할 수도 없는 꼴의 너에게는 루나라고 불리고 싶은걸."

"루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나는 이제 막 일을 끝낸 참이었거든. 오늘은 좀 놀다 온다던 트레이너가,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찾아와보지 않을 수가 없었지."

"...들어갈까."

트레이너는 옥상의 입구로 향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을 앞두고 저지당하고 말았다.

"뭐하니."

"그런 슬픈 표정으로 '뛰어내릴까' 같은 소리를 하는 트레이너를 내가 놔둘 수 있을 리 없잖아? 무슨 일 있었어?"

"어어... 없는데."

"거짓말."

"진짜야."

놀랍게도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저 옛 흑역사가 몇 가지 스쳐지나간 탓에 내뱉은 말일 뿐, 당장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봐줄게."

"다시는 안 이럴게. 적어도 이런 짓은."

"증거는?"

"...응?"

"말만으로는 신뢰성이 없다고. 술에 취한 사람이니까."

"글쎄, 뭘 보여줘야 믿을까... 아."

쪼옥-

입술과 살결이 맞닿는 소리.

심볼리 루돌프는 이마에서 평소 이상의 열기를 느꼈다.

"부족해."

"왜."

"내 믿음은 그리 가볍지 않거든, 그리고 네게 줄 건 신뢰 정도가 아니니까... 이렇게 해야지."

"으읍- 읍."

심볼리 루돌프는 제 트레이너의 얼굴을 당겨 입을 맞추었다.

누군가 보았다면, 그것을 '어른의 키스'라 칭했을.

그런 동작.

"자아, 아직도 그런 짓을 할 생각이 들어?"

"해야만 할 것 같은 죄책감이 드는데."

"정 그러면 함께할게."

"...못 들은 걸로 해줘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