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붕이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경마에서 성과를 내지못한 말은 우라라 같은 케이스가 아닌 이상,

앵간해선 말고기 행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할꺼야.


하지만 도축행을 목전에 두었던 말이 성공을, 그것도 올림픽 메달을 걸고 다른 말 품종을 구한다면 웃긴 이야기겠지.


그런데 그 동화책으로 써도 비현실적이라고 까일 이야기는 실화고,

그 주인공의 이름은 네로(Nero)다.









네로의 품종은 우리 우붕이들에게 친숙할 서러브레드다.

1927년 독일에서 태어났을 당시 받은 이름은 신밧드.


네로 아니 신밧드의 혈통은 하루우라라 처럼 나쁘진 않은 편이었다.

(부마가 독일 경마의 한 시대를 풍미한 다크 로널드였음)


하지만 이 말 역시 아버지가 뛰어나다 해서 자식이 뛰어난 말이 아니라는 것인지, 아니면 마주가 너무 큰 기대를 가진건지,

번번히 경마에서 이기지 못하고 이로인해 마주에게 혹사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1932년.


신밧드는 경주마로서의 수명이 끝난 동시에 도축장행이 확정되었지만,

(거세당해서 종마로 활약이 불가능했다)

오스트리아 군에서 말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마주가 돈이라도 더 받을겸 해서 오스트리아군에 팔아넘긴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만 군대의 예산은 쪼들리는 판이었다보니,

오스트리아 군도 눈앞에 좋은 말을 두고도 가격 때문에 살 수 없었고

또한 다용도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순수한 승마용 말을 살 수 없어서

그냥 은퇴한 경주마를 사들여 교육에 사용하곤 했다.












일단 여기서 당시 승마의 역사를 좀 집고 넘어가면,




일단 당시 사람들도 웜블러드가 승마에 더 유리하단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비쥬얼 측면에서 웜블러드는 소위 말하는 품종개량이 덜 되어있다보니,

좀더 이전부터 비쥬얼이 더 보기 좋았던 핫블러드 그 중에서 서러브레드가 승마용 말로 쓰이는 것도 가능하던 시기다.


더군다나 당시 승마는 그나마 덜 고인물판이어서,

전문적인 승마선수는 드물고 기수 대다수는 집안 좋은 신사거나 혹은 기마대에 근무하던 군 장교였음.

(전에 올렸던 압생트가 활약한 1960년대부터 전문적인 승마기수를 태운 웜블러드가 주도권을 잡은 시대라고 보면 편하다.)












아무튼 오스트리아 군대가 창설한 승마학교의 말로 들어온 신밧드는 네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일종의 장난이기도 한데 네로의 모색은 흑갈색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눈부신 활약을.....할 리가 있나.




장애물 비월을 하기엔 겁이 너무 많았고,

마장마술은 기수의 요구를 따르긴 커녕 움직이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경마의 부작용 때문인지 기수가 타면 겁을 먹고 주저앉고,

채찍을 휘두르면 행동이 아닌 뛰는 등 오스트리아 군에서도 도축행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1933년


오스트리아 군은 당시 오스트리아 기병장교이자 제일의 마장마술 기수로 평가받고,

스페인 승마학교의 강사였던 알로이스 포다지스키(Alois Podhajsky)에게

문제의 말 네로를 맡긴다.



왜 최고의 기수에게 문제의 말을 맡겼느냐면, 

이 양반의 지론이 나쁜 말은 없다였고 다른 동료장교나 상관에게 채찍질 나빠욧! 학대 안되욧!

아무튼 지금쯤 태어났다면 마이 리틀 포니나 봤을 법한 진성 말박이었다.

이러다보니 찍혀서 '그래 어디 니 잘난 지론이 먹히나 보자' 이러고 네로를 떠맡게 되었다.




진성말박이 알로이스는 볼품없이 비쩍마른 네로를 보고 실망하긴 커녕, 오히려 새로운 다른 말이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하지만,

네로의 상태는 말박이필터를 감안해도 심각한 상태였다.


오자마자 밤새동안 다른 말 노라의 꼬리를 씹고, 한달동안 황달에 걸려 고생한데다 자신이 손을 가져다 대도 겁을 먹는 상황이었고,

특히 뛰기 위한 서러브레드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극히 거부감을 보이고 있단 사실에 실망이 아닌 안타까움을 느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알로이스는 네로가 과거 경마에서 혹사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에 있다면 더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 판단,

울타리조차 없는 빈의 자연부지로 대려가서 제대로 훈련시키기로 했다.



네로의 첫 훈련은 긴 직선 코스를 그저 노라와 걸으면서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었다.

예전의 레이스가 떠올라서 긴장했는지 처음엔 순탄치 않았지만 더이상 달리지도, 채찍질도 받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는지 날이 갈수록 네로의 추진은 좋아졌다.

처음엔 짧은 시간만 가능했지만 알로이스가 등에 타더라도 겁먹지 않고 걸음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점차 늘었다


이후 네로는 알로이스의 지도 아래 노라가 보이는 마장마술을 8개월간 빠르게 흡수하고 몸도 마음도 회복되어 갔다.

(네로가 노라라는 말에게 반한건지 모르지만 네로는 노라랑 있을때를 덜 불안해하고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알로이스는 말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칭찬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밀었던 만큼,

훈련이 끝나면 네로와 노라를 칭찬해주고 마구간에서 노라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좋아하는 각설탕이나 꿀을 먹게 만들었다.

(후술하겠지만 이 각설탕이나 꿀을 먹는 것도 버릇이 있었다.)


심지어 네로가 마구간에 안들어가려고 해도 연습이 끝나면 무조건 그 날은 쉬게 만들었다.

현재는 연습과 편안함을 연결시켜 능률을 올리는게 일반적이라 대단한거야 싶겠지만 저 시기는 1930년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국내에서 열린 마장마술 대회에서 노라에 이어 2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하지만....

경마에서 혹사당한 서러브레드 특유의 고질병인 발굽염증의 조짐을 보이자 몇주간 휴식을 시키고 이후 훈련의 빈도를 줄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네로는 자신이 버려질까 두려워졌던 건지 마구간에서 계속 나오려 했고,

진성 말박이 알로이스는 이런 광경을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알로이스는 네로에게 신길 발굽 부츠를 사비를 써서 주문했다.

네로는 처음에 발굽 부츠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걸음이 꼬였지만, 얼마 안가서 적응했고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독일의 기수였던 프리드리히 게르하르트와 압생트, 헤르만 폰 오펠른과 짐펠. 각각 올림픽 마장마술 개인 은메달과 팀 금메달을 딴다)




1935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FEI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후보였던 독일 선수들을 재치고 알로이스와 네로는 우승을 차지한다.

(물론 결승까지 온 결과 4개국 14명이라는 사실은 이때부터 빠요엔 판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1936년

대망의 베를린 하계올림픽.



꽃이 장식한 경기장과 관중 그리고 푸른 잔디의 흰색선은 네로가 경마에 가진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 판단.

알로이스는 일부러 워밍업을 하는 장소를 비슷한 환경으로 꾸미고 이곳은 경마가 아닌 승마를 하는 장소이고,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 없단 것을 인식시켰다.


나치판이라 사실상 동메달만 따도 기적인 상황에서 네로는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올림픽 동메달을 수상받았다.


그리고 이 당시 승마는 메달 수여가 끝낸 기수와 말이 장애물을 뒤어넘는 일종의 폐막 이벤트가 있었다.


네로는 발굽 때문에 실제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을 연습하지 못한데다

과거에 겁을 먹고 장애물을 못넘었던 만큼 알로이스도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네로는 훌룡히 장애물을 넘어서 알로이스를 놀래켰다.

(자서전에는 감동해서 울뻔했다고 한다.... 진성 말박이다...)




아무튼 이후 여러 국제 마장마술 대회에 참가하며 이름을 날리면서 인기도 얻었다.


네로는 한가지 특이한 버릇이 있었는데, 설탕이나 꿀같이 단 걸 주면 다른 말들처럼 바로 씹어먹는 대신 그냥 입에 물고만 있었다.

이러면 팬들이나 다른 기수들이 '얘 흘렸나 보네.' 하고 더 받아 먹음.

(알로이스는 네로가 아직 어릴적 경주마일때 설탕을 얻어먹지도 못한 시절이 단것에 대한 집착으로 표출되는게 아닐까 판단했다.)



대신 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당한 명령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설탕을 먹지 않았고,

알로이스는 단것을 먹지않는다=네로에게 불편한 문제가 있다로 파악하고 바로 대응했다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네로의 전 마주가 찾아왔던 사건이었다.


네로가 올림픽에서 활약해서 동메달을 따고 승마 그랑프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단 사실을 안 마주는

당시 승마학교에서 연습중이던 네로와 알로이스 앞에 찾아와 전형적인 속물근성으로 돈을 요구했다.


마주와 다시 만난 네로는 겁을 먹었는지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았고, 전 마주가 주는 설탕조차 입에 넣지 않았다.


알로이스는 눈앞의 전 마주가 네로를 학대해서 그 지경으로 만든 원흉임을 깨달았다.

진성 말박이로서 매우 빡돌았는지 알로이스는 돈 대신 말 채찍을 가져와서 눈앞의 마주에게 욕을하며 채찍을 휘두르며 쫓아냈다.

(이를 말리던 학생들은 말한테 채찍 휘두르는건 안되고, 사람한테 휘두르는건 되냐며 얼탱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1939년.



알로이스는 어느날 네로가 잠시 휘청이는 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껴 바로 수의사를 불러 네로를 진단시켰다.

알로이스의 눈썰미는 정확했는데 네로는 급성 횡문근융해증 초기였다.


만약 그냥 넘어갔으면 전신의 근육에 염증이 퍼져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했다.

수의사는 네로가 이미 경마로 혹사당했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질수 있다 경고했고,

알로이스 역시 네로가 더 이상의 승마를 하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 네로는 뮌헨의 승마 대회를 1등하는 것을 끝으로 승마를 은퇴했다.


이후 스페인 승마학교에서 리피자너들의 교사 역의 말로서 생활하면서,

주기적으로 수의사를 불러 건강을 검진받고 얼음으로 발굽을 식혀 염증을 방지하는 등 꽤나 쾌적한 대우를 받는데....








(리피자너, 백마로 유명하다.)

이 시기는 세계 제2차 대전 시기던 만큼, 네로는 리피자너 품종의 말들을 비롯한 말들과 같이 다른 곳에 피신해있었다.




이유는 매우 심플했다.








진성말박이 알로이스는 네로와 리피자너가 낙찌의 식량이 되거나

혹은 영길리와 불곰국의 폭탄에 타죽는 꼴을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알로이스는 연줄을 통해 상륙중이던 미국의 독불장군 조지 패튼에게 말들을 구해달라고 SOS를 친다.

이 독불장군의 성격이 얼마나 x같은지는 매우 유명하니 넘어가고,

패튼은 의외로 이 SOS를 받아서 리피자너들과 네로를 확인하는 즉시 구출 후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디즈니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화다)


일단 패튼 자신이 승마를 좋아하고 올림픽 참가 선수로서 알로이스를 존중해줬던 것도 있지만,

올림픽에서 우승한 말인 네로가 이딴 식으로 뒤지는건 용납 못할 일이었다고 한다. 패튼 이새끼가 진짜....



아무튼 이 리피자너와 네로의 무사함과 발견 경위도 웃긴게,

말에 대한 문외한인 주민들도 올림픽 우승한 말이랑 같이 있는 애들이니까 중요한 애들이라 판단해서 안건들고 숨겼고,

이를 발견한 어떤 말박이 미국 소령이 리피자너는 모르지만 네로는 알아보고 패튼에게 신고때린거다.


그리고 네로는 알로이스랑 기쁨의 재회를 나누고 패튼의 부탁(징징)으로 그 앞에서 팔자에도 없을 마장마술을 보여줘야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안되냐니까 패튼은 네로가 하는걸 보고싶다고 징징거렸다고 한다.)






알로이스는 네로를 넓은 들판에서 여생을 보내게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평소의 익숙한 환경에서 분리되어 고통받자,

다시 스페인 승마학교로 데려왔고, 네로는 쾌적한 대우를 받으며 살다가 1953년 26세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도 그냥 어린 말을 사다가 훈련시키는게 더 나은 상황에서 하루우라라 하나 붙잡고 마생을 역전시킨 알로이스가 럭키 우붕이인지,

아니면 저런 헌신적인 기수인 알로이스를 만나서 제 2의 삶을 살았던 네로가 럭키 하루우라라인지 모르겠다만,




네로와 알로이스의 유대관계는 기수와 말이 가져야 할 이상적인 관계의 하나로서 남아있다.





사나운 말들은 사납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처우로 그렇게 된 것이다.

특정 품종은 사납다고 평판이 나있으나, 높은 자존감을 기수가 불안감을 품고 접근하여 무의식 적으로 말을 자극하여 사납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반항은 기수에 대한 두려움, 즉 무엇을 요구하는지 모르거나 준비되지 않은 행동을 실행할때 발생한다.

<알로이스 포다지스키(Alois Podhajsky, 1898~1973) 말과 기수의 완전한 훈련 中>




ps. 그렇다고 우라라도 승마연습하면 되겠네 이러고 우라라런 할꺼면 알로이스 같은 기수나 찾아주고 우라라런을 해라 이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