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5831039?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어른의%20계단&p=1

2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5887326?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어른의%20계단&p=1

3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6255917?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어른의%20계단&p=1

4편 : https://arca.live/b/umamusume4/26339428?category=창작%2F핫산&target=all&keyword=어른의%20계단&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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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홍차향기를 즐기며 휴식을 만끽하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하루우라라가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품위있는 휴식은 물 건너간 셈이었다.

홍차의 향기도 다 어딘가로 날아간듯 했다.


" 하아... "


한참을 침대에서 날뛰던 하루우라라는 드디어 지친듯 멈췄다.

그리고 바로앉아 킹 헤일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


" 그치만...난 계속해서 트레이너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을 뿐인걸, 그런 담당 우마무스메가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말하는 하루우라라. 얼굴엔 약간 씁쓸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킹 헤일로는 잠잠히 하루우라라가 하는 말을 들었다.

하루우라라가 뒷말을 흐리자 기숙사엔 정적이 감돌았고, 한동안 다리를 흔드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킹 헤일로는 홍차를 한모금 더 마시고 컵을 찻잔에 내려놓았다. 조용해서 그런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라라씨, 지금 매우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


하루우라라는 고개를 숙이고 흔들던 다리를 멈췄다.

킹 헤일로는 조금 마음이 아파지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 전 사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라라씨의 뒤를 따라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


" 에? "


하루우라라는 뜻밖의 발언에 놀라 고개를 들어 킹 헤일로를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입, 고풍스러운 자세, 분노하는 듯한 눈빛.

무언가 모를 분위기를 느낀다.

다시한번 기숙사에 정적이 감돌았다.


" 성적은 항상 저조,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 우마무스메 하루우라라. 달리기는 정말 못하지만 1등을 한번만이라도 하고싶다는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하루우라라는.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 자신보다 강한 우마무스메들이 쟁쟁한 경기장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 당신이 저는 조금 존경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


킹 헤일로는 숨을 한번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 자신의 감정에서 도망치기 바쁜 도주마가 돼있군요. "


" 읏... "


허를 찔린 하루우라라는 차마 대답하지 못한채 굳어있었다.


" 지금의 당신에겐 노력하는 모습도, 당당하게 앞만을 바라보는 그 눈빛도, 모두에게 행복을 줬던 그 웃음도... "


"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가 않는군요, 제가 고작 이런 우마무스메를 뒤쫓아 왔다고 창피라도 줄 셈인가요?


...더이상, 도망같은건 치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게 어떻겠습니까? "


또다시 정적.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허를 계속해서 찔렸다는 점에서 분노. 그러나 그 감정은 이윽고 어떤 시발점이 된다.

하루우라라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피어오르는 듯한 감각.

스파크가 여러번 일어났다.

그 스파크는 이윽고-


" 고마워 킹쨩 "


불씨를 일으켰다.

하루우라라는 곧장 일어나서 킹 헤일로에게 안겨들었다.


" 잠깐, 무슨...?! "


의자가 들썩이고 킹 헤일로는 하루우라라에게 속박된듯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잠깐...우라라씨! "


킹 헤일로가 하루우라라의 이름을 부르자 껴안는 힘이 더 세졌다.

그렇지만 킹 헤일로는 전혀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과 뿌듯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킹 헤일로에게서 떨어진 하루우라라는 곧장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 나 잠깐 어디좀 갔다올게!! "


한차례 폭풍이 몰아치다간 느낌.

벙찐 상태로 현관을 바라보던 킹 헤일로의 입가엔 점점 미소가 씌워졌다.

홍차가 담긴 컵을 들었다.

다시 조용해진 기숙사엔 갑작스레 홍차의 향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정말이지... "



-



" 호오... "


하늘의 색이 예쁜 노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정도로 커다랗고 예쁜 노을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싶던 트레이너는 베란다로 나가 잠깐동안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 음? 우라라잖아? "


화면에 띄워진건 하루우라라의 번호.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트레이너는 가슴에 가시 하나가 박힌듯한 느낌을 받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트레이너!? 지금 어디야? "


" 윽!...나? 나야 지금 집이지... "


너무나도 커다란 목소리에 놀란 트레이너는 당황했다.

최근 하루우라라가 이정도로 활기찼던 때가 있었던가?


" 지금 거기로 갈게!! "


" 어? 그게 무슨소... "


' 뚝 '


전화가 끊겼다.

잠깐동안 전화하던 사이에 하루우라라의 숨소리가 거칠었던걸 들었다.

잠깐, 그럼 뛰어오고 있다는거야?

전속력으로? 그러면 기숙사에서 여기까지의 거리가...


' 쾅쾅쾅 '


" 벌써!? "


트레이너는 베란다의 미닫이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바라던 것이었지만 오히려 이렇게 갑자기 활기차지니 무언가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 철컥 '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살살 열고있자 갑자기 벌컥 열린다.

하루우라라는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에게 안겨들었다.


" 으악! "


트레이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덩달아 하루우라라가 트레이너를 깔고 앉는 모양새가 되었다.

거칠에 숨을 몰아쉬는 하루우라라. 코끝에서 하루우라라의 향기가 느껴졌다.

하루우라라의 뒤로 비쳐지는 노란색 하늘은 여전히 예쁜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 트레이너! 나 정했어...!! "


" 갑자기 무슨... "


" 더이상 내 감정에서 도망치지 않기로! 솔직해지기로! 그게 나 하루우라라니까! "


" 어...어? "


" 여태까지 도망치고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지금 여기 이자리에서 말할게...!! "


일순간 망설이는 하루우라라. 거칠게 숨쉬는 소리뿐만이 들리지 않는다.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몸도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앞이 어지럽다 마치 현기증이 온것 같다.

그렇지만 말해야 한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는다고 정했으니까...!

하루우라라는 눈을 꼭 감고 소리쳤다.


" 나는...트레이너가 정말로...!! "


그날.

하루우라라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어른의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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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해봐야 2편정도로 생각하고 있던게 어쩌다 이렇게 커졌는지 모르겠네요

모두 재밌게 읽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 글은 다이와 스칼렛입니다. 다음 작품도 이쁘게 봐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