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기대를 업고 나간 사츠키상에서 그만 2착을 해버린 테이오

물론 인성 새하얀 트레이너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테이오를 칭찬하고 격려해줬지만
무패 3관이 날아갔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힌 테이오는 트레이너에게 신경질을 부리다 못해
바보같은 트레이너 때문에 내 꿈이 무너졌다, 라는 폭언을 내뱉고 가버림
트레이너는 멀어져가는 테이오의 등을 멍하니 바라볼 뿐

한참 뒤 흥분이 가라앉은 테이오는 1착을 놓친 건 바깥에서 치고 나가는 우마무스메를 자신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트레이너의 잘못이 아님을 인정하고
트레이너에게 사과하러 트레이너실을 찾아갔는데
자신의 불찰로 테이오의 꿈을 망쳐버렸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꿈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자신은 트레이너 실격이다, 라고 선배에게 상담하는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들어버림
그제야 자신이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은 테이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망치듯 뛰어감

이후 테이오는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트레이너는 그런 테이오에게 조심스레 다음 휴일에 기분전환 겸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하고
테이오는 이번에야말로 정중하게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응, 하고 대답

드라이브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어갈 때 테이오는 잠깐 먹을거리 좀 사올게, 하고 나옴
그러다가 차에 기름이 떨어져가는 것을 보고
테이오에게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올게,
나 혼자 갈 테니까 넌 그냥 여기 있어, 라고 메시지를 보내놓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주유소에 감

양손에 트레이너가 좋아하는 회오리감자를 들고 돌아온 테이오
하지만 테이오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그저 허공뿐
당황한 테이오는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트레이너의 차는 보이지 않고
트레이너에게 전화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순간 화면에 비친 트레이너의 메시지

나 혼자 갈 테니까 넌 그냥 여기 있어
(하필 통신 문제로 주유소에 다녀온다는 메시지를 수신 못함)

이를 본 테이오는 자신의 이기심이 트레이너에게 상처를 줬다, 상처받은 트레이너가 자신을 버렸다, 나는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낌

주유소에 손님이 제법 많아 돌아오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버린 트레이너가 서둘러 휴게소로 돌아와보니 아까 주차했던 곳에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음
그곳에는 테이오가 패닉에 빠져 트레이너에게 버림받았다, 라는 말만 반복하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울부짖고 있었음
다급하게 테이오에게 달려가 안아주면서 테이오 나 여기 있어! 하고 달래주니 엉엉 울면서
트레이너한테 심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그 동안 자꾸 변덕 부리고 힘들게 한 거 정말 잘못했다,
앞으로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 라고 매달림

그 날 이후 테이오는 정말로 어떤 트레이닝도 불평불만 없이 다 받아들이고 생떼를 쓰는 일도 없어졌음
기록도 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모의 레이스에서도 더욱 강해졌기에
트레이너는 테이오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했구나, 생각하며 나도 테이오의 트레이너로서 더욱 강해져야지, 하고 다짐함

하지만 테이오는 강해진 게 아니라 망가진 거였음
룸메이트인 마야노 탑건이 테이오가 밤마다 트레이너 내가 잘못했어, 제발 가지 마, 등등 울면서 잠꼬대를 한다며 걱정하고
트레이닝에서도 트레이너를 위해 더 좋은 기록을 내야 한다며 그라운드를 뛰고 또 뛰다가 탈진해서 쓰러지기 일쑤
식당에서도 감자만 보면 헛구역질을 하며 식은땀을 흘림
그리고 어딜 가더라도 항상 트레이너와 붙어있으려고 하고 잠시라도 트레이너가 보이지 않으면 패닉에 빠져서 울기 시작함

지구력 강화 훈련 중 트레이너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와보니
트레이너 어디 있어, 내가 더 잘할게 제발 버리지 마, 등등 중얼거리며 울고 있는 테이오를 보며
나는 테이오의 꿈뿐만 아니라 테이오 자체를 송두리째 망가뜨렸구나, 하며 절망하는 트레이너



이 짤 보고 회로 돌아서 써봤는데 써놓고 보니 좀 불쌍하네